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화에 경영계 비상...향후 ‘줄소송’ 이어질 수도

사업주로 하여금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 위반에 해당된다

2022-05-28     임조은 기자
신한은행 정년 퇴임식 장면 / YOUTUBE

기업마다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용 유지 대가로 일정 비율 임금을 삭감해온, '임금피크제'에 제동이 걸렸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개별 사업장마다 임금피크제 내용과 적용대상을 두고 노사 간 재협상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금피크제에 걸려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거나 그 임금을 받고서 퇴직한 이들 사이에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가 ‘임금피크제 무효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고용노동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27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무효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미 대법 판결문에 나온 것과 같은 원칙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1991년 A씨는 B연구기관에 입사한 뒤 2014년 명예퇴직했다. 연구기관측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A씨는 ‘같은 업무를 해왔는데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사업주로 하여금 '임금, 그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며 '합리적인 이유'에 대한 기준을 설정했다.

또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미 1심과 2심에서도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원고(A씨)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연구기관 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노동조합과 장기간 협의를 거친 뒤에 노조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취업규칙의 내용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여부,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