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모든 협상들은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이 초래한 대가'라는 현실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2025년 7월 31일, 한미 간 관세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일부 언론은 이를 "협력의 진전"이라 포장했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복합적이고 날 선 '전략 게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분쟁의 해소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거래적 동맹관계"의 전형이자, 한국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을 전략 지렛대로 삼아 한국 정부를 몰아세운 결과물이다.
많은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들이 미국을 베껴 먹었다(ripped off)"는 원색적 표현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국제질서의 보증자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깡패처럼 몰아붙이는 듯한 행태에 혼란을 느낀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세계 금융질서를 설계하고 40%에 달하던 세계 GDP 비중을 휘두르던 미국이 이제 25% 수준 전후로 내려앉자, 잃어버린 지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되찾겠다는 태세로 전환하고 패권을 유지하고자 발버둥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대목은, 대선 직후 제기하고 모스 탄 전 국제사법형사대사를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그 여파다. 트럼프 진영이 이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한국 정권의 정통성에 균열을 가하고,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협상력을 무력화시키는 전술로 삼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통성 논란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채워 협상에서 수세적 자세를 유도한 것은,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트럼프의 협상술은 대화보다 위협과 불신 조장, 약점을 겨냥한 압박을 즐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높은 관세 인하를 약속 받는 대신, 다음과 같은 '보이지 않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 관세 재조정 협정: 미국은 한국에 대해 농산물, 에너지, 반도체 등 전략물자에 대해 15% 안팎의 관세 우대를 요구하면서도, 자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유지하고 있다. 양국간 체결된 FTA를 무력화시켰다.
- 에너지 투자 1,000억 달러 약속: LNG 수입, 미국산 셰일가스 및 원유 비축과 같은 항목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한국 에너지 수급 전략에 심각한 종속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 3,500억 달러 투자펀드 동참: 미국 인프라 및 제조업 재건을 위한 공동 투자 명목이지만, 한국 기업과 자본의 '미국 안착'만 부추길 뿐, 본국 산업 기반 강화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 한미 정상회담 제안: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포섭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얼핏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정받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수 있다. 미국은 전략적 약점을 간파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이재명정부의 미국 승인받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결코 대등한 협상이 아니며, 민주적 정통성이 흔들린 상태에서 국가이익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구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협상들이다.
-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이미 1조 원을 넘어선 방위비 분담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자"라고 공언해왔고 현금 인출기라고 폄하했으며, 최소 50% 이상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기존의 대북억제 중심에서 대중국 견제 축으로 역할과 임무가 변경되며, 한국이 체류비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도 이에 따른 비용 및 위험부담은 한국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
- 전력 전개비 증액: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와 훈련 참여 등에도 더 많은 한국의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모든 협상들은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이 초래한 대가'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는 한 개인이나 정권의 것이 아니다. 국민이 선택한 정권이라 하더라도, 정당성이 약한 정권의 외교는 늘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인정을 받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국익 중심의 협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조급하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미국 측의 강경한 협상 카드를 부추기는 자충수가 된다.
무엇보다도 국민은 알아야 한다. 국가는 선택의 결과를 반드시 책임진다. 선거를 통해 어떤 정부를 선택했든, 그 결과로 주어지는 청구서는 그 자체로 국민이 짊어져야 할 현실이다. 문제는 그 선택이 옳았는가가 아니라, 그 선택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교훈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청구서는 관세가 아니라, 동맹의 본질, 주권의 가치, 그리고 국가경영의 진정한 무게를 묻고 있다. 우리는 이 청구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지금 이 정부는 감당할 자격이 있는가?
#한미관세협상 #이재명정부 #트럼프외교 #FTA청구서 #정통성논란 #국익후퇴 #방위비분담금
관련기사
- '노무현 불량품'과 '한미 FTA 매국송' 불렀던 그들의 뻔뻔한 변신?
- 전봉준투쟁단은 제3의 '남태령 대첩' 준비해야 되지 않나?
- 트럼프에게 소위 '눈탱이'를 얻어맞은 한국 협상단!
- '양키 고홈' 김민석 총리兄, '일본과 같은 15%' 타결에 어떤 반응?
- 관세협상 15% 타결...대통령실의 일문일답
- “한미훈련 중단” 정동영 장관의 망언에 부쳐...예비역장성의 격문
- 합성오류로 '프랑켄슈타인' 괴물로 변해가는 이재명 정부
- 기다리는 트럼프는 왜 오지 않는가?... 그 5가지 이유
- 논란을 불러온 화제의 조선일보 社說...중국 공산당식 경제 찬양?
- 트럼프, '한국' 콕 찍어 또 관세 25% 협박...바깥에선 어떻게 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