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날아온 아주 살벌한 '이별 통보'에, 우리 스토커들은?

이 정권이 앓고 있는 '외교적 스톡홀름 증후군'의 민낯

2026-03-24     박주현 객원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객원논설위원]

KBS 화면 캡처

평양에서 아주 건조하고 확실한 '이별 통보'가 날아왔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인간관계로 치면 연락처를 지우고 스마트폰을 '영구 차단'한 것도 모자라, "내 눈앞에 띄면 무자비하게 박살 내겠다"며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꼴이다.

나는 이 노골적이고 살벌한 협박장 앞에서, 마땅히 존재해야 할 아주 거대한 '부재(不在)'를 관찰한다. 바로 정부와 자칭 평화 세력들의 '분노와 국가적 자존심의 완벽한 증발'이다.

그들의 선택적 분노 시스템은 참으로 기괴하다. 미국의 베네수엘라나 이란 침공에는 "주권 침해다", "굴욕 외교다"라며 광장으로 뛰쳐나가 핏대를 세운다. 일본 정치인이 헛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온 나라가 뒤집힌 듯 분노한다. 그런데 진짜 머리 위로 핵미사일을 겨누고 "너희는 동족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제1의 적수"라며 국가의 존재 자체를 짓밟는 폭군 앞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무인기를 날려서 저러는 거다", "대북 전단을 방치해서 심기를 거슬렀다"며 처절한 자아비판을 시작한다. 뺨은 평양에서 맞았는데, 화풀이는 서울 시민들에게 하는 이 지독한 가스라이팅. 외부의 적을 향해 마땅히 분출되어야 할 주권 국가의 분노가 완벽하게 부재한 그 진공상태에서, 우리는 이 정권이 앓고 있는 '외교적 스톡홀름 증후군'의 민낯을 보게 된다.

김정은이 왜 낡은 '우리 민족끼리' 타령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남한을 완벽한 타인으로 규정했을까? 대답은 아주 단순하고 냉혹하다. 지금의 한국 정부가 그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땅의 낭만적인 권력자들은 여전히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이미 차단당한 번호로 구질구질한 미련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상대방은 몽둥이를 들고 "접근하면 죽인다"고 경고하는데, 억지로 꽃다발을 들이밀며 서성이는 이 섬뜩한 스토킹.

진실을 외면하는 권력과 그들을 호위하는 맹신도들이 합작해 만든 이 촌극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적 체면은 이미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짝사랑도 눈치가 있어야 동정을 받는 법이다. "너희는 적"이라는 명확한 팩트 앞에서 평화 타령을 부르는 건, 관용이 아니라 지능의 문제다.

 


#오물풍선, #대북무인기, #가장 적대적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