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시장만큼 '나쁜 증상' 보이는 곳은 없다...英 이코노미스트 분석

“한국은행이 취약한 주택시장과 타격을 입은 가계소득을 고려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지는 미지수”… 英이코노미스트 전망

2023-02-13     박상현 기자
KBS뉴스 캡처

아파트값 폭락, 금리 인상, 경제 불황 및 물가 상승, 이 세 가지가 대출금을 받아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의 경제적 압박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주택시장 위기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한국의 높은 가계 부채율과 부동산 시장이 통화 정책을 얼마나 제약할 수 있는지를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참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나라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가계 부채와 거품 낀 부동산 가격이 조합을 이루었고, 모두 한국을 따라 험난한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현재 전세계 부유한 나라들의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지만 한국만큼 '나쁜 증상'을 보이는 곳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아파트값이 지난 12월에만 2%포인트 하락했고 이는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월간 집계 가운데서 가장 큰 낙폭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202110월 이후 24% 하락해 가장 높은 하락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보다 7개월, 유럽중앙은행보다 거의 1년 앞선 20218월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지난 1월 또 인상한 기준금리는 현재 14년 만에 최고인 3.5%대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전반의 흐름이 주는 압박도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는 0.4%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1월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전자제품 판매호황이 끝을 보이면서 반도체 주문이 대폭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직장인의 한 사례를 들었다. 2021년에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한 직장인은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갚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아내는 임신 33주 차이고, 대출금 갚을 일은 당분간 요원하게 되었다. 그에게 2021년의 주택 구입은 인생 최고의 잘못된 선택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인의 가계부채는 가계 가처분 소득의 206%에 달한다. 이는 모기지를 매우 좋아하는 영국의 148%보다 58%포인트 높은 수치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고정금리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약 60%가 변동금리라서 금리 인상에 매우 민감한 것도 특징이다. 겨우 버티던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팔려고 나선다면 집값 폭락을 의미하는 강제 매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한다.

이렇듯 불안한 주택시장은 한국만의 거의 유일한 임대 제도인 전세와 맞물려 더욱 가중된 실정이다.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상환해주기 위해 아파트를 '급매'로 내놓아야 한다. 주택 수십 채를 소유하고 임대해서 임대 왕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이렇듯 취약한 주택시장과 타격을 입은 가계소득을 고려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리서치 기업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은행이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노무라은행은 “5월경 금리 정책 기조를 바꾼 다음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