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상 전쟁이 아닌 '형사사법 집행'의 프레임으로 국가원수를 겨냥한 매우 이례적이고 논쟁적인 선례

[최보식의언론=김요셉 기독교한국 대표(평택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백악관 릴리스
백악관 릴리스

과거 국제질서에서 타국의 국가원수를 체포하거나 압송하려는 시도는 곧바로 주권 침해 혹은 사실상의 전쟁 행위로 간주되기 쉬웠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밀매와 조직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전면적 군사 공격이 아닌 형사사법적 형식으로 신병을 확보한 사건은, 형식상 전쟁이 아닌 '형사사법 집행'의 프레임으로 국가원수를 겨냥한 매우 이례적이고 논쟁적인 선례를 보여준다.

이 사건의 핵심은 상대 국가 전체를 '적국'으로 규정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권의 수반을 국가원수인 동시에 중대 범죄 피의자로 간주하고, 국가 간 분쟁의 프레임을 전쟁에서 개인에 대한 공권력 집행으로 옮기려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국가가 아닌 범죄자를 겨냥한 형사사법 집행이지만, 현직 국가원수에게 타국 국내법원의 형사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관습국제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국제법 학계와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국가원수 면책과 주권 침해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초강대국 미국이 “국가원수의 지위가 중대 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자동 면제하지는 않는다”는 규범을 앞세워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낸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질서 내부에서 보면, 이 문제는 한층 더 특수한 구조를 가진다. 헌법 제3조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며, 헌법재판소와 다수의 헌법학적 견해들은 북한 정권을 국제정치 현실과 별개로 “대한민국 영토 일부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반국가단체, 불법 지배 집단”으로 이해해 왔다.

이 전제에서 북한 지도부는 외국의 합법 정부라기보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사법권이 미치고 있어야 할 영역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자국민을 지배하는 불법 권력의 수뇌부에 해당한다.

이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거나, 그 핵심 인물들을 체포·기소·처벌하는 것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에 대한 치안·형사사법권을 회복하는 행위로 이해된다. 국내법적으로는 북한 정권을 별도의 주권국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 영토 내 불법 점유 세력에 대한 형사사법 조치를 두고 주권 침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도출된다.

그러나 국제법·국제정치 현실에서는, 북한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다수 국가에게 사실상 '독립 국가'로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자국 헌법 논리를 국제무대에 그대로 투사해 북한 지도부를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 내 범죄조직 수괴로만 다루려고 한다면, 외부에서는 이를 타국 주권·정권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 이 이중 구조 때문에, 국내 헌법 질서에서의 명분과 국제무대에서의 수용 가능성 사이를 조율할 수 있는 정교한 국제법적 우회 경로가 필요하다.

그 돌파구 가운데 하나가 반인도범죄와 인권 프레임이다. 핵심은 북한 지도부를 정치적 상대나 체제의 대표자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 자국 주민을 조직적으로 학대·살해한 '개인 범죄 주체'로 재규정하는 데 있다.

첫째, 개인 책임의 분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 대규모 기아, 공개처형, 고문과 강제노동 등을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고, 최고지도부를 포함한 책임자들이 국제형사법상 개별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접근은 북한 체제 전체나 국가 자체를 일괄 단죄하는 대신, 구체적 범죄 행위를 지시·관리한 개인들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며, 외형상으로는 체제 전복이 아니라 범죄 책임 추궁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둘째, 보편관할과 국제형사 메커니즘의 활용: 반인도범죄는 더 이상 한 국가의 내정 문제로만 간주되지 않고, 일정한 범위에서 국제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범죄로 인식된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시리아·르완다 등에서 반인도·전쟁범죄에 대해 보편관할을 행사한 판례를 축적해 왔고, 학계·정책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틀을 북한 사례에도 적용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자는, 특정 국가의 국적이나 범행 장소만을 이유로 영원히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원칙이 점점 더 실무와 판례 속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국제 공조의 확장성: 반인도범죄·인권 프레임은 대한민국 단독 주장이 아니라, 유엔 COI 보고서, 유엔 총회의 대북인권 결의, 주요 인권단체들의 보고서, 그리고 보편관할을 논의한 학술·정책 연구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로써 북한 지도부에 대한 형사책임 추궁은 특정 국가의 안보 이해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인권·형사 정의의 문제로 자리매김될 수 있고, 외교적 지지와 실무 협력을 끌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군사적 충돌 없이도 체제 핵심을 압박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명분 측면에서, 이는 주권 침해나 침략이 아니라 인권 수호와 국제형사 정의의 집행으로 제시될 수 있으며, 도덕적·법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국제사회의 공개적 반발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체제 내부에 가해지는 심리적·정치적 압박이다. 북한 엘리트들과 중간 간부들에게 지도부의 범죄적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자신들도 언젠가 국제 법정의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될 경우, 충성 경쟁은 약화되고 책임 전가와 내부 불신, 잠재적 이탈 요인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법적 고립과 개인적 위험 인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체제 결속을 흔들고 균열 가능성을 키우는 압박 수단으로 작동한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중국·러시아의 보호, 엘리트들의 외부 탈출 통로, 내부 정보 차단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해 크게 제약될 수 있으므로, 체제를 자동으로 무너뜨린다기보다는 체제 유지 비용과 내부 긴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유력 수단 정도로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엄밀하다.

정리하면, 마두로 사례가 보여 준 국가원수에 대한 타국의 형사사법 절차 적용이라는 이례적 시도,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하는 북한 정권은 국가라기보다 불법 점거 세력이라는 내부 명분, 그리고 반인도범죄·인권이라는 국제적 공통 언어를 결합할 때, 북한 지도부에 대한 형사사법적 책임 추궁은 군사 행동보다 낮은 강도의 수단이면서도, 국제법적으로 일정 수준 설득 가능한 전략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것은 국가원수도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면 영원히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전면전이 아닌 법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체제의 핵심을 장기적으로 압박하는 경로다.

다만, 마두로 사건 자체가 현직 국가원수 면책에 대한 국제법 논쟁을 불러일으킨 논쟁적 선례라는 점, 그리고 북한의 특수한 국제정치적 위치를 고려할 때, 이 전략은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는 동시에 세심한 법리 구성과 외교적 조율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고난도 옵션이라는 점을 함께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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