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조급증으로
[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의 그 밤 이후 집권당 지지자들은 장탄식을 터뜨렸다.
‘6개월만 기다리면 이재명 대법원 판결이 나올 텐데 왜! 대체 왜 그런 거야! 아무 것도 안 하고 용산 대통령실에 앉아서 숨만 쉬고 있었어도 야당 대표는 다음 여름 전에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 박탈됐을 거고, 이재명 일극 체제 민주당은 우왕좌왕 난파선 신세가 됐을 텐데 대체 왜! 왜 그랬냐고!’라는 탄식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조급증으로 자신의 뜻대로 안 되는 ‘반국가세력’을 한 방에 쓸어버리려 했던 비상 계엄의 결과는 무엇인가.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고 헌재심판으로 탄핵될 것이며 수사 받고 형사 법정 재판을 거쳐 상당 기간 수감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조급함, 자신의 과격한 무리수와 판단 착오로 자기 눈을 찌르고 자기 목을 조른, 헌정 사상 가장 불행하고 가장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지금 비상 계엄 선포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2025년 1월이 되니 야당 지지자들이 탄식을 터뜨릴 차례다.
‘앞으로 이 정권 임기는 길어야 180일만 기다리면 끝날 텐데 대체 야당은 왜 이 시기를 진중하게 기다리질 못 하는 거야?
왜 저런 조급한 점령군 행세로 보수를 결집시키고 이미 정치 생명 끊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여주는 건가?
2년 반이나 남은 임기를 제 손으로 뚝 꺾어 부러뜨려서 홀라당 넘겨준 윤석열의 바보 짓거리가 너무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꽁꽁 숨기고, 대통령실이 자초한 혼란과 위기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당정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숨만 쉬고 있다 보면, 그러다 보면, 이 지경이 되어서도 대통령 탄핵을 막아보겠다고 국민 민심에 반하는 소리나 찍찍 해대는 국힘당을 가뿐히 대선에서 이기고 정권을 잡을 텐데 왜?’라는 탄식이다.
대체 왜 차분히 기다리질 못 하고, 우리 말 안 들으면 다 탄핵이라는 패악질을 부리며 한덕수 총리 탄핵하고 최상목 권한대행도 탄핵 겁박하고, "내란의 잔불을 끄겠다"면서, 윤대통령 변호인 측 의견은 뉴스에 보도하지 말라는 둥, 윤 대통령 지지율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는 고발하겠다는 둥, 해괴한 파시스트 주장을 하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도 없는 대통령을 굳이 체포하고 구속시키겠다고 수사권도 없고 수사 능력도 없는 공수처가 체포 소동 헛발질을 반복하게 만드는가, 말이다.
민주당이 왜 그렇게 조급한지 모르는 사람은 물론 없다. 이재명의 2심 재판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기 때문이란 걸 누구나 안다.
비상 계엄 선포를 통해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국정 운영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윤석열의 거대한 착각이었던 것처럼, 야당이 시키대로 안 해주면 탄핵으로 다 목 날린다는 무소불위 권한을 흔들어 입법, 행정, 사법 기관을 통제하고 윤석열을 신속히 체포, 구금하면 이재명 판결 전에 일사천리로 대선 승리 정권 교체가 될 거라고 믿는 것도 이재명과 민주당의 똑같이 어리석은 착각이다.
"지금이 공자왈, 맹자왈, 선비질 할 때인가. 저들은 정상적 인간들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극악무도한 무리를 상대로 이기려면 우리가 더 강하게 더 세게 공격해야 한다"라는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한 편은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감옥행을 앞두고 있고, 다른 한 편은 내란 잔당 소탕하는 점령군 권력에 도취해 깨춤을 추다가 역풍을 맞는 중이다.
상대방을 극악무도한 악의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저들을 소탕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 밟아 죽이겠다고 함부로 설레발 쳤다가는 제 도끼로 제 발 찍고 초가삼간 날리기만 한다는 교훈을 양쪽 다 이제는 배울 때가 되지 않았나.
그 교훈을 깨달은 세력을 중심으로 모여 다음 대선을 먼저 준비하는 쪽이 국민의 마음을 얻어 대권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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