긴 잠에서 깨어나 찬 바람 몰아치는 겨울 계곡으로 세수하러 간 그대에게
[최보식의언론=이재운 '토정비결' 작가]

긴 잠에서 깨어나 찬 바람 몰아치는 겨울 계곡으로 세수하러 간 그대에게
오래 잠들어 있었지요?
아침입니다. 날이 밝아오네요.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거리네요.
아직은 숨을 토할 때마다 김이 서리는 새벽이지만 해가 떴으니 곧 따뜻해지겠지요.
옹달샘에 손을 담가보세요. 짜릿한 냉기가 생명을 느끼게 해줄 거에요.
차가워진 손으로 가슴을 만져보세요. 천둥같은 심장소리가 느껴지나요?
내 스승 서정주 시인의 글을 한 편 올립니다. 가다듬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으로 선사합니다.
<무슨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아조 할 수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도라올 수 업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形象을 불러 이르킨다.
귀ㅅ가에 와서 아스라히 속삭이고는, 스처가는 소리들. 머언 幽明에서처럼 그 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나, 한 마디도 그뜻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느끼는 건 너이들이 숨ㅅ소리. 少女여, 어디에들 安住하는지. 너이들의 呼吸의 훈짐으로써 다시금 도라오는 내 靑春을 느낄 따름인 것이다.
少女여 뭐라고 내게 말하였든 것인가?
오히려 처음과 같은 하눌 우에선 한 마리의 종다리가 가느다란 피ㅅ줄을 그리며 구름에 무처 흐를 뿐,
오늘도 굳이 다친 내 前程의 石門 앞에서 마음대로는 處理할 수없는 내 生命의 歡喜를 理解할 따름인 것이다.
섭섭이와 서운니와 푸접이와 순녜라하는 네 名의 少女의 뒤를 따러서, 午後의 山그리메가 밟히우는 보리밭 새이 언덕길 우에 나는 서서 있었다. 붉고 푸르고 흰, 전설 속의 네 개의 바다와같이 네 少女는 네 빛갈의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늘 우에선 아득한 고동고리. … 순녜가 가르켜준 上帝님의 고동소리.… 네 名의 少女는 제마닥 한 개ㅅ식의 바구니를 들고. 허리를 굽흐리고, 차라리 무슨 나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씬나물이나 머슴둘레,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머언 머언 고동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는 것이었다. 後悔와 같은 表情으로 머리를 숙으리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잡히지 아니하는 것이였다. 발자취소리를 아조 숨기고 가도, 나에게는 붓잡히지 아니하는 것이였다.
淡淡히도 오래가는 내음새를 풍기우며, 머슴둘레 꽃포기가 발길에 채일뿐, 쌍긋한 찔레 덤풀이 앞을 가리울뿐 나보단은 더빨리 다라나는것이였다. 나의 부르는 소리가 크면 클스록 더멀리 더멀리 다라나는 것이였다.
여긴 오지 마… 여긴 오지 마…
애살포오시 웃음 지으며, 水流와 같이 네 개의 水流와 같이 차라리 흘러가는 것이였다.
한 줄기의 追憶과 치여든 나의 두손, 역시 하눌에는 종다리새 한 마리, - 이런 것만 남기고는 조용히 흘러가며 속삭이는 것이였다. 여긴 오지 마… 여긴 오지 마….
少女여. 내가 가는 날은 도라 오련가. 내가 아조 가는 날은 도라 오련가 막달라의 마리아처럼 두눈에는 반가운 눈물로 어리여서, 머리털로 내 손끝을 스치이련가.
그러나 내가 가시에 찔려 앞어헐 때는, 네 名의 少女는 내 곁에 와 서는 것이었다. 내가 찔레ㅅ가시나 새금팔의 베혀 앞어헐 때는, 어머니와 같은 손까락으로 나를 나시우러 오는 것이였다.
손까락 끝에 나의 어린 피ㅅ방울을 적시우며, 한 名의 少女가 걱정을 하면 세 名의 少女도 걱정을 허며, 그 노오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연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빠앍안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든 나의 像처기는 어찌면 그리도 잘 낫는 것이였든가.
정해 정해 정도령아
원이 왔다 門열어라.
붉은꽃을 문지르면
붉은피가 도라오고
푸른꽃을 문지르면
푸른숨이 도라오고.
少女여. 비가 개인 날은 하늘이 왜 이리도 푸른가. 어데서 쉬는 숨ㅅ소리기에 이리도 똑똑히 들리이는가.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있는가.
멫 포기의 씨커운 멈둘레꽃이 피여 있는 낭떠러지 아래 풀밭에 서서, 나는 단 하나의 精靈이 되야 내 少女들을 불러이르킨다.
그들은 역시 나를 지키고 있었든 것이다. 내 속에 네리는 비가 개이기만, 다시 그 언덕길 우에 도라오기만, 어서 病이 낫기만을, 그 옛날의 보리밭길 우에서 언제나 언제나 기대리고 있었든 것이다.
내가 아조 가는날은 도라 오련가?
* 서정주 선생은 내게 시를 가르쳐 주시고, 나는 그에게서 시를 배웠다. 그뿐이다.
* 봄꽃 피거든, 첫 꽃 한 송이를 따서 당신 가슴을 문질러 보세요. 그러면 내 마음도 알고, 서정주 선생님 마음도 알리니.
#서정주 #무슨꽃으로문지르는가슴 #봄과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