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나서서 "쿠팡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고 으름장을 놓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대형 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만지작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의 로저스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말이 좋아 소환이지, 내용은 섬뜩하다. "한국 정부가 당신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협박했는지 와서 낱낱이 고해바치라"는 명령이다.
우리 국회에서 "몽둥이가 약"이라며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던 그 호기롭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그 청구서가 '한미 무역 전쟁'이라는 거대한 해일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미국은 지금 한국 정부를 '미국 기업을 표적 삼아 탄압하는 깡패'로 규정하고, 그 증거를 수집해 관세 폭탄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이 사태의 가장 역겨운 지점은 정부의 태세 전환에 있다. 애초에 정부와 민주당이 쿠팡을 두들겨 팰 때 내세운 명분이 무엇이었나. 바로 '노동자의 건강권'이었다. 새벽배송이 사람을 갈아 넣는 살인적인 노동이라며, 쿠팡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세우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미국 의회가 나서서 "쿠팡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고 으름장을 놓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대형 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하나의 정부가 출범해서 지금까지 추진한 모든 정책과 법안 중에 단 하나라도 위선이 없는 것이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것이야말로 위선의 극치를 넘어 위선 그 자체다.
새벽배송이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악(惡)'이라며 규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쿠팡을 못 건드리게 되니 마트에는 그 '살인적인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쿠팡맨의 관절은 소중하고, 마트 배송 기사의 관절은 강철로 되어 있기라도 한 건가?
결국 노동자의 인권은 그저 기업을 손보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고, 본질은 특정 기업을 타겟팅한 정치적 쇼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로저스 대표를 불러놓고 욕설을 섞어가며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하던 그 영상은, 이제 미국 의회 청문회장의 대형 스크린에 띄워질 것이다. 그것은 한국 국회의 권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국은 기업 하기 위험한 나라"라는 낙인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위협할 카드를 한장 더 쥐게된 것이다.
결국 방구석에서 기업인 불러다가 군기 잡으며 '정의의 사도' 놀이를 하던 대가는 혹독하다. 미국에서 그 저열한 모습이 재생될 테고, 국내에서는 "노동 인권은 어디 갔냐"는 비웃음을 사게 됐다.
쿠팡 하나 잡겠다고 설치다가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마트 규제까지 풀면서 자기부정을 하는 이 촌극. 위선으로 시작해 망신으로 끝나는, 참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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