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 수정안과 관련해 원 장관은 국토부 내부 누군가에 의해 휘둘렸을 가능성이 높다. 원 장관을 패싱하는 다른 라인이 있다는 뜻이다

양평고속도로 ‘덜컥 백지화’ 선언을 했던 원희룡 장관이 공개적으로 또 이상한 모습을 연출했다.
백지화 선언 후 20일 만에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원 장관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그런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강경하게 맞받았다.
심 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양평고속도 수정안과 관련돼 국토부와 용역사 간 협의 과정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월간진도보고서'다.
심 의원은 “국책 사업상 당연히 있어야 할 자료”라고 했고, 원 장관은 “용역사에서나 작성하는 그런 자료는 우리한테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원 장관과 심 의원의 감정섞인 언쟁이 계속되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고서 뭉치를 들어보였다. 바로 '월간 진도보고서'였다.
한준호 의원은 "저는 있는데 왜 장관에게 없나"라며 "이런 태도로 어떻게 국토부 장관이 현안 질의에 임한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심 의원도 "작은 정당을 무시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황한 기색의 원 장관은 실무진을 불러 잠시 숙의하고 “실무적인 착오에 대해서는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실무적인 자료까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을 바꾸며 큰소리쳤다. 본인이 '전면 백지화'로 일을 크게 만들어놓은 국책 사업에 대해 주무장관이 이런 식의 울컥 처신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의 자료(월간진도보고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은 원희룡 장관의 ‘단순 착각’이 아니다. 고의로 심상정 의원을 속인 것도 아닐 것이다. 원 장관은 심 의원과 언쟁 과정에서 “용역업체에 확인해 보라. 내가 용역업체의 모든 보고서와 자료를 모두 체크했다”고 말했으니, 이런 것까지 속이는 원 장관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 의원이 내보인 ‘월간진도보고서’는 아마 원 장관이 못 봤거나 모르는 보고서일 것이다. 그러면 ‘양평고속도로’ 건을 핸들링 하는 국토부 내 누군가가 원 장관에게도 감췄다가 민주당에게만 건네줬다는 게 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양평고속도로 수정안과 관련해 원 장관은 국토부 내부 누군가에 의해 휘둘렸을 가능성이 높다. 원 장관을 패싱하는 다른 라인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원 장관은 사실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덜컥 ‘전면 백지화’ 선언까지 해버렸던 것이다. 그때 원 장관은 여권 지지층에게 자신의 강한 정치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심이 담기면 정확한 판단이 흐려지는 법이다. 원 장관은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실세’처럼 비쳐줬지만 ‘허수아비’였다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