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서러움이 있지 왜 없겠어.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오욕의 역사'와 '눈 떠보니 선진국'은 서로 다투는 상반된 진영간의 주장이 아니다. 한 진영에서 나온 자화자찬을 위한 주장이다.
적어도 DJ때 까진 '오욕의 역사' 같은게 언급되지 않았다. DJ는 오히려 역사를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일본문화도 개방했다.
'오욕의 역사' 청산전쟁이 시작된 건 노무현 때 부터다. '586식 학습'을 받은 노무현의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기인한 결과다. 적(敵)과 아(我)를 갈라치는 포퓰리즘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가진자와 기득권이 득세해온 역사를 갈아엎고 정의ᆞ공정ᆞ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선동했고 군중은 환호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어떤 개혁도 않았고, 탄핵 이후 오히려 적극적 중도실용으로 자신을 부정했다. 지지율 급락으로 미국쇠고기 수입을 다음 정권으로 미뤄버림으로써 이게 빌미가 되어 명을 재촉했다.
2기 노무현 정권인 문재인 정권도 정의ᆞ공정ᆞ평등을 외쳤지만 개혁을 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보수 몰락의 열린 공간과 이미지 관리로 인한 지지율 80%의 좋은 배경을 가졌음에도 개혁은 안하고 오로지 권력 연장과 공고화를 위한 일에만 썼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상위중산층은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고임금자의 양보가 절실한데 이들의 이해는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보수의 지지기반인 중하위 계층을 공략하다 경제 근간을 흐트려놓았다. 소득 3만불에 이르자 마치 자신들이 한 것처럼 '눈떠보니 선진국' 운운하며 이를 지지율 유지수단화 했다. 세상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결과가 어딨나. 모든 게 쌓이고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오욕의 역사'로는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기득권만 누려왔다면 소득 3만불은 어불성설이다. '오욕'만 보였겠지만 선대들이 시대정신에 충실하지 않았다면 2차대전 후 신생독립국 유일무이의 선진국은 불가능했다. 반공과 산업화는 부작용도 낳았지만 그 '오욕'의 '과'가 없었다면 선진국의 '공'도 없었다.
존경의 의미인지 아니면 연설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연설 영상을 첨부해 올리는 이들이 있다. 나도 20여년 전엔 감동하고 동의했던 연설이다. 600년을 이어온 기득권과 가진자의 역사, 불의가 지배해온 오욕의 역사를 갈아엎자는 내용의 그 유명한 연설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확장되면서 이제 그 연설을 들으면 불편하다. 내가 기득권이 되었고 불의하게 살아와서가 아니다. 타협한 적도 없고 불의한 방법으로 돈 벌어본 적도 없다. 경기도지사, 부산시장선거 몇번씩 하고 측근들이 다 형제같은 이들이어도 단 한번도 불의하고 부정하게 이익 취한 적도 없다.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서러움이 있지 왜 없겠어.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나중엔 먹고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성경책 같았다. 내 연기철학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윤여정은 세상을 인정하고 긍정했기에 명배우가 되었다.
세상은 순백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냉정하고 냉혹하다. 세상이 순백하다는 착각이 비극의 근원이다. 히틀러의 순혈주의도 맑스와 레닌의 혁명도 순백한 세상을 만들려던 시도였다. 신의 아들 선민사상과 메시아를 기다리는 종말론, 이 둘은 순백하고 아름다운 하나님 세상을 갈구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이런 종교적 세계관은 하나님의 세상을 꿈꾼다. 민중의 적을 상정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환상을 심는다. 이렇게 보면 포퓰리즘의 기원은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종교개혁을 통한 일, 계약, 투자, 부의 축적을 긍정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태동 않았다면 지금의 유럽도 없었지 싶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중세'라고 하는 이유가 기독교적 이상세계를 추구하던 서양의 16세기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신(神)이 '정치 리더'로 대체되었고 그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순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줄것이라 환상에 젖어 있다. 문빠와 개딸들은 신을 수호하는 십자군 전사들이다.
에굽의 노예 그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해주리라 기대한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은 각자 다른 캐릭터와 성향을 가졌고 표현만 다를뿐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내러티브는 동일하다. 구원엔 어김없이 맹신자들이 꼬인다.
세상엔 공짜 없다. 저절로 되는것도 없다. 불법과 편법이 판 치고 기득권이 끼리끼리 해처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저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일뿐 그게 본질은 아니다. 각자 영역에서 최선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결과도 없다. '눈떠보니 선진국' 따위는 없고 오욕의 역사도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문제 없다는 게 아니다. 남들이 300~400년만에 해낸 걸 불과 60년만에 해냈는데 왜 부작용이 없겠나. 극복은 우리 몫인데 그걸 오욕의 역사로 폄훼한다면 선진국 운운 할 자격도 없다. 과정은 부정하고 오직 결과인 선진국만 전유해 자기 공으로 돌리는 비겁한 짓이다. 눈떠보니 선진국? 그 동안 자고 있었나.
관련기사
- 육사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문재인의 해괴한 '정신승리' 학설
- [단독] 참모들이 '적당한 양보' 건의했다가 윤 대통령에게 질책당한 사건
-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굳이 육사에 설치한 문재인의 '큰 그림'
- 홍범도· 정율성 '역사논쟁'은 소중한 기회!...영화감독의 관점
- ‘국군의 뿌리’ 흔든 건 문재인 바로 당신!...軍 출신 신원식의 팩폭
- 여태 본 적없는 우파의 이례적인 대반격!... 논란의 '뿌리'는 문재인
- '파시즘'을 아십니까?..이해찬과 이재명의 대화
- 걸핏하면 '대통령 탄핵' 운운...옆집 강아지 이름이냐
- 동시대를 살아온 배우 윤여정과 작가 조정래 비교 연구
- 윤여정 "제 아들은 게이" 고백! ... ‘웨딩 밴큇’ 개봉 앞두고 美언론 인터뷰


이런 짧고 내용없는 역사관을 가진 자들이 소위 지도자라고 나서 이것도 해 먹고 저것도 해 먹는 세상, 이것이 바로 오욕의 역사 아닌가.
우리의 역사를 오욕의 역사로 보는 자들, 정치를 떠나라. 이것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