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의식 있는 운동가들은 '장애를 무기화'한다고 비판

[최보식의언론=배재희 강호논객 ]

KBS 화면 캡처
KBS 화면 캡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정신나간 국회의원'이라고 하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시각장애인·비례대표)이 "'정신이 나갔다'라는 표현은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편집자) 

동생 삼고 지내는 교회 징애인부 청년이 어느 날 내게 울면서 따졌다. 왜 자길 '바보'라고 하느냐고. 당황했고 실은 충격받았다. 카페에 모여앉아 재밌게 보드게임하며 떠들던 와중이었다. '바보야'라는 장난어린 말이 진짜 '바보'라 놀림받는 이에게는 상처였던 것.

나는 당황했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형이 참 미안해'. 하지만 곧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바보'라는 말에 흔들려선 안돼. 세상에선 악의없이 너무나 익숙한 말이라고. 너도 친구들과 격의없이 놀 때 그런 말 할 수 있다고. 그는 끄덕거렸다.

말이란 '역사'의 산물이지 '논리'의 산물이 아니다. 누군가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제작해서 퍼뜨리는 게 아니다. 숱한 이들이 발딛고 걸어서 만들어진 자연발생된 길과도 같다. 우린 그 자연스런 생겨남과 통용됨을 수긍해야 한다. 익숙함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이런 게 마음에 안드는 사람, 주로 엘리트들은 군중의 말을 의지적으로 교정하려 든다. 나름의 도덕적 목적에 의해서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꾸려 한다던가 출산율을 '출생율'이라고 쓴다던가. 예전에 ‘짜장면’을 굳이 ‘자장면’이라고 읽어야 한다며 언어학자들이 고쳐놨던 적이 있다. 대체 한국인 그 누가 “자장면 곱배기요!” 이러나. 고매한 국어학자들이 된소리가 촌스럽다고 느끼셔서 대중들 훈계하듯 멋대로 뒤튼 거다. 소위 '설계주의자'들의 흔한 발상이다. 말을 바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소설 '1984'를 보면 빅브라더가 호칭과 용어를 바꾸면서 독재적 이상사회를 만들어 간다.

내 생각에 국회의원 김예지는 남을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장애, 장애에 대한 표현, 장애와 관련한 사회적 언어들을 악용했다. 이런 걸 의식 있는 운동가들은 '장애를 무기화'한다고 비판한다.

트집 잡으려 들면 우리가 알고 쓰는 모든 말들을 도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웃기시네'라는 말은 웃음을 업으로 삼는 개그맨들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빌어먹을'은 걸인들의 삶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역겹다'는 말은 역류성식도염 환자들 조롱하는 거 아니냐. '죽고싶다'는 말은 실제로 죽은 망자와 유가족들 처지를 가볍게 폄하하는 말이다. '막장이네'라는 말은 탄광광부들의 고업을 비하하는 것이다. 김예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런 트집에 책잡히면 뭐라고 답할건가.

내 입에 불편한 말은 나만 안쓰면 된다. 남에게 도덕적 훈계나 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말은 그냥 말이다. 남루한 것도 고상한 것도 다 우리 정신의 일부분이며 문명을 쌓아올린 축대다. 청산대상이 아니다. 그냥 역사의 축적일 뿐이다. 있는 자체로 수용하고 긍정하고 살자.

#시각장애인김예지, #김예지정신나간, #김병주정신나간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