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은 남의 전쟁터가 아니다!...예비역장군의 직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생존 구조를 시험하는 결정적 사건

2026-03-23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CNN 캡처

국가의 흥망은 전장(戰場)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흐르는 에너지와 물류의 흐름 속에서 이미 승패는 갈린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호르무즈 사태는 단순한 중동의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생존 구조를 시험하는 결정적 사건이며, 우리가 여전히 '작은 나라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전략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이제 우리는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판단해야 한다.

파병 여부를 묻는 질의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찬반이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다.

우리는 남의 도움을 받은 국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군을 보내어 에너지 수송과 유조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남의 나라를 돕기보다 우리의 경제를 위한 조치이다. 물론 동맹인 미국의 입장도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단독으로 부딪치기 보다 연합이나 합동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안보를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 한정하는 사고는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의 산업, 군사,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구조적 현실이다. 원유 수입의 약 70%, LNG의 20%가 이 좁은 해협을 지나온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전쟁이든 평시든 에너지가 끊기는 순간 국가 기능은 정지한다. 전차는 멈추고, 전투기는 이륙하지 못하며, 공장은 가동을 멈춘다. 결국 호르무즈가 봉쇄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총 한 발 쏘지 못한 채 패배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왜 남의 나라 분쟁에 개입하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호르무즈는 남의 바다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이며, 국가 생존의 필수 인프라다. 우리 집의 전기가 끊기는데, 발전소가 멀리 있다고 해서 남의 일이라고 수수방관할 수 있는가.

호르무즈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파병은 개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위적 조치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기여한 만큼 보호받는 구조'로 작동한다. 특히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이 막대한 비용과 군사력을 투입하여 유지해 온 질서다. 우리는 그 질서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 누릴 수는 없다. 

만약 우리가 "우리 앞바다만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면, 미국 역시 "그럼 우리도 우리의 바다만 지키겠다"고 말할 명분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한반도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호르무즈 참여는 단순한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동맹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이며 동시에 '안보 보험'을 강화하는 행위다. 우리는 파병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대한민국은 질서를 소비하는 국가가 아니라, 함께 지키는 국가다."

이 메시지는 유사시 한반도에서 우리의 안보를 보장받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 된다. 부가적으로 미국과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핵과 원자력추진잠수함 관련 원료공급 등 현안이 한미 간에 산적해 있다. 

칼 폰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듯,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면, 그 정치적 목표를 뒷받침하는 수단 역시 세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국익은 더 이상 지리적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의 조선, 반도체, 에너지 산업은 이미 세계와 직결되어 있으며, 그 공급망이 위협받는 순간 국가 전체가 흔들린다. 이런 구조에서 군사력의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글로벌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호르무즈는 단순한 작전지역이 아니다. 다국적군과의 연합작전, 드론·미사일·기뢰 위협이 복합된 현대전 환경, 실시간 정보전과 네트워크 중심전이 결합된 전장을 경험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공간이다. 이러한 경험 없이 미래 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책으로 수영을 배우는 것과 같다.

우리 군이 진정한 의미의 대양(大洋)해군, 원정 작전능력을 갖춘 군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실전 환경을 경험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반대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비용, 위험, 그리고 '남의 전쟁'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전략적 검토를 거치면 설득력을 잃는다.

첫째, 비용 문제다. 파병 비용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가 봉쇄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손실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에너지 가격 폭등, 산업 생산 중단, 물류 마비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국가 경제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 파병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보험료'다.

둘째, 위험 문제다. 물론 군사작전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전략적 요충지를 방치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국가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회피해야 할 위험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회피다.

셋째, '남의 전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설명했듯, 호르무즈는 남의 전장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공간이다. 그곳을 지키지 않으면서 한반도만 지키겠다는 발상은, 마치 문을 열어둔 채 안방만 지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 길 앞에 서 있다. 하나는 위험과 비용을 이유로 뒤로 물러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며 전략국가로 도약하는 길이다.

국가는 결코 '공짜'로 안전을 얻지 못한다. 안보는 대가를 지불해야 유지되는 질서이며, 기여 없는 보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호르무즈는 멀리 있는 분쟁 지역이 아니다. 그곳은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이며, 안보의 전진기지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단순한 파병 여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보호받는 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질서를 함께 만드는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 국가의 흥망은 선택의 순간에 갈린다.

rokpanz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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