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관찰인생] 그건 천상의 소리였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폭포같이...

[최보식의언론=엄상익 논설위원]

CBCjoy, TV에술무대 캡처.
박종호 씨(왼쪽)와 조수미 씨(오른쪽)CBCjoy, TV에술무대 캡처.

내가 오십대 쯤이었다. 음악방송을 듣고 있는데 한 남성 가수의 목소리에서 강한 영혼의 떨림을 느꼈다. 단순한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건 천상의 소리였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폭포같이 내 마음의 계곡으로 물거품을 일으키면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어떤 가수인지 알아보았다. 대중가수가 아니었다. 

음반점으로 가서 그의 노래가 담긴 CD들을 전부 샀다. 그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니까 나의 상상과 달랐다. 천사의 모습을 상상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그랗고 작은 색안경을 쓴 뚱보의 모습이 어떤 코미디언과 닮은 것 같았다. 그의 노래를 매일 집과 사무실에서 틀어 놓았다. 그의 노래에는 하나님이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나의 영혼에 가득 낀 먼지들이 촉촉하게 젖으면서 깨끗하게 씻기는 것 같았다. 그 무렵 텔레비젼 드라마를 보다가 우연히 가슴을 울리는 주제곡을 들었다. 맑고 고운 음성을 가진 여성의 목소리였다. 마음 골짜기까지 울림을 주는 감동의 목소리였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까 조수미라는 최고의 성악가가 부른 노래라고 했다.

무식한 나의 주관적 평가일지는 몰라도 나는 조수미 씨의 드라마 주제가 보다 복음성가를 부르는 가수의 노래 속에서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오십대 중반쯤 우연히 한 작은 교회에서 내가 감동을 받았던 복음성가 가수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의 노래를 실제로 들었는데 의외로 영혼을 흔드는 예전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노래하는 사이사이에 자신의 신앙 간증을 했다. 그중 이런 말이 있었다.

"저는 조수미와 예술고등학교 다닐 때 일등을 다퉜습니다. 저는 서울대 음대에서 A학점을 받아 실기에서 전설적인 인물이 됐어요. 제가 대학 4학년 때 예수를 영접하고 세상의 인기는 배설물로 여기기로 했어요. 똥으로 안거죠. 저는 그때부터 복음성가 가수가 되어 돌아다녔어요. 교인 두 명만 있는 시골교회에 가서도 노래를 불렀어요. 또 미국에 가서 한국인 여자 집사 스물다섯 명이 있는 교회도 갔어요. 그 여성들은 한국전쟁 때 알게 된 미군병사를 따라 미국으로 와서 평생을 청소부로 지내면서 가난하게 살고 있는 분이에요. 그런 가난 속에서도 그 분들은 제 CD를 몇 세트씩 사주더라구요. 좋은 일을 한다고 말이죠."

그의 신앙적 열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늘이 느껴졌다. 목소리에도 회의가 섞여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가 말을 계속했다.

"전 말이죠 한국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복음성가 가수가 됐어요. 그런데 말이죠. 요즈음 세상에서 누구에게 소개될 때 내 이름이 아니라 조수미의 친구로 발표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럴 때는 그전에 똥으로 알았던 것에 대해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그의 회의를 느끼는 것 같았다. 뜨거운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걸려 넘어지는 장애물이 그런 것 아닐까. 그가 덧붙였다.

"제가 아는 믿음의 선배가 있어요. 영어와 아랍어에 능통하죠. 그 선배는 선교활동을 하면서 16년간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 살았죠. 그런데 이제는 풍이 와서 오른쪽이 마비됐어요. 말도 잘 안 돼요."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뜨거운 믿음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들일수록 그런 회의가 휘몰아칠 때가 있을 것 같았다. 성경 속에서 사도 바울은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세상에서의 운명을 뭐라고 말했던가. 쓰레기라고 했다.

바울의 마지막은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 장면이었다. 그를 따르던 데마라는 인물마저 세상 향락을 찾아 떠났다고 한탄하고 있다. 예수를 따르면 명예와 인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서 인간은 걸려 넘어지는 것 같았다.

나도 인생 칠십 고개를 넘도록 살아오면서 종종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정말 하나님은 존재하는 것일까. 하나님이 나를 방치하는 것 같은 메마른 느낌이 들 때도 많았다. 그 가수의 얘기를 듣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분에게 물어보았다.

'저 가수의 좌절과 회의에 대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저 가수의 마음을 보거라. 나를 위해 찬송해 주다가 지금은 슬며시 사람들이 자기를 받들어 주기를 바라고 인기를 얻고 싶은 게 아니겠느냐. 나는 그가 나를 위해 노래할 때 그의 목소리 속에 존재했다. 그가 세상의 인기를 똥으로 알겠다고 했다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깨달았다. 자기가 죽어야 하는데 그는 아직 덜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분은 세상 끝날까지 걸려 넘어지지 말라고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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