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로 끓어오르는 정열의 불길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신돌 영감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느라고 열흘 내내 죽만 먹고 지낼 때의 실화다.
신돌 영감은 점심 요기로 시장통 죽집에서 호박죽을 먹고 있었다. 죽그릇에 코를 박고 먹느라고, 중년의 미녀가 합석을 해서 앞자리에 와 앉는 것도 몰랐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인이 코앞에 있는 게 아닌가, 거짓말 조금 보태어서 비비안 리가 뺨맞고 자빠질 지경이다. 이런 미녀가 삼천 윈짜리 죽을 먹다니. 신돌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이, ' 부인도 오늘 죽이십니다~ "
여자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더니. 알아들었다는듯이 이내 밝은 표정으로, " 네, 하필 저도 오늘 죽이 고팠어요."
신돌은 멋도 모르고 신바람이 냐서, "네, 그럼 오늘 우리가 인연인 듯 한데 같이 죽으러(죽으로) 가볼까요, 화끈하게 "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여자도 시시때때로 끓어오르는 정열의 불길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 여인도 정염의 불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검비봉 논설위원
gabsoon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