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삼성전자고 내년이 새로운 변곡점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삼성전자에는 3개 부문이 있다. 가전제품 부문, 핸드폰 부문, 그리고 반도체 부문이다. 각 부문 내에 여러 제품 사업부로 나뉜다.
원래 가전, 통신과 반도체는 별개의 법인이었다가 1988년에 삼성전자 한 회사로 통합되었다. 즉 2개의 제품 부문과 1개의 부품 부문으로 구성된 것이다.
삼성반도체 부문 경우 사업부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으로 나뉜다. 삼성디스플레이 경우는 거꾸로 삼성전자의 LCD사업부였다가 2015년에 별도 법인인 삼성디스플레이로 분리된 경우다..
이렇게 한 기업이 공급망의 상하관계에 있는 부품 제조, 생산, 유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을 경영학 용어로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수직계열화가 잘된 대표적기업들이다.
반대개념으로 업계의 비슷한 회사들을 인수합병하여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수평계열화(Horizontal Integration)"라고 부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한 것이 대표적 예다.
필자 개인 생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SDI도 모두 삼성전자에 통합시켜 수직계열화시키면 비용이 더 절감되고 물류비용도 덜 들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수직계열화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수직계열화가 되면서 애플, 엔비디아 등 거래선들이 고객인 동시에 경쟁관계가 된다. 반도체 경우만 보면 삼성전자는 팹리스(설계)부터 메모리, 파운드리(제조), 패키징까지 내부에서 이루어지니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삼성전자가 팹리스에서 경쟁사인 동시에 부품 공급처, 그리고 위탁생산업체인 것이다.
빅테크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사의 기술 유출의 우려 때문에 삼성 부품 구매나 칩 생산의 위탁생산(파운드리)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핸드폰에서 애플이 대표적 경우였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애증의 관계다. 특허 문제로 법정에서 끊임없이 소송을 했고 핸드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어 경쟁하는 관계인 동시에 핸드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구입해 사용하는 복잡한 관계다.
만일 삼성전자가 경쟁관계가 아니었으면 생산도 삼성전자에게 위탁생산 시켰을 것이다.
참고로 애플은 중국에 있는 대만의 폭스콘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핸드폰의 TSMC라고 보면 된다.
만일 애플에게 다른 대안이 있었으면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에서 부품 소싱을 했을 것이다. 품질과 가격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전자 계열사들 만한 회사가 없으니 울자 겨자 먹기 식으로 삼성제품을 사용했다.
필자가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공급할 때 애플은 보안에 엄청 신경을 썼다. 비밀유지 계약서에 사인해야 했고 보안여부를 수시로 체크를 하였다. 심지어 우리가 삼성전자 직원들을 일체 만나지 말라는 조항까지 들어 있었다.
그래서 대안을 찾기 위해 애플은 중국 부품업체들에 대규모 투자를 하여 삼성제품과 더불 소싱을 시도했다. 필자가 근무할 때만 해도 애플 핸드폰의 삼성 부품 비율이 아주 높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 파운드리를 외면했던 이유는 삼성반도체의 파운드리가 생산 수율 문제도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제품판매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까지 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전자라는 경쟁자에게 기술 유출을 우려했다. 삼성전자 수직계열화의 많은 단점이 노출되어 수직계열화가 더 이상 전자산업에 맞지 않는다는 회의까지 들었다.
TSMC가 설계는 안 하고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반도체 업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수직계열화된 삼성전자는 단점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에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가 신설된 이후로 물량 부족으로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텅텅 비니 매년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수천억 원 심지어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추락은 HBM 생산 수율보다는 파운드리사업부 때문이었고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파운드리사업을 별개 회사로 독립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심지어 파운드리를 포기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재용 회장은 절대 파운드리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대대적인 개편을 하여 오히려 강화시켰다.
그런데 차세대 칩인 HBM4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며 반전이 일어난다. 수직계열화시킨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이 갑자기 엄청난 장점으로 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부터 패키징까지 한 회사 내에 수직계열화된 전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다.
내년부터 구글/브로드컴과 AMD 등 여러 회사가 삼성전자에게 HBM4부터 턴키방식으로 일임하려 하기 때문이다. 구글/브로드컴이나 AMD 등은 설계지원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든 과정을 삼성전자에게 맡기려고 협의 중이다.
만일 이렇게 되면 한 공장에서 설계지원,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이루어져 시간과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부서까지 같이 있어 즉각적인 현장 지원이 가능하니 엄청난 효율이 생긴다. 아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계획했을 때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알다시피 SK하이닉스는 단순한 메모리 생산업체고 TSMC는 파운드리/패키징 회사다. 즉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을 GPU생산을 위해 TSMC로 옮겨야 한다. 여기에서 비용 및 시간이라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는 SK하이닉스, TSMC, 엔지디아로 연결되는 가장 약한 연결고리고 때때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R&D가 멀리 있으니 응급상황 시 즉각 현장지원이 어렵다.
전문가의 의견을 그대로 옮기면, 기존의 HBM3E까지는 HBM의 베이스다이가 그냥 데이터 통로라 메모리 공정으로 만들면 단순히 끝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AI모델이 커지며 데이터 폭주가 오고 HBM4부터는 이 베이스다이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기존 방식으로 병목현상의 해결이 불가능해 베이스다이 맨 밑바닥에 파운드리 로직 공정이 들어가야 한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가 없어 메모리 생산공정 중간에 미완성 상태의 메모리를 일단 TSMC로 보내 베이스로직을 심은 후 다시 SK하이닉스로 돌려 보내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물류시간과 비용 그리고 비효율이 엄청 나다. 그리고 HBM3E까지는 개발경쟁이 제한된 공간 내에 누가 더 많이 층을 쌓느냐는 적층 구조 싸움이었지만 HBM4부터는 미세공정, 발열, 전력효율의 싸움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한 공장에 모든 기능이 있으니 모든 과정이 한 번에 해결이 된다. 엔비디아가 구글, 브로드컴 삼성전자의 삼각동맹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구글의 TPU가 GPU보다 성능과 가격에서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하니 엔비디아, SK하이닉스, TSMC 삼각 체제의 독점시대는 저무는 듯하다.
인공지능의 칩인 HBM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삼성전자가 바뀐 패러다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
얼마 전에 마이클 버리가 AI버블을 주장하며 엔비디아 같은 AI 빅테크기업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그런 주장의 배경에 AI기업들이 엔비디아 GPU의 감가상각을 5년으로 상계하여 AI기업의 이익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을 비롯해 엔비디아 경쟁사들이 GPU보다 더 성능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GPU라이프사이클이 잘해야 1~2년밖에 안 나가니, 감가상각을 5년이 아닌 1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구글이 더 좋고 더 싼 TPU를 발표하니 마이클 버리의 주장이 맞는 거 같고, 구글의 TPU동맹이 점점 강력해지니 엔비디아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엔비디아의 GPU동맹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삼성전자고 내년이 새로운 변곡점이 되어 삼성전자 반도체는 재도약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삼성전자 주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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