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짜고 치는 것이라 해도,

‘측근’ 대접을 못 받는 유동규는 섭섭할지 모른다.

이재명이 어떻게든 유동규와의 연결고리를 자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결코 자기가 모든 걸 덮어쓰지 않는 법이다.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언제라도 불 준비가 돼 있다.

이재명을 계속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다른 하나는 이낙연 후보다....

이재명 지사의 대선 본선행이 눈 앞에 와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그는 ‘2차 슈퍼위크’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바로 이날 ‘대장동 개발 설계’의 키맨인 유동규씨가 구속됐다. 대장동 특혜 의혹 구속 1호다. 유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입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인데 무슨 입장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2018년 10월 경기관광 공사 사장 임명장 수여식에서의 유동규, 이재명 경기지사 / 경기관광공사 제공
2018년 10월 경기관광 공사 사장 임명장 수여식에서의 유동규, 이재명 경기지사 / 경기관광공사 제공

세간에 알려져 있기로는, 유동규는 이재명 지사의 핵심 측근이다. 둘이 만난 것은 2008년쯤 된다. 그 시절 유동규는 성남시의 한솔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이었고, 이재명은 성남에서 활동하던 변호사였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나온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한 뒤 캠프에서 도왔다.

이재명 당선 뒤 유씨는 인수위원회에 도시건설분과 간사로 참여했다. 이어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이재명이 2014년 시장 재선(再選)에 나서자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떠나 선거를 도왔다. 재선에 성공하자 4개월 만에 다시 기획본부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시의회에서 이게 쟁점이 됐다.

2015년 대장동 개발 추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空席)이어서 유동규는 사장 직무대리로 실권을 행사했다.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다. 사업비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인천지역 경선에서의 이재명 후보 / jtbc 화면 캡쳐
인천지역 경선에서의 이재명 후보 / jtbc 화면 캡쳐

이재명이 제 입으로 말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에 유동규를 실무 책임자로 앉힌 것이다. 유동규는 대장동 사업의 민관 개발 계획을 짜고, 민간사업자 선정, 주주 구성이나 수익금 배당 방식 설계, 화천대유에 크게 유리한 주주협약·정관 체결 등에 직접 관여했고, 이재명에게 보고했다. 정말 믿을만한 ‘측근’이 아니면 그에게 맡겼을까.

주위에서는 그의 외모에 빗대 ‘이재명의 장비(張飛)’라 불렀고, 실제 이재명의 ‘성남 인맥’의 핵심으로 꼽아왔다.

2018년 3월 이재명의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떠났다. 선거 동안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다. 2018년 이재명이 경기지사에 취임하자,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보은 인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9년 12월 한 언론매체에서 ‘3년 만에 금한령(禁韓令) 방패 뚫은 이재명·유동규의 투트랙 비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자, 이를 SNS에 공유한 이는 이재명이었다. 기사 속에는 “유 사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복심이자 측근”이란 구절이 나온다.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작년 말 물러났다( 후임으로 황교익씨가 언급됐지만 여론의 악화로 불발). 유동규가 조기 사임한 것은 경기관광공사 예산을 원하는 만큼 따내지 못한 불만 때문이라는 설과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물밑 활동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있다. 그가 주위에 했다는 언행으로는 후자가 유력해 보인다.

인천지역 경선에서의 이낙연 후보 / jtbc 화면 캡쳐
인천지역 경선에서의 이낙연 후보 / jtbc 화면 캡쳐

유동규가 검찰에 체포되기 전에 이재명 측에서 사람을 보내 그를 만났다고 중앙일보에서 보도했다. 해당 언론은 ‘이재명 쪽에서 유동규 연루 의혹에 대해 그에게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유동규에게 듣는 것만 아니라 그에게 주문한 것도 있었을 게 틀림없다.

모든 게 ‘측근’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는 오랜 관계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처음에는 “유동규가 선거를 도운 적 없다”더니, 3분 만에 “선거를 도왔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성남에선 도와줬는데 경기도에 와선 안 도와줬다”고 해명했다.

이재명의 ‘측근’ 어록은 이렇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측근 그룹에 끼지 못 한다.”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다.”

물론 짜고 치는 것이라 해도, ‘측근’ 대접을 못 받는 유동규는 섭섭할지 모른다. 이재명이 어떻게든 유동규와의 연결고리를 자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결정적 변수가 있다.

하나는 구속된 유동규의 입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결코 자기가 모든 걸 덮어쓰지 않는 법이다.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언제라도 불 준비가 돼 있다. 이재명을 계속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다른 하나는 이낙연 후보다. 검찰 수사는 지금 야권과 여론의 압박만 받는 게 아니다. 그건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캠프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낙연 쪽도 검찰을 움직일 힘과 정보, 호남인맥을 쥐고 있다. 말하자면 여권 내부에서 이재명의 ‘급소’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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