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필자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이므로 바로잡습니다

[최보식의언론=최보식의언론 ]

본지 2024년 1월 29일 ‘책을 또 다 버리지 못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편집진의 실수로 필자 이름이 신광조 객원논설위원으로 잘못 게재된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실제 그 글의 필자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이므로 바로잡습니다. 백 대표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리고 향후 신문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다음은 해당 글의 전문입니다.

새해를 맞아 결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주로 십 년 넘게 읽지 않았던 책들입니다.

활자도 작아졌고 표지도 누렇게 색이 바랬지만 힘들었던 시기 적지 않은 위안을 준 책들이기에 결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읽지 않으면서 언제까지 쌓아둘거냐. 이제 과거를 그만 놓아 주라.”는 아내의 충고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버리지 못하는 저와는 반대로 아내는 늘 정리를 잘합니다.

옷을 살 경우 미리 버릴 것을 골라놓습니다.

책을 버리는 것이 저에게는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이지만 아내는 감명 깊게 읽은 책 조차 미련 없이 버립니다.

어렵게 결심을 하고 나니 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배지와 우표, 외국동전, 그림엽서, 사진, 편지가 집안 곳곳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큰맘 먹고 서재를 정리하다 잡다한 것들을 보관할 가방이 필요해졌습니다.

다락방에 있는 정체 모를 가방을 열어보니, 이게뭐야, 시집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주 켜켜이 먼지를 이고 있던 책들을 솎아내 버렸는데 여기에 또 책들이 있네.

이제 이 시집들도 정말 버릴 때가 되었구나.

여기에 두고도 한번 찾은 일이 없으니 떠나보낼 때가 되었지. 그러면서 그 시집들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김지하 시집들. 이걸 소중하게 읽었던 때가 있었구나. 학교 앞 복사 집에서 맘졸이며 김지하 책을 제본해 몰래 돌려봤었지. 되돌아보니 그 시간이 아깝구나.

청계천 헌 책방을 뒤져 산 동창 곽재구 시집, 너무 바래 이미 연이 다했나보다, 그 책에도 미련을 두지 말자.

그렇게 척척 내던지다 누렇게 변색된 내고향 옆마을 출신 황지우 시집을 펼쳤습니다.

열심히 학생운동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친구가 선물한 시집이었습니다.

수사기관에 끌려갔다 전향해 미국으로 유학갔다는 소식을 다른 친구를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고 녹은 눈처럼 길바닥에 쓰러지고 고초를 겪었었지.

지금은 지방대학의 교수가 됐다고 들었는데.

가장 순수한 사람들만 가장 애가 타고 쓰라린 아픔을 겪었지.

10여년 전 그 친구가 술 취한 목소리로 안부전화를 하며 자신도 좀 챙기고 살라고 할 때 왜 단호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나는 그런 계산을 하며 나를 위해 산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불에 덴 상처처럼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시집을 오랜 동안 바라봤습니다.

그러다 정현종 시인의 <나는 별아저씨>를 폈습니다. 으흠, 1985년에 책을 읽기 싫어 샀구나. 삼십 몇 년도 더된 일이네.

시집은 이제 너무 많이 낡았고 내 마음도 많이 낡았어.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보자.

그렇게 <나는 별아저씨>와 정호승 선생님의 <서울의 예수> 등 10여권을 따로 챙겨놓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달라졌고 시인도 달라졌으며, 나 역시 달라졌으니 추억에 대한 경의로 끝으로 한번 더 읽으면 훌훌 털어버릴 줄 알았지요.

심각한 계산 착오였습니다. 시인의 개인사가 어떻게 변했을지는 몰라도 세상은  여전히 악의로 가득하고, 내 마음도 예전에 밑줄 그었던 구절에서 다시 돌부리를 만나지 않았겠습니까.

정현종 <종이 꽃 피도다>

하느님

꽃에는 비

풀잎에는 바람

우리한테는 너무한 희망

내려 주시도다

하느님

한 시대는 한 폐허요

群王들 열심히 준비하는

무덤에 항상 뿌리 내리는

유장한 들꽃들 보이오나

하느님

가차없이 길들어

지각없이 말없이

올봄도 산에 들에

종이꽃 피도다.

정호승 <눈물꽃>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보리피리 불면 보리꽃 피고

까마귀 울어대면 감자꽃 피더니

봄은 가고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눈물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종다리 솟아 날면 장다리꽃 피고

눈물바람 불어대면 진달래꽃 피는데

눈물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눈물꽃은 모래꽃 남쪽 나라 꽃

눈물꽃 씨앗 하나 총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

언젠가 이 시집들을 툭 던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 때까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너무한 희망을 품고,

그때까지 밥 잘 먹고,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정호승 눈물꽃, #정현종 종이 꽃피도다, #정현종 나는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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