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돈이 안 되는 나라'가 불러올 세상은?

부동산 시장이 '도덕'에 따라 움직일까

2026-03-25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KBS 뉴스 캡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집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거주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며 '부동산이 돈이 안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와 주거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따르는데 시장이 어디 선의와 정의로만 움직이는가? 시장 경제의 원리 위에서 작동하는 부동산 생태계 내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대통령의 이러한 도덕적·정치적 선언과 그 후속조치가 가져올 부작용과 부동산시장 왜곡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택공급의 핵심 동력은 "돈벌이", 즉 수익성이다. 이재명 정부가 주택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지속할 경우 주택 공급원인 건설업계는 주택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시행되고있는 개발 이익 환수 강화, 분양가 상한제 엄격 적용 등은 민간 건설사의 이익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변동 리크스를 떠안으며 대규모 분양에 나설 건설회사는 없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 인허가 실적이 전년 대비 확실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감소현상은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자체 등으로부터 사업계획에 대해 승인 받은 사항을 집계한 실적으로, 향후 공급을 가늠하는 지표다. 2025년 1~12월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37만 9,834호로 전년 동기(43만 5,234호) 대비 12.7%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파트 인허가는 34만 6,773호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고, 비(非)아파트는 3만 3,061호로 11.4% 감소했다. 

올해 들어 대통령의 부동산정책 기조를 보면 민간 부문의 주택인허가 실적은 더 떨어질 것이다. 돈이 안 되는 주택 건설사업에 뛰어들 멍청한 민간주택 건설사는 없다.

민간부문이 주택건설에 손을 뗄 때 공공부문이 이를 대체하지 못하면 결국 주택 공급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대한민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약 8~9% 수준으로, OECD 평균이나 주거 선진국(15~20%)에 비해 한참 낮다. 오스트리아 경우는  전체 주택의 약 23~24%가 사회주택(공공임대 및 비영리 주택)이며 특히 비엔나는 전체 가구의 약 50% 이상이 사회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에 따르면 소위 "돈벌이 수단"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에게 소유주택을 팔라고 압박하면 임대 공급 주체가 실종되어 버린다. 우리나라는 전월세 물량의 약 80% 이상을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한다. 이들을 '투기꾼'으로 규정해 시장에서 퇴출하면  민간 임대 매물이 조만간에  급속도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민간임대 매물이 줄어들면  임대시장에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난다. 공급 실종으로 월세임대조차 품귀현상이 일어나니 월세임대료는 급상승한다.

정부가 "거주 정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다주택자 압박과 실거주 의무 강화가 당초 정부 의도와 다르게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다주택자 압박과 실거주의무가 강화되며 여러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고 과거에 없던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임대시장이 시장원리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지 않고 시장왜곡이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전세물량이 사라져 새로운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이사 나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집주인은 실거주 의무 때문에 이사 들어와야 하는데 임차인이 안 나가고 버티니 집주인이 2,000-3,000만 원을  주면서 임차인을 설득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내 경우를 보면, 문재인 정권 때 갑자기 부동산정책을 바꾸면서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임대 자체가 실종된 적이 있다. 임차인과의 계약이 종료되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하는데 전세가격을 대폭 내렸는데도 구하지 못해 임차인에게 1년간 매달 60만 원이나 보상해야 했다.

공공임대 비중이 약 9% 미만인 우리나라의 임대시장 현실에서 민간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정부가 시장원칙을 무시하고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는 정책을 지속하면 대통령의 선한 취지와 다르게 부동산시장은 매물 잠김 →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주거 취약계층의 고통만 가중된다.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꾀한다고 추경하여 민생지원금을 계속 풀면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 취약계층은 주거비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으로 민생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지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규제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은 어찌하여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힌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통령 임기 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까’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이다. 아마도 과거의 경험치로 볼 때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억눌렸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안정화는 수요공급에 의해 자연적으로 이루어야 하는데 공급은 없이 수요만 각종 억압적 정책으로 인위적으로 억눌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도덕적 선언이나 억압적 정책보다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집은 거주 수단"이라는 철학은 맞다. 하지만 시장은 도덕이 아닌 수익성 즉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인다. 

공공임대 비중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의 수익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속도에 맞춰 민간 공급자들에게도 적절한 '퇴로'와 '유인책' 그리고 "수익성"을  제공하는 유연한 정책 믹스(Policy Mix)를 제공해야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한다. 대통령이 임기 내 가격 억제라는 단기 성과 뒤에 '공급 절벽에 따른 장기적 폭등'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한민국 건설투자 규모는 GDP 대비 약 15%~18.4% 수준으로, 일본(11.8%), 미국(10.5%), 영국(10.6%)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그리고 건설 시장에서 민간부문이 2025년 기준 약 60%을 차지하며 민간 건설부문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민간건설부문을 상당히 위축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대외적 요인과 맞물려 경제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jinannkim@gmail.com

 


 

 

#부동산정책 #주택공급 #전월세시장 #다주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