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각광받는 중국전기차... 그런데 함정은?
과거 군에서 전차대대장으로 근무하며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기동을 수행했다. 당시 가장 큰 걱정은...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가격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중국 전기차의 국내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기름값 폭등하면서 강세를 보인다. 싱가포르 일간지 비즈니스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차 가격이 5만 달러(약 7,000만 원)인데 반해 중국 전기차는 3만 달러(4,200만 원)에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전성 문제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아직 그렇게 인기가 높지 않다. (편집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이는 곧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는 직접적인 생존 문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기차 수요 증가라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 전환의 속도에 비해 안전제도의 정비가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는 단순한 기계적 결함 수준을 넘어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할 경우 짧은 시간 내 수천 도에 이르는 고열을 발생시키며, 일반적인 소화 방식으로는 진압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가 대응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더 이상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된 위험’에 가까운 영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중국산 전기차의 급속한 국내 진출이다. 가격 경쟁력과 보조금 정책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배터리 안정성, 화재 대응 시스템,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단순한 산업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구조는 마치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을 도로 위에 확산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우리는 군사적 경험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과거 군에서 전차대대장으로 근무하며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기동을 수행했다. 당시 가장 큰 걱정은 적이 아니라 화재였다. 전차는 고출력 엔진과 제한된 내부 공간을 가진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기동 중 화재가 발생하면 승무원이 이를 즉각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전차 화재는 장비 손실이 아니라 곧 인명 손실로 이어지는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자동소화장치라는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최신형 K2 흑표 전차는 화재를 감지하면 즉시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자동소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는 자가진단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비 개선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설계 철학의 진화’이다.
실제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2017년 K9 자주포 화재 사고에서는 자동 대응체계의 한계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2020년 K1A2 전차 화재 사고에서는 자동소화장치가 작동하여 승무원의 생명을 지켜냈다. 동일한 ‘화재’라는 상황에서도 결과를 가른 것은 단 하나, 자동 대응 시스템의 유무였다.
이 교훈은 전기차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대부분의 차량은 휴대용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을 멈추고 소화기를 꺼내 대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수초 단위로 확산되기 때문에 인간의 대응 속도를 이미 넘어선다.
따라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이 불을 끄는 체계’에서 ‘차량이 스스로 불을 끄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국내 생산 및 수입 전기차에 대해 배터리 모듈 단위의 자동소화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최소 안전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K1 계열 전차와 같은 기존 군 장비에 대해서도 최신 자동소화 시스템으로의 단계적 개량을 추진해야 한다. 군에서조차 생명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면 민간에 대한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수입 전기차에 대한 안전 인증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 안전성과 화재 대응 능력에 대한 실증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는 기술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시대에 화재 대응을 여전히 인간의 손에 맡겨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군사에서 전투력의 본질은 단순한 화력이 아니다. 전투력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 요소는 ‘사람’이며, 장비의 성능은 그 사람을 얼마나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 원칙은 민간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호르무즈 사태는 우리에게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그 대응으로 선택한 전기차 전환이 또 다른 생명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다. 보급이 아니라 안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중심에 다시 ‘사람’을 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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