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출세 위해 모교를 욕되게 하지 말라... 예비역장군의 격문

사관학교 통합에 문제 제기하면 곧바로 "정부 정책 반대", "개혁 저항", 심지어 "기득권 수호"로 몰아붙인다

2026-03-28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재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MBC 뉴스 캡처

최근 3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합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정상적인 정책 토론을 '정부 정책 반대'로 억지로 몰아가는 왜곡된 프레임이다. 

일부 정치인과 정치권에 기대어 입신양명을 하려는 사관학교 출신자들이 오히려 앞장을 서는 그 간교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들이 내세우는 통합의 논리가 졸렬한 수준이다.

일반 정치인이야 사관학교 특성을 몰라서 실수로 말할 수 있다고 쳐도 사관학교 교육으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간 자들이 음수사원도 모르고 침을 뱉는 행위가 참으로 가증스럽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다. 군 교육체계라는 국가 핵심 기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마치 정권에 대한 도전인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의도적 견강부회다. 그 중심에는 놀랍게도 군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일부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이 서 있다. 이는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비겁한 정치적 줄서기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하고,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방개혁 일환이라면 '교리에 입각하여 부대구조 무기체계 편성 등을 고려한 결과 이러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만약 윤석열 계엄과 관련해 정치적 보복을 하는 것이라면 지금 현역 복무를 하는 사관학교 출신자들과 사관생도들은 무슨 잘못이 있는가. 

지금 일부 인사들은 이러한 정상적인 문제 제기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면 곧바로 "정부 정책 반대", "개혁 저항", 심지어 "기득권 수호"로 몰아붙인다.

이것은 논쟁이 아니라 '낙인 찍기'다.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발언자의 '정치적 위치'를 규정해버리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이다. 특히 이러한 프레임을 주도하는 이들이 군 출신이라는 사실은 더 큰 문제다. 그들은 누구보다 전략적 사고를 중시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하는 행태는 전략이 아니라 선동에 가깝다.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단순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방식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정책 검증이다.

일부 인사들은 이를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비틀어버린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방 정책에 대한 모든 비판은 반정부 행위가 된다. 이야말로 군을 정치화하는 가장 위험한 사고다.

군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정책은 검증되어야 하고, 그 검증 과정에서 나오는 반론은 국가를 위한 필수적 기능이다. 그럼에도 이를 억압하는 것은, 군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멈추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AI 시대'를 이유로 통합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논리가 아니라 유행어에 기대는 빈약한 사고다. AI가 무엇인가? 전문성을 대체하는 도구인가?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기술이다. 육군, 해군, 공군의 작전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평균화된 인재가 아니라 더 깊이 있는 전문성이다. 

그런데도 AI를 명분으로 기초를 허물고 통합을 강요하는 것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어만 차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전략 없는 기술은 위험하다. 지금 그 위험이 군 교육체계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국방개혁 4.0에서도 교리와 교육 부분이 누락되어 수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다. 군의 가치와 전통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일부 군 출신 인사들이, 자신의 입지와 출세를 위해 정권의 언어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그들은 논쟁을 하지 않는다. 대신 프레임을 만든다. 그리고 그 프레임 속에 상대를 가둔다.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정치다.

군인은 국가에 충성하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일부 군 인사들은 국가가 아니라 권력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신념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말이 바뀌는 순간, 그 사람의 모든 발언은 설득력을 잃는다. 더 나아가 그것은 후배 장교들에게 가장 나쁜 선례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이냐 반대냐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토론 자체를 왜곡하고 봉쇄하려는 태도다. 정책을 논의하는 것을 정권 반대로 몰아가는 순간, 그 조직은 이미 건강성을 잃는다.

군은 명령으로 움직이지만, 전략은 사고에서 나온다. 그 사고를 억압하는 순간, 군은 더 이상 전략적 조직이 아니라 단순한 집행기구로 전락한다. 사관학교 통합 문제는 단순한 구조 개편이 아니다. 군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덮으려는 시도에 대해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왜곡이며, 토론이 아니라 압박이고, 결국 군을 강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길이다.

역사는 언제나 기록한다. 신념으로 말한 사람과 출세를 위해 침묵하거나 편승한 사람을 끝내 구분해낸다. 지금 우리는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그동안 육사 총동창회는 수 많은 선배들의 비난 속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오로지 생도 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 제시에 임하여 온 비영리친목단체다. 

이번에 개최하는 정책세미나도 그런 충정의 발로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모교를 욕되게 하지 말고 육사총동창회에 침을 뱉거나 돌을 던지지 말라. 사관학교 졸업 후에 학습을 게을리 하거나 간판만 포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분별지다.

rokpanzer@gmail.com


 

#사관학교통합 #군정치화 #정책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