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의 늘공40년] ‘명퇴’ 하지 않는 공무원과 비난하는 후배들
인생은 절대 간단치 않은 여정이다. 사력을 다해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지만, 일손을 놓을 때가 닥쳐온다.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해서 만족하면 그건 잘 사는 게 아니다
함께 일했던 공직 후배가 정년을 5년이나 남기고 용퇴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났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요. 36년 공직자로 살아왔으면 이제 좀 쉴 때도 됐지요.”
“국장 자리까지 왔는데 구청장을 하고 명퇴해도 충분하잖아.”
“아닙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오른 게 우리 후배들 덕분인데 자리를 비워줘야지요. 이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용퇴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후배들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은 그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해마다 공무원 명예퇴직이 공직사회의 화두로 떠오른다. 후배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년을 1∼2년 앞두고 명퇴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으니 정년퇴직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말이 명퇴이지 반강제 퇴직이나 다름이 없다.
명퇴하지 않는 공무원도 있다. 이들 역시 선배의 명퇴 덕에 승진한 사람이라 염치없다는 후배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선배가 명퇴하지 않는다고 후배가 험한 말로 인터넷을 도배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세월이 지나면 명퇴대상자가 된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원도 ‘상품’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수준이나 가치에 대한 견해는 대부분 일치한다. 여러 부서에서 추천하는 직원도 있고 어느 부서에서도 추천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다. 다른 곳으로 방출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주변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공공의 상품이므로 일반 이상이어야 한다. 안 그래도 국민으로부터 비판과 지적을 많이 받는 직업이 공무원인데, 잠시 위임받은 권한을 특권인 양 행사하면 안 된다.
훌륭한 공직자도 많다. 공직 생활 말년에 수원시 부시장으로 일한 분이 좋은 사례다. 부인도 경정까지 지낸 경찰 간부였다. 두 분은 슬하에 자식이 없었지만,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 여기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 힘썼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기 시작했는데, 30년 동안 도움을 받은 학생이 50명이 넘는다. 경기도청에서 국장으로 일했던 또 한 분은 지금은 사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천주교 기념관을 짓는 모임의 회장으로서 열정을 쏟는 모습이 향기롭다.
공무원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한두 가지 일에 평생을 공들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은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이들이 능력을 재점화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거창할 거까지야 없는 일이다. 전문적인 일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면 더 좋겠지만, 꼭 그런 일이 아니라도 좋다. 내가 어렵게 이루었던 꿈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이룰 수 있게 돕는 것도 좋을 것이다. 퇴직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현실 속에서 봉사는 또 다른 삶의 활력이 될 것이다.
인생은 절대 간단치 않은 여정이다. 사력을 다해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지만, 일손을 놓을 때가 닥쳐온다.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해서 만족하면 그건 잘 사는 게 아니다.
사람 사는 건 시작도 끝도 없다. 그래서 퇴직은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넘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게 하는 ‘꿈 넘어 꿈’을 실현하는 것이 참 인생이라는 생각이다. 퇴직이 새로운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인생 제2막의 힘찬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