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국 선박조차 보호 못 한다고 소문나면... 예비역장군의 직설
해군 함정 파견은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는 바다 위에 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송로는 국가 생존의 '혈관'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혈관의 핵심이며, 이곳이 막히는 순간 한국 경제는 치명적 충격에 직면한다.
현재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약 70% 수준이며, 그중 거의 전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다시 말해, 이 해협은 단순한 해외 해상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선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약 62~70%가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의 불안정이 곧 국내 산업 전반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 불안, 이란의 해협 통제, 그리고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은 이미 에너지 시장을 구조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단순한 '관찰자'로 남는 것은 전략적 방기이며, 에너지 안보를 타국의 의지에 맡기는 무책임한 선택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군력 투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는 전쟁 개입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이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한국 유조선과 선원들이 실제로 위험 속에 놓여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국민과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어떠한 정치적 논쟁보다 우선한다.
해군 함정 파견은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다. 만약 한국이 자국 선박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와 위상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해상 교통로(SLOC)의 안전 확보는 해양국가인 한국에게 전략적 핵심 과제이다. 이는 단순한 해군 작전이 아니라, 경제안보·국가신뢰·해양주권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다. 결국 호르무즈 파병은 "타국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자국을 위한 방어"라는 점에서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상 파견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미국은 현재 글로벌 전략 재편 속에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사태는 그 시험 사례 중 하나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은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동맹과 국익을 결합한 전략적 파병을 수행해 왔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라, 안보 공백 방지, 국가 위상 제고, 군사 능력 향상, 전후 경제적 기회 확보라는 다층적 성과를 가져왔다.
이번 호르무즈 파병 역시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첫째, 한미동맹의 실질적 결속 강화
둘째,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에 따른 안보 공백 대응
셋째, 해군의 원해 작전능력 향상
넷째, 글로벌 안보 기여국으로서의 위상 확보
반대로 파병을 거부할 경우, 한국은 '안보 무임승차' 비판과 함께 방위비, 통상, 기술 분야에서 연쇄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환경 전체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 문제가 아니다. 이 지역은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교차점이다. 중국 역시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지역의 통제는 곧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요한 축이다.
미국이 이란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핵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통제와 해양 지배라는 장기 전략이 존재한다. 이는 결국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이 문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라, 자유 해양질서 유지, 글로벌 공급망 안정, 대중 전략 균형 참여라는 보다 큰 전략적 틀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호르무즈 파병은 '중동 문제 대응'이 아니라 '세계 질서 속 한국의 위치 설정'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국회 동의를 통한 정식 파병은 정치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파병을 회피할 경우 외교·안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할 현실적 해법은 이미 과거에 존재한다. 바로 청해부대의 작전해역 확대 방식이다. 이는 법적·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작전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2020년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은 독자적 작전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는 동맹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한국형 전략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전략적으로도 합리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자신의 생존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에너지 안보, 국민 보호, 동맹, 글로벌 전략-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결합된 이 사안에서 한국이 소극적 태도를 취한다면, 그 대가는 단순한 외교적 손실을 넘어 국가 전략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전략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호송 임무는 단순한 해상 순찰이 아니라, 복합 위협에 대응하는 고강도 작전이다. 이란은 대함미사일, 드론, 기뢰를 결합한 비대칭 전력을 운용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층 방어체계가 필수적이다.
우선 파견 전력의 중심은 실전 경험을 축적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이 적합하다. 청해부대 파견을 통해 축적된 원해 작전 능력과 호송임무 수행 경험은 호르무즈 환경에 최적화된 자산이다. 다만 단일 함정으로는 현대 해상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능별 전력을 결합한 '호송기동단' 구성이 요구된다.
함대 방공 측면에서는 SM-2, 해궁(K-SAAM), RAM, CIWS(팔랑스ᄋ골키퍼)를 결합한 다층 요격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전자전 시스템과 채프·플레어를 통한 소프트킬 능력을 연동하여 생존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드론 위협이 증대되는 환경에서는 기존 CIWS와 전자전 장비뿐 아니라, 향후 레이저 무기 체계의 함정 탑재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기뢰이다. 따라서 양양급 등 소해함과 기뢰처리기(MDV), 소나체계를 포함한 기뢰대응 전력을 반드시 병행 투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해상 교통로의 지속적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다.
결국 한국은 단일 플랫폼 중심이 아닌, 구축함·소해전력·전자전 능력을 통합한 '복합 호송전력'을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제한된 전력으로 최대의 억제력과 작전 효과를 달성하는 현실적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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