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생산성본부 회장의 CES 참관기

[최보식의언론=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중 SNS
박성중 SNS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 전시회)를 다섯 번째 찾았다. 익숙한 길인데도 이번에는 낯설었다.

기술이 낯선 것은 아니다. 기술이 '생활과 산업의 피부'까지 파고드는 속도가 낯설었다. CES는 늘 미래를 과장해 보여왔다. 그런데 올해는 과장이 아니라 '침투'였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가전을 비롯해 로봇, 농기계, 건설장비, 공장 설비, 물류 동선, 헬스케어 기기까지 AI가 물리 세계를 직접 움직이고 조작하는 '피지컬 AI'가 전시장 곳곳에서 실제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CES 혁신상 분석 역시 올해 핵심 트렌드의 중심을 '피지컬 AI'로 짚으며, CES가 B2C 중심 전시에서 B2B, 특히 산업용 AI·로봇ᄋ인프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한국의 존재감은 수치로도 분명하다. CES 2026 혁신상 수상 기업(제품) 370여 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 제품은 218개로, 전체의 약 59%에 달한다. 최고혁신상 역시 30개 중 15개가 한국 기업 몫이다. '혁신상 절반이 한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실제로 정부와 공공 채널에서도 CES 2026에서 한국의 혁신상 수상 비중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숫자도 의미심장하다. CES 2026에는 세계 160여 개 국가에서 4,300개 이상의 전시업체가 참여했고, 혁신상 출품작만 약 3,600개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853개 업체가 참가해 국가별 참가 기업 수 기준으로는 3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실제 수상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한국 산업의 역동성에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축하보다 경각심을 말하고 싶다. 현장에서 더 크게 다가온 것은 "누가 상을 받았는가"보다 "누가 일을 벌이고 있는가"였다. 

삼성, LG, 두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관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그중에서도 현대모터스의 전시는 자동차 회사라기보다 로봇 기업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제는 이동 수단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물리 세계를 자동화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인상이 분명했다. 

여기에 더해 인천에 기반을 둔 로봇 핸드(그리퍼/gripper) 전문기업 테솔로(Tesollo)가 선보인 20 자유도, 즉 인공관절 수준의 로봇손은 한국 중소기업 역시 피지컬 AI 시대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나는 이런 순간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를 본다. 기술은 이미 현장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세계 무대에서 '사업'의 언어로 번역할 역량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CES는 한국에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앞선 속도와 규모로 전시장을 채우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반면, 한국관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일부 부스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참가했다는 사실에 머문 채, 전시의 목적이 '전시'로 끝나버린 듯한 장면도 적지 않았다. 

부스의 숫자나 규모가 곧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쟁력은 부스의 면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오가는 대화의 밀도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속도에서 만들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JAPAN TECH'라는 이름의 공동 부스는 인상적이었다. 일본 중소기업 15곳이 모여 만든 이 부스는 음악을 틀고 맥주를 나누며 박람회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밀한 사업 설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공동 브랜드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유입된 관람객을 각 기업의 상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현장에서 곧바로 후속 미팅을 잡는 구조였다. 이들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 기술을 '팔리는 이야기'와 '팔리는 경험'으로 바꾸는 방식에 있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국제 박람회 지원을 여전히 '부스 비용 보조'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원의 목표를 '참가'에 두면 결과도 참가에서 멈춘다. 반대로 목표를 '수출·파트너십·투자'에 둔다면, 부스는 계약을 만들어내는 생산 설비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미국·일본·대만·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선별한 기업과 기술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처럼, KOTRA관, 서울관, 전남관 등 기관 단독 부스 지원을 과감히 줄이고 피지컬 AI,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헬스 등 세계 시장이 명확한 분야를 중심으로 한 '테마형 공동관'을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혁신상 수상관'(중소기업 위주)을 별도로 조성해 관심도를 집중시킬 필요도 있다.

둘째, 현장 운영의 중심을 행사 인력이 아니라 세일즈 인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통역과 안내만으로는 계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이어 리스트, 사전 매칭, 데모 시나리오, 가격ᄋ납기텮/S 체계까지 준비된 팀이 부스를 운영해야 한다.

셋째, 성과 기반 지원으로의 전환이다. '참가했으니 지원'이 아니라, 미팅·리드·MOU·POC·계약 등 단계별 성과를 만들어낼수록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지는 구조가 보다 공정하다.

'혁신상' 절반이 한국이라는 사실은 분명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 AI는 실생활과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고, 경쟁의 승패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실행과 사업화의 속도에서 갈리고 있다. 

CES 2026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섰다. 이제 남은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는 부스를 '지원받는 자리'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돈이 되는 혁신'을 세계로 수출하는 전초기지로 만들 것인가. 이 선택이 내년 CES의 성적표를,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생존 방정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제 CES는 대한민국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세계를 주도하는 경연장으로 바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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