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문 변호사의 헛웃음 섞인 전화 한통?

대법원 확정 판결에 징역 살 날만 기다리던 의뢰인들이 갑자기 희망에 찬 목소리로 줄도장을 찍고

2026-03-17     박주현 객원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객원논설위원]

jtbc 화면 캡처

16일 저녁 서초동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헛웃음 섞인 전화 한 통이 왔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징역 살 날만 기다리던 의뢰인들이 갑자기 희망에 찬 목소리로 줄도장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흉악범 조주빈도, 쯔양을 협박했던 사이버 렉카들도 한다는 그 '재판소원법', 나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 감옥 가는 걸 미룰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로펌에 불이 나도록 걸려온다고 했다. 

지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라 법이 개그콘서트 대본만도 못 해진 덕분에 대형 로펌들만 뜻밖의 호황을 맞았다고.

민주당이 사법 개혁이라는 거창한 포장지를 씌워 밀어붙인 사법 관련 법안들이, 부작용을 넘어 아예 나라 전체를 거대한 변기통으로 만들고 있다. 

본인들 입맛에 맞게 검찰과 법원의 목줄을 쥐겠다며 날림으로 통과시킨 법들이 정확히 본인들 진영의 정수리를 향해 부메랑으로 날아오는 중이다.

사냥개 목줄을 채우려 만든 '법왜곡죄'부터 보자. 첫 번째 타깃이 누가 됐을까.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권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3대 특검과 공수처장을 이 법왜곡죄로 고발해버렸다. 답을 정해놓고 증거를 취사선택하며 압박한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법 왜곡 아니냐는 거다. 주인을 무는 사냥개 덕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특검으로 신나게 칼춤 한번 춰보려던 여권은 완전히 스텝이 꼬였다.

하지만 법왜곡죄의 역풍은 재판소원제, 일명 '4심제'가 불러온 재앙에 비하면 그저 애교다. 소수자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인권 구제가 아니라 파렴치범과 권력자들을 위한 전용 탈출구 개장이었다.

이 대환장 파티의 절정은 여의도 한복판에 나타난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다름 아닌 바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지역구다. 살다 살다 정치판에서 양자역학을 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그 기괴한 물리학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으니 양문석은 정치적으로 명백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방 빼고 보궐선거 준비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지들이 날림으로 통과시킨 '재판소원제'라는 산소호흡기 덕분에, 죽어 마땅한 금배지가 관짝을 열고 나오려 하고 있다.

여기서 진짜 골 때리는 딜레마가 시작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양문석이 죽었다고 치고 보궐선거 판을 짜려 한다. 그런데 만약 선거를 치러서 새 의원을 뽑아 놨는데, 나중에 헌법재판소가 양문석의 재판소원을 받아들여 버리면 어떻게 될까. 죽은 줄 알았던 양문석이 무덤을 파헤치고 환생해서 돌아온다. 

그럼 그 동네는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이 두 명이 되는 기적의 원플러스원 행사가 벌어진다. 마트 삼겹살도 아니고 뱃지를 하나 더 주냐.

반대로 이런 사태가 쫄려서 당이 보궐선거를 미뤘는데 헌재가 기각해버리면, 그 지역구 주민들은 반년 넘게 자기들을 대변할 국회의원 하나 없는 유령 도시의 볼모가 되는 거다. 배지가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이 초현실적인 꼬라지. 

법을 만든 민주당 의원들한테 어떻게 할 거냐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압권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법사위의 박지원 의원조차 방송에 나와서 '나도 잘 모르겠다'고 시전했다. 지들이 만든 프랑켄슈타인 괴물인데, 전원 스위치가 어디 붙어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이 날림 제도의 가장 참혹한 피해자는 결국 엉뚱한 사람들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은 투표권을 인질로 잡혔고, 선관위는 세금만 낭비하며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그뿐인가. 대법원판결이 나고 이제야 악몽에서 벗어나 두 발 뻗고 자려던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재판소원을 걸며 다시 기약 없는 법정 싸움을 예고하자 공포에 떨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서 가해자에게 무한대의 방어권을 쥐어주고 피해자를 사지로 몰아 넣는 2차 가해를 시스템화해 버린 것이다.

자기 진영 방탄조끼 하나 입히겠다고 국가 사법 체계를 시뮬레이션 한 번 없이 야매(?)로 뜯어고친 대가다. 법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여의도가 날림으로 싼 똥이 사법부를 넘어 이제는 헌법과 선거 시스템, 나아가 물리학의 법칙까지 파괴하는 개그콘서트를 연출하고 있다. 

헌재라는 4심 상자가 열리는 순간, 안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올지, 썩은 좀비가 튀어나올지 구경이나 해야겠다.

중앙일보 웹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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