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간판 칼럼니스트, '트럼프는 성냥갑을 갖고 노는 어른 아이'
그는 헌법에 대한 충성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하며, 외모가 준수하다는 이유로 선택된 인사들로 내각을 채웠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트럼프는 가스가 가득 찬 방 안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성냥갑을 가지고 노는 '어른 아이'입니다.“
뉴욕타임스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L. 프리드먼은 3월 31일 자 ‘Trump Has a Way Out of the Iran War’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의 대이란 접근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프리드먼의 칼럼의 한글 번역 전문이다. (편집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며 빠르고 쉬운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은 이란 지도부의 끈질긴 생존력과, 이스라엘 및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및 가스 수송로를 폐쇄할 수 있는 이란의 군사적 역량을 크게 과소평가했습니다. 이것이 이전에는 명확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이 상황은 미국 증시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트럼프는 결과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스스로 초래한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그는 이란의 생존 지도자들이 자신의 모든 요구에 거의 동의했다고, 즉 전쟁이 끝나가고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말했다가도, 정작 호르무즈 해협 수송로를 이란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시인합니다.
만약 트럼프가 전쟁 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던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이 트럼프를 위해 군대와 해군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는 "그들만 손해다. 우리에겐 필요한 만큼의 석유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다가도 이란이 "항복(uncle)"을 외칠 때까지 이란의 산업 기반과 담수화 시설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말살(obliterate)하겠다"고 결정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주로 정치적 적수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통령에 출마한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인물을 집무실에 앉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는 헌법에 대한 충성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하며, 외모가 준수하다는 이유로 선택된 인사들로 내각을 채웠습니다.
여기에 트럼프에게 백지수표를 건네줄 용의가 있는 하원과 상원의 공화당 다수당 지위까지 더해지면, 결국 '전쟁 다음 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중동에서 거대한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엉성하고 무절제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트럼프는 가스가 가득 찬 방 안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성냥갑을 가지고 노는 '어른 아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에겐 극단적인 기독교 민족주의 신념을 가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주 펜타곤에서 기도회를 열고 미군이 "자비를 베풀 가치가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의 행동을 가할 수 있게 해달라. ... 권능 있고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담대히 간구한다"라고 기도했다고 전해집니다.
즉, 이제 우리의 종교 전사들과 이란의 종교 전사들이 맞붙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내 나라의 지도부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만약 이란이 실제로 중동에서 가장 불안정한 세력이 아니며, 이란의 변화가 그 나라 국민과 이웃 국가들을 위해 가치 있는 목표가 아니었다면- 저는 그저 뒤로 물러앉아 트럼프가 자업자득의 대가를 치르는 장관을 즐기며 구경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나의 나라이며, 이란의 핵 무장은 중동 전역에 핵 확산을 촉발할 수 있는 위협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트럼프가 자초한 대가를 함께 치르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트럼프는 구현하기 터무니없이 복잡한 자신의 '15개 항 평화안'을 제쳐두고, 이를 두 가지 핵심 사항으로 축소해야 합니다. 첫째, 이란은 950파운드(약 430kg) 이상의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유라늄을 포기한다. 둘째, 그 대가로 미국은 정권 교체 시도를 포기한다. 그 후 양측은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중단, 이란과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중단,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지상군의 이란 상륙 불가입니다.
해군대학원의 국방 분석 교수이자 곧 출간될 『미국의 곤혹스러운 전쟁 방식(The Troubled American Way of War)』의 저자인 존 아퀼라(John Arquill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란 정권이 가장 원하는 것이 정권 유지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하지 않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양측이 두 번째로 원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각자 가장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어 고농축 우유라늄 제거 다음의 '2등 상'은 정권 교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으며, 트럼프는 이미 그 목표를 포기하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일요일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고위 지도자 수십 명을 사살했기 때문에 "그것이 진정한 정권 교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란의 현재 지도자들이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며 "매우 합리적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공군력만으로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능력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과대평가했다는 사실을 덮으려는 핑계일 뿐입니다.
트럼프 팀은 이란 정권의 실세로 보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깊은 연관이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파키스탄을 통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의 잔존 정권은 체제 생존을 대가로 우라늄 포기를 고려할 용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수백만 개의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겠지만, 그것이 바로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력을 사용하려 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고약한 문제'란 빠른 수정이나 영구적인 해결책에 저항하는 문제를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상호 의존적 변수가 포함됩니다. 결과는 결코 최종적이지 않으며, 그저 더 나아지거나 나빠지거나, 혹은 적당히 괜찮은 수준에 머뭅니다. 모든 고약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유일무이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완벽하고 기존의 템플릿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종종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정을 쉽게 번복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입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을지 몰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이란 행보를 보면 그는 이것이 '고약한 문제'임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현명한 행동 방침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집중하여 이를 확보하고, 문제의 다른 특징들과 공존하며 최대한 완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2015년 오바마의 이란 핵합의(JCPOA)에 담긴 논리였습니다. 이 합의는 국제적으로 검증 가능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제한을 두는 대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았던 이란의 탄도 미사일 무기고 확장이나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에서의 대리 세력 육성을 묵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의 이란 핵합의는 설계된 대로 작동했습니다. 오바마가 퇴임할 당시, 국제 사찰단에 의해 검증된 이란의 핵 농축 능력 억제력은 이란이 합의를 파기하더라도 핵탄두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리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세계가 대응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독촉에 따라 2018년 일방적으로 합의에서 탈퇴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란이 핵폭탄용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 전략을 결코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려 노력했지만 이란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트럼프가 다시 권력을 잡았을 때도 그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 결과 이란은 오바마의 핵합의 아래서 핵폭탄 제조까지 1년이 걸리던 상태에서, 트럼프의 무모한 탈퇴와 대체 전략 부재로 인해 단 몇 주 거리로 좁혀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전쟁을 통해 트럼프는 이 문제를 정말, 정말로 '고약한 문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최대한 단순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은 전쟁을 끝내고, 정권을 유지하며, 이란의 인프라 파괴를 중단하고, 심지어 석유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보장을 제공해야 합니다. 단, 이란이 무기급에 가까운 모든 핵분열 물질을 넘기고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는 조건하에서 말입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다음 날로 미루어야 합니다. (그 사이 훨씬 약화된 이란 정권은 자국 민민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란 정권의 생존 지도자들이 "예스"라고 말한다면 트럼프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일 것입니다. 이제 그들이 트럼프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트럼프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 필자 토머스 L.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이자 작가 중 한 명으로, 현재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1981년에 입사하여 베이루트 특파원, 예루살렘 지국장 등을 거치며 중동 문제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중동의 갈등 보도로 퓰리처상을 3회 수상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경제 현상을 쉬운 비유로 설명하는 데 탁월하며, 여러 권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From Beirut to Jerusalem): 중동 문제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세계화(Globalization)의 역동성을 설명한 책.
『세계는 평평하다』 (The World Is Flat):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의 경쟁장이 평등해진 현상을 분석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늦어서 고마워』 (Thank You for Being Late): 가속도의 시대 속에서 적응하는 법을 다룬 최근작이다.
모두 내가 학생들에게 강하게 추천하는 책들이다.
대체로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분류되며, 합리적인 국제 질서와 자유 무역을 옹호하는 편입니다. (위 기사에서처럼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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