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 법안’이 드러낸 진실… 민주당은 민생을 인질로 잡았다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독재는 무슨... 설령 독재라해도 박정희, 전두환 때도 해봤는데 뭐 어때. 이재명도 한번 시켜보고 정 아니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되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이 해괴하고 나이브한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들이 국가를 스마트폰 게임의 '체험판'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소름이 돋는다.

미안하지만, 독재는 입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할 수 있는 옷이 아니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 같은 경제 구조에서 맞이할 '이재명식 독재'는, 복구가 불가능한 '시스템 포맷'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냉정하게 비교해 보자. 과거 우리의 군부는 인권 탄압의 과오가 있을지언정, 그 목적 함수는 철저히 '빈곤 탈출'과 '경제 성장', '부국강병'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 이 정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어떤가. 대법관 수를 늘려 사법부를 장악하려 하고, 헌재를 통해 4심제를 도입해 자신의 방탄조끼를 두껍게 만드는 데 골몰한다. 환율이 박살 나든 말든 인위적인 주가 부양으로 개미들을 현혹하는 그 기술은, 경제 발전이 아니라 전형적인 '남미식 포퓰리즘'의 징후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가장 치명적인 차이는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흔히 비교되는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를 보자.

베네수엘라는 땅만 파면 석유가 콸콸 나오고, 아르헨티나는 팜파스라는 축복받은 땅 덕분에 소만 풀어놓으면 고기와 식량이 쏟아진다. 그들은 지도자가 미쳐서 포퓰리즘으로 국고를 탕진하고 경제를 말아먹어도, 정신 차리고 원자재 가격만 회복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초 체력인 천연자원과 훌륭한 자연 환경이 있다. 금수저가 방탕하게 놀다가 망해도, 물려받은 땅이 있어 굶어 죽지는 않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은 다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이 척박한 땅에서 우리가 먹고사는 유일한 무기는 제조업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수출뿐이다. 우리는 자원이 아니라 '실력'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이재명식 '관치 독재'가 들어와 기업의 팔을 비틀고, 기술 혁신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우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 경쟁에서 기술력이 도태되는 순간,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없다. 삼성과 현대가 무너지면, 우리는 팜파스의 소도, 베네수엘라의 석유도 없이 그냥 굶어야 한다.

한번 뒤처진 기술 격차는 정치 구호를 바꾼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관치가 시장을 덮어버리면, 그 나라는 '일시 정지'가 아니라 '영구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

"한번 해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그 안일한 생각이, 자칫 대한민국이라는 정밀한 공장에 불을 지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게다. 공장이 전소된 뒤에 후회해 봐야, 우리에게 남은 건 잿더미뿐이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최소한 우리에게 독재는 리셋이 안 된다. 특히 가진 것 없이 머리로만 먹고사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제조업의 우위로 우리와 경쟁하다 그 기반이 모두 뒤쳐져 1차 산업으로 독재를 하는 북한이 바로 그 증거다.

아직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좌파 정권의 '선의'를 믿는데 기억을 되살려보자.

2024년 9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는 기이한 숫자가 찍혔다. 하루 만에 무려 90여 개의 법안이 봇물 터지듯 가결됐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박수를 쳤고,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그 목록을 뜯어 그날 통과된 법안들의 면면을 보자.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법’, ‘양육비 선지급법’,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법’.

이 법안들의 이름 뒤에는 국민의 피눈물이 묻어있다. 누군가는 자기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지옥 같은 공포 속에 살았고, 누군가는 양육비를 못 받아 아이 분유값을 걱정하는 처참한 하루를 버텼으며, 누군가는 전 재산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절망 앞에 서 있었다.

이 법안들은 여야 간에 이견도 없었다. 내용도 복잡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아니 국회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면 진작 통과되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줬어야 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170석이 넘는 의석으로 단독 처리도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9월 26일이었나.

그 바로 일주일 전인 9월 19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정치적 무기인 ‘특검’을 손에 쥐고 나서야, 비로소 창고에 가둬뒀던 90개의 민생 법안을 풀어준 것이다.

인과관계는 명확하다. 민주당은 이 시급한 법안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특검법을 통과시켜 주기 전까진, 민생 법안도 없다”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딥페이크 피해자가 공포에 떨고, 전세 사기 피해자가 울부짖는 그 시간을, 그들은 당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할 ‘협상 카드’로 썼다.

우리는 이런 행태를 '정치'라 부르지 않는다. ‘인질극’이라 부른다. 납치범도 몸값을 챙기면 인질을 풀어준다. 민주당이 딱 그 꼴이다. 특검이라는 전리품을 챙기고 나서야, 생색내듯 국민의 삶을 옭아맨 밧줄을 풀어줬다.

그들이 “민생을 챙겼다”고 웃으며 사진을 찍을 때, 그 지연된 시간만큼 고통받았던 국민들은 피가 말랐다.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정쟁의 땔감으로 쓰는 정당.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그것은 무능보다 더 나쁜 ‘악의(惡意)’다.

90개 법안이 풀려난 날, 우리는 민주당이 유능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볼모로 잡을 수 있는 집단임을 목격했다. 이 '인질극'의 기억을 잊는다면, 다음엔 당신이 그들의 인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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