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주요 43개국 중 41위… '사실상 꼴찌' 왜 이렇게 무너졌나?

현장에서 느낀 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었다. 공포였다

2026-03-2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YTN 화면 캡처

원화가 무너지고 있다. 단순한 약세가 아니다. 주요 43개국 통화 중 41위, 사실상 세계 꼴찌 수준이다. 환율 1500원은 숫자가 아니라 판정이다. 시장이 한국 경제와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나는 이 변화를 세 번에 걸쳐 직접 경험했다.

첫 번째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였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통상공관이었던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로서,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상하이에서 금융위기의 실체를 목격했다. 위기는 사건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었다. 자본은 순식간에 이동했고, 환율은 그 이동의 결과를 가장 먼저 드러냈다.

두 번째는 개인의 경험이었다. 1990년대 대학가의 밀리언셀러였던 ‘거로영어시리즈’ 저자로서, 2009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중국어판 인세를 받으며 환율이 개인 소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체감했다. 같은 원고, 같은 노력인데 환율에 따라 수입의 가치가 달라졌다. 환율은 거시경제의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바꾸는 현실이었다.

세 번째는 최근 100일간의 경험이다.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으로 미국, 유럽, 중국, 일본의 12개 도시를 돌며 환율이 국가의 힘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몸으로 느꼈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었다. 공포였다. 달러는 비쌌고, 유로화는 버거웠고, 위안화와 엔화까지 모두 원화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같은 호텔, 같은 식사, 같은 이동이었지만 원화로 환산하는 순간 비용의 무게가 달라졌다. 해외에서 활동을 많이 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였다. 출장길이 아니라 적자길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환율은 숫자가 아니다. 환율은 국력이다.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원리는 단순하지만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금리, 무역, 그리고 신뢰가 핵심 축이지만, 그 위에는 글로벌 유동성과 지정학, 그리고 달러 패권이라는 질서가 얹혀 있다.

첫째,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고금리를 유지하면 자본은 미국으로 이동한다. 돈은 애국심이 아니라 수익을 따라 움직인다.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순간, 한국에 있던 자금은 빠져나가고 원화는 팔리며 달러 수요는 폭증한다. 이때 환율은 오른다.

둘째, 무역이다. 한국은 달러를 벌어와야 유지되는 경제다. 수출이 둔화되거나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면 달러의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진다. 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환율은 상승한다.

셋째, 신뢰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을 본다. 정책이 일관성이 있는지,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는지, 정치가 경제를 훼손하지 않는지를 본다. 이 신뢰가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은 먼저 빠져나간다. 빠져나가는 자금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산다. 그래서 환율은 오른다.결국 환율은 외환시장의 가격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시장의 신용등급이다.

문제는 지금 한국이 이 세 가지 축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는 미국에 밀리고, 수출은 둔화되고, 정책 신뢰는 불안하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결과는 하나다. 환율 상승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엇나가 있다. 환율을 시장개입으로 눌러보겠다는 발상은 가장 위험하다. 시장은 힘으로 이길 수 없다. 잠시 눌릴 수는 있지만, 결국 더 큰 반작용으로 돌아온다. 환율은 정부가 정하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이 매기는 점수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매번 국무회의마다 '교시 정치'를 하지 않았던가. 학문적 기반이 있는 박학다식이 아니라 경험으로 익힌 잡학잡식의 현장이었음에도 국민의 일부는 열광했다.

그런데, 왜 환율 앞에서는 침묵하는가. 집권 이후 거의 모든 영역에 개입해왔다. 인사는 물론 기업에도, 가격에도, 부동산에도 손을 뻗었다. 대통령이 아니라 지휘관처럼 시장 위에 서려 했다.

환율은 가장 중요한 경제 변수다. 그리고 가장 냉정한 평가 지표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맡기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이것은 무능보다 더 위험하다. 방향을 잃은 권력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재명식 반시장' 본능이다. 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즉흥적이다.

말 한마디, 지시 한 줄, 정치적 판단 하나로 시장의 기대를 흔든다. 정부가 가격을 누르면 시장도 따라올 것이라는 발상은 이미 실패가 증명됐다. 환율은 그 실패를 숨길 수 없는 지표다. 주식은 속일 수 있어도 환율은 속일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국민연금공단의 해외투자 흐름까지 정책 수단처럼 활용해 환율을 관리하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외환 개입은 응급처치일 뿐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환율은 다시 오른다.

둘째, 금리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과의 격차를 외면하는 순간 자본은 계속 빠져나간다. 자본 유출을 막는 것이 환율 안정의 출발점이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외국인 자금은 방향이 보이면 버티지만, 방향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떠난다.

넷째, 수출과 산업 경쟁력을 복원해야 한다. 환율의 본질은 결국 달러를 얼마나 벌어오느냐에 달려 있다.

다섯째, 디지털 금융을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금융 질서의 이동이다. 달러 체제를 바꾸지 못해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길은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세 번의 경험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환율은 숫자가 아니다. 환율은 국력이다. 환율은 시장이 내리는 판정이다. 지금의 150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이미 내려진 평가다. 이 평가를 바꾸지 못하면, 다음에는 숫자가 아니라 현실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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