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화된 포퓰리즘’ 혁명 언어를 쓰면서 체제 유지

[최보식의언론=김요셉 기독교한국 대표(평택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채널A 캡처
채널A 캡처

이재명 정권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수사학으로 자신을 정당화한다. 선거 과정과 집권 이후 연설·정책 담론에서 반복되는 것은 기득권·엘리트에 맞선 민중/서민의 정치, 불평등과 부정의를 교정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라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을 실제로 떠받치는 지지세력의 구성은 이들의 언어가 암시하는 하층 서민 일색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전통적 민주당·진보 지지층에 더해, 계엄과 탄핵 정국을 계기로 신규 편입된 중도·일부 보수층, 그리고 자산·시장 안정에 민감한 상위 중산층이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중도층·영남 지역에서의 상당한 지지와, 과거 조사에서 확인된 고소득·고자산 계층의 민주당 선호 경향은, 이 정권의 지지 연합에 자산·시장 의존 계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연합은 소위 "극우·군부"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산과 경제적 지위를 방어하고자 하는 정치적 수요를 정권에 투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재명 정권은 "민중을 대리한다"는 자기 서사와, "자산·안정을 요구하는 중산·자산 계층을 핵심 기반으로 한다"는 현실 사이에 놓여 있다. 

이 간극이 단순한 메시지 불일치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제약조건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정권은 필연적으로 급진적 언어와 온건·체제 유지적 실천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로 수렴하게 된다.

포퓰리즘과 재정 건전성 사이의 양방향 봉쇄 재정정책에서 이 이중성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은 총 지출 약 728조 원, 전년 대비 8%대 증가라는 초슈퍼 예산으로 편성되었고, 그 결과 국가채무는 1,40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51.6%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임기 내 국가채무 비율을 60%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중기 재정계획에서는 2029년경 58% 수준까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복지·소득지원·지역 SOC 중심의 확장 재정은 야당으로부터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예산", "빚더미 예산"이라는 공격을 받는 동시에, 하층·취약계층을 향한 분배·경기 부양이라는 명분을 제공한다.

정치경제 구조를 보면, 이는 단지 포퓰리즘 남용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5년 1분기 47%대를 기록한 데 이어,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추가 상승이 유력한 상황이며, 가계부채 비율 역시 GDP 대비 약 90% 수준에서 여전히 높은 상태다.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수요 증가, 성장률 둔화, 이미 높은 민간·공공부문 부채가 겹쳐 있는 구조에서 재정 팽창은 단기적으로 민생과 기반시설에는 일정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채금리 상승, 신용등급 하향 압력, 외국인 자금 이탈, 환율 불안의 형태로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이 불안의 비용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집단이 바로 자산·투자 비중이 높은 상위 중산층과 자산 계층이며, 이들은 이재명 정권 지지 연합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따라서 정권은 두 방향 모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복지 축소와 긴축을 선택하면 하층·민중을 향한 이념적 정당성이 약화되고, 급진적 재분배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반대로 재정 팽창을 지속하면 재정 파탄ᄋ재정 포퓰리즘 비판과 함께, 시장금리·환율·국가신용 악화로 지지 연합 중 자산·시장 의존 계층의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 이 양 방향 봉쇄 속에서 재정정책은 구조 변혁이라기보다, 선심성·단기성 지출과 상징적 재정준칙 논의를 병행하는 타협적 포퓰리즘에 머무르게 된다. 

이 점에서 이재명 정권의 재정은 민생 포퓰리즘과 채권시장 안정 사이에서 상호 인질로 묶인 구조적 딜레마에 갇혀 있다.

통화·금융 분야에서는 서민 보호라는 언어와 자본시장 선진화·ᄋ밸류업이라는 목표가 동시에 추진된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중심 가계자산 구조를 바꾸겠다며, 주식·자본시장 활성화를 국정 방향으로 제시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 프로그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략을 강조해 자본시장 신뢰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식·가상자산 등 대체 투자처를 육성해 "집값은 억누르고 주식은 띄우기"를 도모하는 전략은, 자산 인플레이션의 축을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옮기려는 의도와 연결된다. 

동시에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 안정, 주택담보대출 규제, 청년·취약계층 대상 정책금융·저리 대출 확대, 채무조정·빚 탕감 프로그램 등 포용금융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이는 명백히 서민·청년·취약계층 보호의 언어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통화·금융정책의 핵심 우선순위는, 자본시장 신뢰를 유지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며, 환율·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데 놓여 있다. 

금융·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표면적으로는 한국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위한 의제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 상위 중산층의 금융자산 수익률과 직결된다. 

포용금융과 채무조정은 서민 기반의 사회적 안정장치이지만,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를 줄여 자산시장 붕괴를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통화·금융정책은 서민을 위한 것처럼 설계된 자산시장 안정 정책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재명 정권은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실제 전략 기조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실용 외교에 가깝다. 출범 초기 정책 청사진을 보면,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초로 삼되,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유연한 노선을 표방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압박, 대중 봉쇄 기조, 방위비·통상 협상에서의 강경 태도 등은 한국이 실질적인 "안미경중"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외생 변수로 작용하였다. 

관세·통상 협상, 방위비 분담, 미사일 방어, 주한미군 역할 등의 쟁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은 곧바로 금융시장 불안·투자심리 악화·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이는 수출ᄋ자산ᄋ외화 금융에 의존적인 계층의 이해와도 맞물린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반미·자주·민족주의 담론이 일정 부분 동원된다. 특히 보수 정권 시기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대중 강경 기조에 대한 반발은, 이재명 정부 지지층과 진보 진영에서 중요한 정서적 자원이다. 

그러나 금융·무역·안보 구조를 고려하면, 정권이 실제 정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다. 이때 정권의 선택을 결정짓는 것은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지지 연합 중 중도·자산·수출 의존 계층이 요구하는 금융안정·무역환경 유지·안보 리스크 최소화라는 물적 이해다. 

이제 전체 구조를 다시 정리해 보자. 

이재명 정권의 담론적 차원은 분명히 반시장·반기득권·민중 중심에 가깝다. 재정 확대, 복지·소득지원 강화, 금융·채무조정, 외교·안보에서의 자주성 강조 등은 모두 서민층의 삶을 개선하고, 기득권의 특권을 제어하겠다는 약속으로 서술된다. 

그러나 행동적 차원에서 정권이 선택하는 정책은, 재정 건전성의 최소 한계선 유지, 자본시장 신뢰와 자산가격 방어, 가계부채·부동산 리스크 관리, 한미동맹 중심의 안보·통상 질서 유지라는 목표에 수렴한다. 

이 괴리는 우연한 것이 아니라, 정권을 떠받치는 지지 연합의 물적 이해에서 비롯된다. 하층·민중을 향한 이념적 정통성은 급진적 언어를 요구하지만, 정치적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는 상위 중산층·자산·수출 의존 계층은 시장·자산·동맹 질서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이 두 요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한, 정권은 혁명적 언사를 유지하면서도 체제 유지적 정책을 반복하는 이중적 균형에 고착될 수밖에 없다. 이 균형은 단기적으로는 광범위한 소위 "반극우·반계엄" 연합을 묶어 세우고, 자산·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배 정의와 구조 변혁이라는 집권세력의 이념적 정체성으로 표방된 목표의 실행을 구조적으로 지연·무력화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재명 정권은 "구조적으로 온건화된 포퓰리즘 정권" 또는 "혁명 언어를 사용하는 체제 유지형 정부"로 규정될 수 있다.

정권의 자기모순은 개인의 의지나 리더십의 결함을 넘어, 자본주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포퓰리즘 정부가 직면하는 보편적 난점, 즉 민중을 호명하면서도 자산·시장·동맹 질서에 구속되는 딜레마의 한국적 구현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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