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경기 그냥두면 뇌전증 위험 높아! 출산 전에 반드시 문짝 손질을!
[최보식의언론=신성대 논설위원]

‘모골이 송연하다’란 말이 있다. 너무 끔찍스러워 온몸의 털과 뼈가 오싹해지고 움츠러들 만큼 섬뜩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하면 피부의 가는 솜털과 머리끝이 일제히 쭈뼛하게 솟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극도로 흥분하거나, 끔찍한 일을 당하거나, 깜짝 놀라거나 할 경우 우리 몸의 신경계는 반사적으로 과도한 신경전달물질을 뿜어내어 급속하게 온몸에 신호를 보낸다. 이 신경전달물질이 전하를 띠기 때문에 신경계에 전류가 흐르게 된다. 당연히 그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서 의식과 그에 반응하는 근육이 거의 동시적으로 작동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소리이고 그 다음이 빛이다. 특히 큰 소리나 울림에는 깜짝하고 잘 놀란다. 그렇게 놀라면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고 때로는 새파랗게 까무러치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 대뇌는 400g쯤 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약 1,200g으로 커진다. 태어나자마자 대뇌는 급속하게 성장을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늘어나는 신경세포들의 피막(皮膜)은 미처 두껍게 그리고 단단하게 여물기 전이라 과도한 전류(전압)가 흐르면 피막이 쉽게 파괴되어 바로 옆의 다른 신경조직의 세포들과의 합선으로 스파크를 일으키는 수가 있다.
소위 말하는 경기(驚氣)가 그것이다. 대개는 그렇게 한번 발작을 하고나면 기운(전압)이 빠져 곧 안정되고 벗겨진 피막이 빠르게 복구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데 운 나쁘게 놀람이 반복되고 경기를 자주 일으키게 되면 그 벗겨진 피막이 복구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발작을 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진행되다보면 영영 복구가 안 되어 뇌전증(간질)으로 굳혀지게 된다.
그러다 인지가 어느 정도 발달하게 되면 놀람에 이어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혼자 방에 있다가 겁에 질리거나 보모나 다른 어른들의 폭력과 폭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폐아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아기를 키울 때 가장 조심할 점이 바로 아기가 놀라거나 겁을 먹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기의 방문을 꽝하고 닫는다든지, 물건을 떨어뜨린다든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등의 부주의로 아기가 경기를 일으키게 하면 자칫 뇌전증으로 평생 불행하게 될 수도 있다.
부부싸움이 잦거나 목소리가 우렁찬 부모를 둔 아이, 술주정뱅이집 아이들이 뇌전증에 잘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니 출산하기 전에 방문짝 테두리에 스펀지 같은 것을 대어 문을 여닫아도 쿵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말소리도 낮추어 아기를 절대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 당연히 반려견도 다른 집에 맡기고 창문도 잘 밀폐해서 바깥의 큰 소음이 들리지 않게 단속을 해야 한다. 천둥벽력이 치면 얼른 부모들이 아기를 감싸서 안심시켜줘야 한다.

예전에는 아기가 놀라면 약방에서 기응환(奇応丸)을 사다 먹였다. 일본에서 개발한 어린이 응급약으로 우황, 침향, 사향, 웅담이 들어간 아주 좋은 약인데 지금은 팔지 않는다고 하니 안타깝다. 혹 일본 여행가면 꼭 사다놓길 권한다. 서너 살을 넘긴 아동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지만 갓난아기에게는 효과가 탁월하다.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는 36만(2023년), 미국은 300만, 중국은 1,100만, 세계적으로는 6,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으로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와 정신질환의 폭발적 증가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뇌전증을 완치시키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안정제·항우울제·호르몬제 등으로 발작을 눌러 관리하는 것이 전부이다.
다행히 스파크를 일으키는 대뇌 부위가 수술하기 용이한 위치라면 전기인두로 그 부분을 지지는 치료법이 있다. 허나 그 지진 부분이 크면 해당하는 기억이 모두 상실되기도 하고, 다른 신경조직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으면 수술을 못한다. 해서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평생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발작을 하면 거품 물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약물로 스파크가 일어나도 발작을 경미하게 넘기도록 관리하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병이 완치되는 건 아니다.
두 달 전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이트가 중국시장을 뚫었으며 향후 수천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뇌전증을 근원적으로 고치는 약물이 아니라 기존 발작억제제보다 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약물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또 다른 치료약은 대마 잎에서 추출한 대마유 칸나비디올(CBD)이 있다.(식용 대마종자유에는 그런 효능이 없다.) 천연 약재로서 부작용은 덜하지만 먹을 때만 진정 효과가 있고 안 먹으면 다시 발작한다. 한 달치 약값이 600만 원을 초과하는 바람에 보험 적용이 까다로워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뇌전증이라 부르는 간질은 크게 경간(驚癎)과 풍간(風癎)으로 나눌 수 있다. 경간은 경기가 발전된 것이고, 풍간은 발달장애나 물리적으로 임독맥의 기혈 흐름이 원활치 않거나 신경조직에 문제가 생긴 때문이다. 다발성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이 대표적인 풍간이다.
한방에는 <안신환(安神丸)>, <청심환(淸心丸)>, <정백환(定魄丸)>, <소단환(燒丹丸)>, <삼간단(三癎丹)>, <박하탕(薄荷湯)> 등 전간(癲癎)에 대한 여러 처방이 있어 초기 증상에는 잘 듣는다고 한다. 응급처치법으로는 귀 뒤의 고골 부근에 푸른 무늬가 얽혀 있는데 이를 바늘로 따서 피를 내어 기(氣)를 통하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
신경세포 피막이 벗겨져 스파크를 일으키는 경간은 고쳐질 가능성이 있지만, 풍간은 그 원인부터 고쳐야 치료도 가능하다. 친척 중 경간을 하는 여중생 부모가 혼백차를 달라기에 주었더니 석 달 만에 나아버렸다. 석 달 동안 스파크를 안 하니까 인체의 자연회복력으로 피막이 입혀져 더 이상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10년이 넘어도 재발했다는 소식이 없다.
요즘 여러 연세 많은 한의원장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한방도 예전 같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 침과 뜸으로 유지를 하는데 그중에는 자기만의 특별한 장기를 지닌 훌륭한 분들도 있어 반가웠다. 역시 한의도 세분화·전문화·집중화를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 신성대 위원은 《혼백론》의 저자로,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1954년 출생. 16세에 해범 김광석 선생에게서 조선의 국기인 무예 십팔기(十八技)를 익힌 이래 40여 년 동안 십팔기의 전승과 보급에 힘써 왔다. 현재 (사)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회장으로 십팔기와 더불어 도인양생공을 지도하고 있다.
《혼백론》의 저자.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1954년 경남 영산(靈山) 출생하여, 16세에 해범 김광석 선생에게서 조선의 국기인 무예 십팔기(十八技)를 익힌 이래 40여 년 동안 십팔기의 전승과 보급에 힘써 왔다. 현재 (사)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회장으로 십팔기와 더불어 도인양생공을 지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