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시작했고, 이제 이재명이 끝내야 할 것?

지금의 그는 권력을 지탱하는 존재가 아니라, 권력을 흔드는 불안 요소

2026-03-19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기구 사무총장]

jtbc 화면 캡처

2022년 12월, 서울에서 하나의 상징이 퇴출됐다. 교통방송을 무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김어준이 물러난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었다. 10여 년간 대한민국 정치를 뒤틀어온 감정 동원형 정치의 중심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징후였다.

2026년 3월, 김어준은 이재명과의 전면전을 사실상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치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었다. 제도권 밖에 있으면서도 제도권을 움직여온 힘, 공식 권력은 아니지만 실제 권력에 더 가까웠던 영향력이다.

그 중심에 김어준이 있었다. 그를 단순한 방송인으로 보는 것은 현실을 기만하는 일이다. 그는 여론을 조작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하나의 권력이었다. 사실을 전달한 것이 아니었다. 사건의 의미를 먼저 규정하고, 논리가 아니라 분노와 공포를 동원해 대중을 움직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은 여론이 되었고, 그 여론은 정치 권력으로 전환됐다.

이 방식은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았다. 반복되었고, 축적되었고, 결국 하나의 정치 문법이 됐다. 미선·효순 사건, 광우병 사태, 세월호, 박근혜 탄핵까지—사건의 성격과 맥락은 달랐지만 작동 방식은 같았다. 감정을 극대화하고, 그 감정을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뒤로 밀렸고, 검증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성공했고, 정치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제는 진영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유튜브 정치, 왜곡된 여론조사,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결합되면서 사실보다 속도가, 검증보다 자극이 지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어떤 권력도 오래가지 못한다. 감정으로 만든 권력은 결국 감정으로 무너진다.

지금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가 아니다. 공론장의 붕괴다.

오세훈은 이 흐름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공영 매체를 특정 정치 서사의 도구로 쓰는 구조를 끊어낸 것이었다.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비정상적 정치 방식 자체를 바로잡기 위한 첫 단추였다.

이제 남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이다. 지금 이재명은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정치 방식과 충돌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한 갈등으로 보면 착각이다. 이것은 권력 다툼이 아니라, 낡은 정치 방식과 새로운 권력 질서 사이의 충돌이다.

냉정하게 보자. 김어준은 한때 권력을 만드는 데 기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그는 권력을 지탱하는 존재가 아니라, 권력을 흔드는 불안 요소에 가깝다.

미래 권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방식에 계속 붙잡혀 있을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다. 끊어낼 것인가, 아니면 같이 무너질 것인가.

정치는 정리의 기술이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해로운 것은 제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감정도, 의리도 개입할 자리는 없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정치적 폐기물을 걷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피하면 권력도 무너진다.

해법은 분명하다. 허위정보에는 책임을 묻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콘텐츠에는 규율을 부과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투명해야 하고, 플랫폼은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기준은 반드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 없는 자유는 정치가 아니라 무질서다.

이 방향은 이미 해외에서 제도화되고 있다.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을 통해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를 방치한 플랫폼에 법적 책임을 부과했고, 유럽연합은 디지털 서비스법(DSA)으로 플랫폼을 공론장 질서에 책임을 지는 주체로 규정했다. 결국 결론은 명확하다. 가짜 뉴스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할 공공 리스크다.

오세훈이 서울시장 시절 시작했다. 이제 끝낼 차례다. 그 결단은 이재명에게 남아 있다.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가짜 뉴스 정치’를 끊어내지 못하면, 그 정치에 결국 자신이 잠식될 것이다. 권력은 외부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내부의 왜곡된 구조를 방치할 때 스스로 붕괴한다. 반대로, 그 고리를 끊어낸다면, 그 순간부터 새로운 권력의 질서가 시작된다

권력은 선택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정리할 줄 아는 자의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선택의 순간이 아니다. 어떤 정치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동시에,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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