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의 '전이'를 한반도에서 막아냈다는 어느 장관의 '병상일지'

정동영 장관의 '명비어천가'

2026-03-24     박주현 객원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객원논설위원]

파이낸셜뉴스 웹페이지 캡처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중동전쟁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됐겠나.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북한 위협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확고한 평화의지와 평화 공존정책으로 중동의 전쟁상황이 한반도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코리아 리스크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

통일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마이크를 잡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치고받는 중동 전쟁이 한반도로 전이될 뻔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 정책 덕분에 그 불길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선이었다면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라는 친절한 해설도 덧붙였다.

7000킬로미터 떨어진 사막의 유혈 사태가 서울로 번질 뻔했는데 자신들이 막았다는 이 기상천외한 인과관계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것은 정치적 수사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있지도 않은 위협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세상을 구했다고 믿는 것은 다분히 의학의 영역이다.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프면, 마이크를 잡고 회의를 주재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병원부터 찾는 것이 순리다. 중동 위기의 전이를 막아 코리아 리스크를 막았다고 자화자찬하니 노벨의학상이라도 쥐어 줘야 할 판이다.

이 낯익은 허장성세의 뿌리는 깊다. 불과 몇 년 전, 이 진영의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며 전국의 멀쩡한 산등성이를 깎아내고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을 덮었다. 환경을 지킨다는 거창한 명분 뒤에서 가족이 발벗고 나서 알뜰하게 챙긴 것은 두둑한 정부 보조금과 눈먼 혈세였다. '생계형' 친환경으로 국고를 파먹던 그 좀스러운 솜씨가, 이제는 '가짜 평화'로 간판만 바꿔 달고 국가 안보를 팔아먹는 장사로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업자들이 안보 브로커로 전업한 셈이다.

그들이 향후 5년의 청사진이라며 내놓은 문서의 면면도 기가 찬다.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요컨대 적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백기 투항 선언문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실어 나르고, 중동의 반미 진영과 군사 기술을 노골적으로 거래하며 진짜 화약고의 볼륨을 키우는 팩트는 애써 외면한다. 적은 미사일 쏠 궁리를 하는데, 우리는 종이 쪼가리에 적힌 평화협정문을 들고 방어막이 쳐졌다고 안도하고 있다.

환각에 빠진 병동의 문을 닫고 나오면 현실은 서늘하다. 휴전선 너머에서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제는 동족의 영역에서도 제외하겠다며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 엄포를 놓는데, 서울 한복판의 대회의실에서는 30명의 위원들이 둘러앉아 중동전쟁의 전이를 우리가 막아냈다며 서로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이 집단적 인지 장애가 빚어낸 거대한 공백의 대가가, 훗날 역사의 잔인하고 피 비린내 나는 청구서로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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