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갖지 못 하고 못 이룬 욕망을 영화로라도 충족하는 것이 판타지의 존재 이유

흑인 여배우(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로 나오는 디즈니 실사영화 인어공주’, 꽤 파격적이고 논란이 된 영화라 이런저런 생각과 주장들이 오고 간다.

개인적으로 난 장르에 충실한 영화를 좋아한다. 장르를 이탈하면 짜증부터 난다. 오락 영화는 재미, 드라마는 사실성, 역사물은 상상력을 동원하더라도 개연성이 있어야 된다.

'인어공주'는 판타지 영화다. 판타지 장르는 권선징악하여 해피엔딩으로 대리만족하는 장르다. 판타지는 백마 탄 왕자나 정의의 사자가 나타나 일거에 힘겨운 현실을 뒤바꿔주는 스토리로 감정이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또는 애절한 슬픔 통해 풀이나 해원(解冤)을 하기도 하고.

현실에서 갖지 못 하고 못 이룬 욕망을 영화로라도 충족하는 것이 판타지의 존재 이유다. 그 대리만족의 힘으로 힘겨운 현실을 또 견뎌간다. 그게 아니라면 판타지 영화를 굳이 볼 이유가 없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인어공주에 대한 실망은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못생겨서다(취향 차이라는 어쩔 수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캐릭터로 인해 판타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판타지를 느끼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는데 입에서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여주인공의 외모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인어공주에서 기대하는 외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는 것과 아름다운 이성을 보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빼어난 경관을 매일 보고 살 수 없으니 여행을 통해 해소하듯, 우린 영화 속 연예인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해소한다.

짜릿한 승리를 보기 위해 야구 경기장을 찾는 것이고,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캠핑을 하는 것이고,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나 마사지를 받는 것인데...매일 지는 야구, 시끄럽고 더러운 캠핑장, 미지근한 욕탕과 대충 문지르는 마사지를 받고 싶겠나.

‘PC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주장)’가 왜 문제인가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장르를 모두 하나의 잣대로 획일화 시키기 때문이다. 오락도 판타지도 역사물도 모두 다큐로 만들어버린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닌데 완벽함을 요구하고, 부조리한 인간에게 반듯함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도 못하나? 나는 못생겼지만 가끔은 아름다움을 보고싶다. 당신이 잘생긴 남자배우 아이돌 좋아하는 거 난 이해한다.

영화만이라도 아름다운 판타지를 느껴보자고! 현실과 이상은 분간하며 사는 멀쩡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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