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할매曰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그 인간이 제정신이유”
어느 선각자가 주창한, “파리는 싹싹 빌 때 파리채로 내리쳐야 한다”더니, 파리도 얼씬하지 않는 가게는 어쩌란 말이냐.
팬데믹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취지도 반갑고, 쓰리세븐 손톱깎기를 비롯한 몇몇 물건들을 사오라는 마눌님의 지령도 받은 터라, 오륙 년만에 남대문시장에 잠입하였다.
안경, 시계 등등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상가에 들어서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열에 아홉은 문을 닫고 휴페업 중이어서. 가게문을 내렸거나 포장으로 덮어놓고 있어서 보기에도 우중충했다. 본래 나이가 지긋한 상인들이 운영하던 소점포이지만, 꽤나 활기가 있던 상가들이었기에, 예전의 그런 분위기를 기대하고 들어섰던 사람에게는 너무 뜻밖이었다.
두어 군데 가게를 지키는 이들에게 “여기 리모델링 합니까?” 물어보니, 팬데믹 이래로 임대료만 물고 앉아있다가, 도저히 버틸 여력이 없어서, 하나둘씩 가게를 닫다보니, 지금처럼 죽은 상가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 한 가게는 전등을 밝힌 쇼케이스에 만년필이 그득하기에, 이 가게 주인은 어디 계신가 물었더니, 그 가게 주인은 다른 곳에 일하러 다니므로 토요일에만 나오신단다.
팬데믹이 마무리(?)되어가는 중이라지만, 죽었던 시장경기는 바로 되살아나는 게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한 달에 200만 원씩 월세를 물어가면서, 묵묵히 자리만 지키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명언만 골백번 되뇌면서 버티던 소상인들은, “이제는 그만 은퇴해야겠다. 이 자리에서 계속 버티는 것은 명을 재촉하는 일이다”며 못된 역병에 죽지 않은 것만으로 행운으로 생각하고 그만 시장을 떠나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던 모양이다.
저들이 하루하루를 설왕설래했을 시장의 할매 좌판에서, 호박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을 시켜놓고 보니, 요즘의 이슈가 오버랩 되면서, 세상이 참 요지경이다 싶어서 헛웃음이 난다.
나라의 경제를 다 말아먹은 이론을 주창하던 자들은 본직에 복귀하였는가? 시장상인들의 혈세로 대국의 큰 요리점에서 동파육에 배갈을 풍미하던 경제 풍운아는 입국 기자회견도 없이 어느 항구로 잠입하였는가. ‘소주성’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들어오는 길에 우민의 머리에 냉수를 끼얹는 일성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도심의 웬만한 상점들은 250만원에 엇비숫한 임대료를 물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하루 10만원을 내는 것은 흥행이 괜찮은 상점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텅 빈 개밥그릇을 놓고 눈만 멀뚱거리고 있는 처지라면 얘기는 다르다. 어느 선각자가 주창한, “파리는 싹싹 빌 때 파리채로 내리쳐야 한다”더니, 파리도 얼씬하지 않는 가게는 어쩌란 말이냐.
양산 통도사 옆에서 매우 돌출적이고 신선한 언성이 터져나왔다. 절 옆에 가서 '법문'을 깨우친 게 아니다. 월 200~300의 월세를 견디다 못해, 도심의 상인들이 다 주저앉는 판국에 개 사육비 250만 원에 대한 거론은, 돌아가신 노무현 영령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노릇이다.
“X형, 이렇게 가면 막 가는 거요.”
막걸리잔을 비우면서 주점 할매에게 물었다.
“할머니도 강아지 키우십니까?”
할머니는 부침개 뒤집게를 휘두르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대답을 한다.
“사람이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시장통에서는 하루 몇 만원을 못 벌어서 사니 못사니 하는데, 개사료값이 한 달에 250이라니, 그 인간이 제 정신이유?”
돌아서면서, 생각하니. 세상이 참 요물이다.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저들은 뭐라고 핑계를 댔을까?
펜데믹이든 어떤 환란이든, 십 원 한 장 밑지지 않고 태평하게 잘 먹고 잘 지낸 부르조아들은 과연 누구였나?
갑자기 먼데서 그이의 점잖은 음성이 들려온다.
“재난지원금 60만 원을 쾌척했습니다.”
기실은 영명하신 운전자, 중재자의 60만 원이 문제가 아니다. 수천 억을 한입에 털어넣은 백상아리가 바로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저들에게 얻어먹은 거 없는 이들은 저들의 내막을 낱낱이 밝히는 일에 동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