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연설하는 장면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안정적인 장면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합니다. (편집자)
국회 로텐더 홀에서 단식을 중단했을때 저렇게 끝낼 바에 '왜 단식을 했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다.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주목하지도 않고 또 단식을 하면서 내건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권고 할 때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국회 연설을 보고 이제 제대로 된 야당대표를 임명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근래 보기드문 명연설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장 대표가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는 차치하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 및 숙지하고 국민을 상대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연설하는 장면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안정적인 장면이었다.
장동혁 대표의 국회 연설은 단순한 정쟁 비판이 아니라, 국제정세 인식-경제정책-사회개혁-미래전략을 하나의 논리 구조로 연결한 종합 국정 비전 제시였다.
그는 연설 서두에서 세계경제포럼의 ‘2026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인용하며 "세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진단으로 출발했다.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보호주의의 확대,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수치와 국제사례에 기반한 현실 인식이었다.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 정도의 안목과 시야를 갖추고 있어야 함을 보여 주었다.
그는 이러한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중심축은 분명히 한미동맹이어야 하며, 감정적 중립외교가 아니라 국익 중심의 전략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쿠팡 사태, 플랫폼 규제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현 정부 외교정책의 미숙함을 지적하고, "땡큐-셰셰 외교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주요 국가의 대사급 외교관들의 자리가 많이 비어있는 현실을 지적했더라면 더 와 닿았을 것이다. 왜 이재명 정부는 수많은 나라의 외교관을 거의 8개월째 비워놓고 있는가를 지적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최고의 코미디는 유엔대사에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을 대사로 내보냈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지적했어야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과 포퓰리즘 정책이 물가 상승, 환율 폭등, 부동산 불안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통화량 증가, 원화가치 하락, 생활물가상승 수치를 일일이 제시하며 "현금 살포가 아니라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감소와 제조업·건설업 고용 축소를 근거로, 현재의 고용지표가 착시일 뿐이라고 분석한 대목은 현실감이 컸다. 이러한 지적은 코스피 지수가 높다 해도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묻어났다면 더 와 닿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노력이 빛나는 나라'라는 기조 아래 노동시장 개혁, 규제혁신, 법인세 인하, 미래산업 지원 등을 제안했다. 청년정책에서는 주거·교육·취업을 포괄하는 생애주기 패키지를 제시했고,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가족드림대출', 한국형 가족세율제, 지방혁명을 통한 지역소멸 대응전략까지 구체적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한 AI 산업과 SMR 원전 육성을 통해 국가 미래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술·에너지·인구·지역을 연결하는 국가대전환 전략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이번 연설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공격형 야당정치'에서 '대안 제시형 집권플랜정치'로의 전환이었다. 장 대표는 단순히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치와 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한 뒤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것이 과거 한동훈 대표 시절의 메시지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된 지점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임무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무엇을 타겟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비전을 들어본 적이 없고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비전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이 부족함을 여러 차례 지적했었다. 선거운동을 하러 가서도 셀카만 찍는 모습과 과거지향 발언은 걱정을 앞서게 했다.
한동훈 체제의 정치가 주로 과거 정권과 사법이슈, 이념대립 중심이었다면, 장동혁 대표의 연설은 철저히 민생·경제·미래담론 중심이었다.
국민에게 "왜 국민의힘이어야 하는가"를 정책언어로 설명한 것이다. 이는 보수정당이 다시 '국가경영 세력'으로 복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도자로서의 소통능력이다. 그는 감정적 선동 대신 논리와 자료로 말했고,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협력의 여지를 남겼다. 영수회담 제안, 여야 공동 TF 구성 제안 등은 책임 있는 야당 대표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번 연설을 통해 드러난 장동혁 대표의 강점은 정책 이해도와 합리적 메시지 전달 능력이다. 앞으로 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정책 중심 정당'의 확립이다. 이번에 제시한 청년·노동·인구·지방혁명 정책을 구체적 입법과 예산으로 연결시키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말 잘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성과내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 보수 진영 통합의 중심 역할이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계열의 분열을 넘어 미래지향적 보수연합을 이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식 중단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적 의구심을 넘어, 실력으로 신뢰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전략형 지도자'로의 성장이다. 외교안보와 경제전략을 아우르는 국정운영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강화해야 한다.
장 대표의 이번 국회 연설은 단순한 원내대표 연설을 넘어, 사실상 차기 보수진영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보여준 무대였다. 논리성, 정책구체성, 메시지 전달력에서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특히 감정 정치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이성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도자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연설을 통해 장 대표는 그 기본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 앞으로 그가 제시한 비전을 실제 정치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과 대한민국 정치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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