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퇘지의 삼겹살에서 심하다는 ‘웅취’...그건 누명이 아니었을까
대부분 수퇘지는 태어나면서 거세 냄새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방법 일부 나라들은 새끼 돼지에게 마취를 실시하거나 면역학적으로 백신을 투여해 웅취를 예방하는 방법을 실시.
‘웅취(雄臭·수컷 냄새)’를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OR7D4라는 유전자가 웅취를 인식하는데 관여한다고 한다. 웅취는 수퇘지의 성 성숙(性成熟)으로 체내 지방에 스캐톨과 안드로스테논이 축적되면서 강렬해진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수퇘지는 태어나면서 거세를 실시한다. 이는 수퇘지의 냄새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일부 나라들은 새끼돼지에게 통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동물복지의 한 방편으로 마취를 실시하거나 면역학적으로 백신을 투여해 웅취를 예방하는 방법을 실시하고 있다.
삼겹살은 돼지의 모든 부위에서 가장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다. 다른 부위들은 대부분 피하지방이 둘러싸고 있다. 근육에는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피하지방을 걷어내면 간단히 지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삼겹살은 겹겹이 층을 형성하는 부위의 특수성으로 지방을 제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웅취의 문제가 가장 대두될 수 있는 부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94년 우리나라에서는 WTO 협정에 따라 돼지고기 수입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돼지고기를 경매입찰 방식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 나라들이 거세를 실시하는 나라였으나 그 중 영국은 거세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로 참여했다.
영국에서 수입된 삼겹살은 매우 외관상 양호했다. 지금은 상당히 일반화 되었지만, 당시 영국처럼 제품의 절단과 포장이 좋았던 나라는 없었다. 영국에서 수입된 삼겹살을 보고 업자들은 앞 다투어 구매를 하였으나 그 인기는 얼마 가지 않아 기피하는 삼겹살로 남게 되었다.
당시 영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은 거세를 하지 않았고 삼겹살 두께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얇고 지방이 적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소비자가 아닌 업자들이 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영국은 수퇘지의 성 성숙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돼지를 도축하는 방법으로 웅취를 제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세를 안 했다는 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에 돼지고기 수출을 희망했고, 돼지고기 수입자유화로 삼겹살의 수입이 계속 증가했다. 당시 이 업종에서 일하던 필자가 관심 있게 봤던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EU에서 영국과 마찬가지로 거세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브라질과 함께 돼지의 생산기반이 미미하던 러시아에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공급하던 나라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EU에 돼지고기 금수 조치를 실시하면서 스페인의 양돈산업은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었다. 그런 스페인이 현재 EU 국가 중에서는 돼지고기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베리코 돼지’는 거의 멧돼지에 가깝게 자연에 풀어놓고 기르며 보통의 돼지 무게보다 100kg을 더 사육한다. 이 돼지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광경은 흡사 지방 속에서 근육을 찾아 잘라내는 것과 같다. 모든 근육에 남다른 마블링을 과시하는 돼지고기이고, 이 돼지의 수퇘지는 그야말로 성 성숙이 완전히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양돈 산업의 규모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국내 소비의 증가가 아니라 오로지 돼지고기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다. 이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웅취가 잘못된 상식이거나 다른 냄새를 웅취로 오인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육류는 인류의 식품저장방법에서 가장 커다란 숙제였다. 자가 소화에 의한 변패, 미생물학적인 부패, 산소와의 결합에 의한 산패 등 고기는 보관하는데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나도 많다. 이 때문에 고기 저장방법이 오히려 발달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식품은 단연 육류라고 말할 수 있다. 돼지고기는 지방 함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높은 편이고, 변질이 쉬운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지방은 체내에서 축적이 되는 물질에 의해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또한 주변의 냄새를 흡착하기도 한다. 본래 돼지고기의 냄새가 아닌 것을 돼지고기가 누명을 쓰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누명의 중심에 수퇘지가 있는 게 아닐까.
가끔 길을 가다가 ‘암퇘지만 판다’는 정육점의 부착물에 눈길이 간다. 어떤 회사는 암퇘지만 골라서 수입한다는 것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돼지고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냄새를 제거한 것은 진공포장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진공포장은 고기에서 냄새를 발생하는 모든 가능성을 막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진공포장보다는 랩핑(Wrapping)되어 수입된 고기가 많았다. 이는 진공과는 확실히 밀착성과 공기 차단이 떨어진다. 따라서 수입육처럼 장기간 수송하고 보관하는 고기, 특히 냉동육은 냄새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진공포장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매우 부분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