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의 실버벨] 요양원엔 가기 싫고, 돈은 없고, 돌봐줄 사람은 없고…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요양원만 아니면 괜찮다. 그런데 요양원 외에는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면 갈 만한 곳이 없다. 집에서는 돌봐줄 사람이 없고, 실버타운에 가자니 돈이 없고….’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가 10년 이상 벌어진 현실에서 한국의 중년들이 노후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전망이다. 다시 말해, 생의 마지막 10여 년을 골골거리며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중산층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주거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노후 갈 만한 마땅한 주거 형태가 없다. 요양원은 노인 학대와 방치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 한 번 들어가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우려 때문에 입주가 꺼려진다. 실버타운은 최소한 보증금 몇 억 원과 월 200만 원 이상 지급할 여력이 돼야 한다. 중산층이 감당하기엔 빠듯한 현실이다.
왜 중산층이 노후 머무를 주거 형태가 없을까? 한마디로 하면, 국가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손 놓고 있고, 민간사업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가와 민간사업자가 접점을 찾지 못하거나, 국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최근 들어서 노인을 위한 주거 형태는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개인 주택과 공동 주거라는 극명한 대립을 넘어 제3의 길, 즉 대안적 주거 형태로 나타난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대안적 주거는 건물의 건축 양식, 지리적 위치, 거주자의 특성, 법적 구조 등으로 나뉘어 모델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다양성은 명칭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세대 간 거주시설, 공유주택, 코하우징, 공동주택, 공동 아파트 등은 모두 60세 이상을 위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의 특징은 개별 주거+공용 공간+공동의 사회적 삶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들은 한국에 아직 정착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선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산층이 감당 가능한 가격과 사업자가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사이의 간극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익을 내려면 상위층만 입주하는 고가로 갈 수밖에 없고, 아니면 국가에서 지급 보증하는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가 노후 주거시설의 중산층 가격을 어렵게 만드는 본질적 문제이다. 사업자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노인 주거는 입지나 시설, 안전설비, 공용 공간 등의 건축을 위해서 초기 투자가 매우 크다. 그리고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너무 걸린다.
여기에 토지‧건물 소유 의무, 자금조달이나 부지 확보의 어려움 같은 장벽은 중산층 노후 주거시설 조성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토지 가격이 너무 높아 민간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사업자는 고가로 받아 수익을 만들거나, 분양이나 보증금으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둘째, 노후 주거시설은 부동산이나 집이라기보다는 주거와 돌봄+생활지원+안전 등을 결합한 서비스 상품이다. 서비스 품질은 인력과 시간이 좌우한다. 식사 제공, 전문 의료진 및 사회복지사 상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운영비의 70%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결국 인건비가 좌우한다.
돌봄은 절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 대 사람이라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로봇으로 대체하더라도 사람은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더욱이 인건비와 물가가 오를수록 운영비는 급격히 증가한다. 중산층 가격으로 받으면 서비스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서비스 수준을 낮추면 ‘굳이 이런 서비스를 받으며 이런 곳에 머무를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즉, 비용은 높고 매출은 한정된 샌드위치 구조에 갇히게 된다. 이는 민간사업자가 사업 자체를 망설이게 한다.
셋째, 가격을 못 올리면 민원이나 사고, 평판, 규제를 사실상 감당하기 어렵다. 인력이 좌우하는 돌봄은 꼭 돈만큼 결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또 돌봄이 붙는 업종은 작은 사건도 법적‧평판 리스크가 매우 크다. 그런데 요금이 중산층 수준에 묶여 있으면 리스크 대비 수익이 낮아지고, 민간의 공급도 원활해지지 않는다. 사업자는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넷째, 해외의 노후 주거시설은 월 이용료 중심이 많은데, 한국은 여전히 소유나 전세의 경험이 강해 월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시장 형성의 장애가 된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실버타운에 대한 저변의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점과 월세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사업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여러 제약조건 때문에 요양원과 실버타운 사이의 중간 시설 건축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산층이 감당 가능하고 민간 사업자도 일정 수익을 내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려면 구조를 조합해서 원가를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공공 토지 이용에 대한 장기 임대로 민간사업자의 고정비를 낮추어야 한다. 한국주택공사나 지자체의 유휴지와 연계만 되어도 즉시 건축이 가능하다. 국가는 공공토지에 대한 장기 임대나 일부 건축 지원을 하고, 민간은 건설과 운영‧서비스를 맡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노인시설은 사회복지이기 때문에 공공토지의 장기 임대 허용은 법적 하자도 전혀 없다. 토지비는 전체 원가의 30~40%까지 낮추는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이 정도만 되어도 중산층이 지급하는 월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민간사업자도 안정적으로 장기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에서도 최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전국 지방 소멸 지역에 한해서만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을 허용한다든지, 부동산 투자 신탁을 통해 민간 자본이 노인 주택 사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리츠(REITs)를 활용한다든지, 실버스테이를 도입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으로 민간사업자의 초기 투자비, 즉 고정비를 낮추는 방안만이 현실적 대안으로 지적된다. 그래야 중산층의 노후 안정적인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별 독립생활과 공동생활 공간이 확보되면 한국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독한중년 #돌봄의공백 #노후불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