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짠' '단짠' 음식 좋아하세요?
[최보식의언론=김동원 광주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원장('당신이 걷는 기다림의 길에, 희망한스푼' 저자]

나이가 들수록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몸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 됩니다. 젊을 때는 웬만한 식단도 버텨주던 몸이,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여파가 길어집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갑작스럽게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아주 조용히, 눈치채기 어려운 속도로 진행됩니다.
필자는 식습관을 종종 자연 현상에 비유합니다. 하와이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처럼, 처음엔 그저 뜨겁고 인상적인 풍경일 뿐입니다. 당장 내 집을 덮치지 않는 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용암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며 땅의 모양을 바꾸고, 어느 순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지형을 만들어 놓습니다. 식습관도 그렇습니다. 한 번의 선택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지만, 반복되는 선택은 몸의 구조 자체를 바꿉니다.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맛, 짠맛, 기름기가 동시에 자극을 줍니다. 이 조합은 뇌를 빠르게 만족시키고, "조금만 더"라는 신호를 만듭니다.
문제는 이 만족이 몸의 다른 장기들과는 상충된다는 데 있습니다. 혈관은 수축하고, 혈당은 급격히 오르내리고, 장과 간은 조용히 과부하를 겪습니다. 이런 부담은 통증이나 증상으로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특히 불에 직접 닿아 강한 열로 조리된 음식, 가공 과정이 많이 들어간 음식, 양념이 과한 음식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몸에 부담을 줍니다. 겉이 타거나 그을린 고기는 그 자체로 자극적인 부산물을 남기고, 가공육은 편리함 뒤에 숨은 염분과 지방의 누적을 남깁니다. 정제된 탄수화물에 기름과 양념이 더해진 음식은 혈당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흔들어 놓습니다.
어느 하나만 놓고 보면 "이 정도야"라고 넘길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한 식탁 위에서 자주 만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나"보다 "어떻게 먹고 있느냐"를 먼저 묻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매일 먹는 사람과 가끔 즐기는 사람의 몸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건강을 해치는 것은 음식 그 자체라기보다, 음식이 차지하는 빈도와 위치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자극적인 음식을 끊고 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다짐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대신 방향을 조금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에 태우는 조리법보다는 열을 완만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양념은 듬뿍 바르기보다 향을 더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가공된 단백질이 차지하던 자리는 덜 가공된 식재료로 천천히 바꿔나가면 됩니다. 중요한 건 극단적인 변화가 아니라, 몸이 부담을 덜 느끼는 쪽으로의 이동입니다.
식단을 짤 때 저는 늘 접시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절반은 채소로 채우고, 나머지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나눕니다. 밥은 예전보다 조금 줄이고, 국물은 습관처럼 들이켜지 않게 의식적으로 남깁니다.
간식과 음료는 배고픔을 달래는 수단이 아니라, 혈당을 흔들지 않는 보조 역할로 격하시킵니다. 이렇게만 해도 몸은 분명히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건강한 식사는 강한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환경의 결과입니다.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식탁 위에 기본으로 올라오는 음식이 무엇인지가 선택을 대신해 줍니다.
오늘 한끼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가장 자극적인 선택 하나를 덜어내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쌓이면 어느 날 몸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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