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박근혜 30년 구형’ 의미를 전혀 생각 안 해본 것 같았다
윤석열 후보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반대 입장에서 30년이 넘는 구형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았다. 나 역시 법에서 인간 존재를 살피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오랜 친구인 텔런트 정한용과 집 근처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찻집에 들려 차를 나누며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내가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를 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손녀는 내신 일등급에 들어야 원하는 대학에 간다고 벌써부터 바쁜 것 같았다. 보고 싶을 때면 손녀가 다니는 학원 앞으로 가서 용돈을 주기도 했다. 손녀에게 좋은 시절은 벌써 끝난 것 같다. 손녀의 꿈은 과학자가 되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NASA의 연구원이 되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이 취업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거 아닌가?”
오래전부터 학교는 기능공을 만들어내는 거푸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해 있는 법조계를 봐도 ‘법 기술자’는 많지만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법률가는 많지 않았다.
며칠 전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회를 본 적이 있었다.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검찰총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게 30년이 훨씬 넘는 구형을 하셨는데 어떤 생각이셨습니까?”
그 구형은 나이 칠십이 넘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옥에서 죽으라는 잔인한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그거야 구형기준표 대로 하다 보니까 그런 거죠.”
윤석열 후보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반대 입장에서 30년이 넘는 구형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았다.
나 역시 법에서 인간 존재를 살피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앞에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 배운 게 뭐였지?”
학교는 어린 내게 처음 어떤 것을 주입했을까 의문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라는 문장을 배웠지. 그 다음이 철수와 영희가 사이좋게 손잡고 노는 거였을걸. ”
“그게 뭘 가르치려고 했던 것일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배웠던 그 문장에서 어떤 것도 가슴에 스며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정한용이 잠시 침묵하다가 이런 얘기를 해 주었다.
“내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시 가족이 미국에 가서 산 적이 있어. 할아버지가 워낙 손자를 예뻐하니까 꼬마 아들 녀석이 버릇이 없었지. 어떤 때는 할아버지 머리를 때려도 할아버지가 예쁘다고 그냥 놔두는 거야. 그 녀석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학교에 입학을 시켰어. 나는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처음 가르치는 단어가 뭘까 궁금했어. 그래서 아이 교과서를 살펴봤지. 그랬더니 첫 단어가 ‘케어(care)’인 거야. 돌보라는 거야. 사람도 돌보고 동물도 돌보고 힘들고 약한 존재들을 보살피라는 거야. 그 다음 나오는 단어는 ‘쉐어(share)’인 거야 다른 사람과 나누라는 거지. 그걸 보고 미국의 교육은 먼저 그런 사람을 만드는 거구나 생각했어. 내가 한 번 아이 때문에 학교에 불려간 적이 있어. 이 녀석이 장난감이 마음에 든다고 혼자 차지하고 다른 아이에게 주지를 않은 거야. 미국 사회를 관찰해보니까 그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은 대부분 반듯하고 인간다운 사람들이 많았어. 이민자 출신들 중에 오히려 눈을 찡그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
각 나라마다 독특한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있다.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였다. 교육이란 것은 하나의 정신이 잠들어 있는 다른 정신을 깨워 일으키는 기능이기도 하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국민교육헌장을 앵무새 같이 외워야 했다. 그 문장같이 나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좋은 사람이 모여야 좋은 사회가 되고 튼튼한 국가가 된다. 교육이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감사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생애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인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나라에 가득 차 있을 때 이나라는 ‘헬조선’이 아니라 지상천국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