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포인트 시대 ... 주가 축제인가, 거품 절정인가
지금 벼랑 끝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상 유례없이 종합주가지수는 6000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정부는 연일 파격적인 증시 부양책을 쏟아내며 부동산에 잠겨 있던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머니무브(Money Move)’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축제의 환호성 이면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과연 현재의 지수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반영한 성장의 증거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유동성과 정책적 강요가 만들어낸 단기적 착시인지....
혹시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가계 자산의 대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대출은 바늘구멍처럼 좁히는 반면, 주식 투자와 관련된 세제 혜택과 기업 지원책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풀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가계의 자산 구조는 급격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거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부동산 비중이 급감하고, 대신 금융자산 비중이 약 45~50%까지 치솟았다. 이는 마치 선진국형 구조로의 전환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실물 가치가 존재하고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자금이, 변동성이 극심한 고위험 주식자산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하락기에도 '주거'라는 최소한의 효용이 있고 잔존가치가 남지만, 주식은 폭락장에서 자칫 깡통이 된다. 국가 대부분의 부가 외부 충격에 민감한 주식에 올인되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 가계 경제가 통째로 증발할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있다.
현재의 6000포인트가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지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가 증명한다.
정책시행전 현재
가계자산비중: 약 25% 약 45% 초과
고객예탁금 규모: 약 50조원 약 150조원 돌파
신용융자잔고: 약 10-20조원 약 60조원 이상
개인 순매수비중: 시장의 20-30% 시장의 70%이상
특히 60조 원을 넘어선 신용융자 잔고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시한폭탄과 같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신용거래융자 잔고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공포증)'에 빠져든 투자자들 특히 청년 세대들의 열기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장기 분할 상환이 가능하지만, 주식 레버리지는 단기적이고 고금리다. 지수가 단 10%만 조정받아도 담보 부족으로 인한 강제 청산(마진콜)이 속출할 것이며,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을 촉발시킨다.
정부 정책이 반도체 등 특정 첨단 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집중시키면서, 증시의 40% 이상이 단일 섹터에 종속되는 기형적 쏠림 현상도 발생했다. 이는 과거 1970년대 미국 증시의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붕괴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투자자들은 우량주 50종목이 영원히 우상향할 것이라 믿고 자금을 몰아넣었으나,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이 닥치자 이들 종목은 시장 평균보다 훨씬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현재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미·중 갈등이나 공급망 재편으로 반도체 업황이 한 번만 휘청여도 증시 전체가 마비되고, 이는 곧 세수 감소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의 교훈도 있다. 실적과 상관없이 미래 가치라는 환상만으로 폭등했던 지수는 결국 1년 만에 70% 이상 폭락하며 수많은 가정을 파탄 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당시엔 민간에 불어닥친 투자광풍이었다면, 지금은 정부 정책이 그 환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증시 부양과 유동성 유지를 위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행보는 전형적인 정책적 도덕적 해이다. 정부가 부동산대출은 적극적으로 막으며 주식시장에서 신용융자는 방치하는 모순적 정책을 펼치니, 가계와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동산대출에서 투기적이고 불안정한 주식대출로 옮겨지며 금융시장도 불안해지고 왜곡되고 있다.
이는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채와 대출을 극도로 위험한 상태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근로 소득에는 엄격한 잣대를 대면서 자본 소득에만 과도한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전 국민을 '한탕주의' 투기판으로 내모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위적으로 부양된 거품이 걷히는 순간, 우리 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1. 주가 폭락 시 레버리지를 쓴 서민과 청년 세대가 가장 먼저 붕괴한다. 이는 금융권의 부실 대출 증가로 이어져 시스템 위기를 촉발한다.
2.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소비가 얼어붙고, 내수 경기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3. 정부 정책에 따라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뛰어든 국민들의 분노는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신으로 폭발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성장은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이 아닌, 기업의 혁신과 공정한 지배구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주가지수 숫자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6000포인트라는 숫자에 취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면, 거품이 꺼진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은 가계부채 폭증과 청년 세대의 절망뿐일 것이다.
축제는 항상 끝이 있다. 기관과 외국인 같은 큰손들이 손을 털고 나간 자리에는 허탈, 좌절 그리고 분노가 남는다.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해져야 하고, 곧 들이닥칠지 모를 폭풍우에 대비하여 자신의 자산을 스스로 보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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