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군함 요구... 이재명은 정치인인가 국가지도자인가

국가지도자는 박수를 받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2026-03-16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MBC 뉴스 화면 캡처

국제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힘으로 움직인다. 동맹도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행동과 책임으로 유지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청은 단순한 외교적 권유가 아니다. 사실상 동맹국들에게 “함께 책임을 질 것인가”를 묻는 정치적 메시지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종전이 아니라 정전 체제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지역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동맹국들처럼 먼 바다의 분쟁만 바라보는 나라가 아니다. 바로 눈앞에 군사적 위협을 둔 채 살아가는 나라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의 요구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전략의 포기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요청을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취할 입장도 아니다. 한국 경제는 해상 교통로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이 동시에 흔들린다. 이 지역의 안정은 한국의 국익과 직결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참여할 것인가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해야 할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한반도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한국의 군사력은 무엇보다 한반도 방어를 위해 존재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군사 작전이 한국 방위 태세를 약화시킨다면 그것은 동맹 기여가 아니라 전략적 실수다. 군함 파견 여부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가 흔들리는가, 흔들리지 않는가. 이 기준이 무너지면 어떤 명분도 의미가 없다.

둘째, 작전의 목적과 기간이 분명해야 한다.

해외 군사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개입이다. 작전 목표가 무엇인지, 작전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작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해야 한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무기한 개입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부재다. 한국이 참여한다면 임무는 분명해야 한다. 해상 교통로 보호라는 제한된 목표와 명확한 종료 조건이 있어야 한다.

셋째, 동맹 기여에 상응하는 전략적 대가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군사 문제이면서 동시에 산업과 기술의 문제다. 미국은 지금 조선업과 해군력 재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다. 미국 해군의 유지와 보수, 함정 건조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외교 협상의 카드다. 한국이 군사적 부담을 분담한다면 미국도 전략적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미 해군 정비 사업 확대, 공동 함정 건조 프로젝트 참여, 방산 규제 완화, 첨단 군사 기술 협력 같은 구체적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동맹은 희생의 일방통행이 아니다. 이익의 교환 구조다.

그러나 더 답답한 것은 국내 정치의 수준이다. 

내가 아는 한국 정치인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14세기 조선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국제정치가 힘과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시대에 한국 정치만 도덕적 구호와 진영 감정에 머물러 있다. 세계는 21세기에 있는데 한국 정치의 사고는 아직 중세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제 한국 정치도 조선의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보 진영은 반미 감정을 자극하며 동맹 자체를 의심한다. 반대로 보수 진영은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동맹이라고 주장한다. 둘 다 외교가 아니다. 둘 다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동맹을 이념의 문제로 바라보는 진보 정치도 현실 외교가 아니고, 동맹을 복종으로 이해하는 보수 정치도 전략이 아니다. 외교와 안보 문제에서 전략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그것은 진보든 보수든 책임 있는 정치 세력이라 할 수 없다.

동맹은 복종이 아니다. 그렇다고 감정적 거부도 아니다. 동맹은 국익을 기준으로 한 협력의 구조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의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전략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지키면서도 한국의 안보 현실과 전략 산업의 이익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바로 이런 순간에 국가 지도자의 자격이 드러난다. 국가 지도자는 박수를 받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가의 위험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친미도 반미도 지도자의 기준이 아니다. 국익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이 지도자의 기준이다.

그리고 지금 이 질문이 남는다. 트럼프의 요구 앞에서 이재명은 정치인인가, 아니면 국가 지도자인가.

 


#국제정치 #호르무즈해협 #한미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