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기이한 '선택적 독심술'...거짓말은 실수, 의혹은 범죄?
사법부가 정의를 가리는 저울을 내려놓고, 권력의 VIP룸 앞을 지키는 기도 역할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요즘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문을 읽다 보면, 법복 안에 기이한 ‘독심술 기계’라도 감춰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판사들은 피고인의 뇌 구조 속으로 들어가 그가 어떤 마음으로 말을 내뱉었는지 기가 막히게 감별해낸다. 단, 그 기계는 피고인이 쥔 권력의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괏값을 출력한다.
며칠 전, 재산 축소 신고와 거짓 해명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았다. 유권자에게 거짓 정보를 준 것은 맞지만 “일부러 속이려는 나쁜 마음(미필적 고의)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거짓말 앞에서는 법의 잣대가 한없이 너그럽고 온화하다.
그런데 이 관대한 사법부가, 권력을 향해 날아든 화살 앞에서는 갑자기 서릿발 같은 야차로 돌변한다.
최근 대법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허위라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권력에 대한 정당한 검증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허위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공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기어이 유죄를 때렸다.
양문석의 명백한 거짓말에는 없는 ‘미필적 고의’가, 장영하의 의혹 제기에는 펄펄 살아 숨 쉬는 기적. 법원의 독심술은 참으로 신묘하다.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장 변호사의 주장이 100% 진실이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런 ‘의혹’을 제기한 것이 과연 유죄를 받을 만큼 뜬금없고 악의적인 창작물인가.
팩트를 보자.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과거 궤적을 짚어본 시사저널의 기사 제목은 ‘인권변호사인가 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인)인가… 이재명 수임 사건 전수 분석’이었다. 인권 변호 기록은 찾기 어렵고, 거의 대다수가 성남 지역 폭력 조직원들을 변호했던 기록만이 낱낱이 보도됐다.
심지어 이 대통령 본인조차 과거 조폭 연루설이 불거졌을 때 “그들에게 활용당한 정치인”이라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조폭들이 자신에게 접근해 사진을 찍고 이를 이용했다는 취지다.
국가 최고 지도자 본인 스스로 “어둠의 세력이 나를 활용했다”고 인정했었고, 언론은 그의 과거 변호 이력을 분석해 의문 부호를 달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주권자인 국민과 이를 대변하는 이들이 “그렇다면 혹시 그 관계가 단순한 활용을 넘어선 것은 아닌가?”라고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권력자를 향해 이 정도의 의구심도 표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민주 국가인가.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장 변호사 유죄 확정 기사를 공유했다. 겉으로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자의 말로를 알리는 모양새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향해 “입을 조심하라”는 서늘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결론은 명확해진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권력자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고의가 없는 실수”로 포장되어 면죄부를 받는다. 반면, 권력자의 과거를 파헤치며 던지는 뼈아픈 의혹 제기는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허위사실 유포”가 되어 쇠고랑을 찬다.
이것은 법치가 아니다. 이기는 권력은 무결점이어야 하고, 지는 세력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승자독식의 룰’을 법원이 대리 집행해 주고 있을 뿐이다.
사법부가 정의를 가리는 저울을 내려놓고, 권력의 VIP룸 앞을 지키는 기도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이 나라의 풍경이, 나는 무섭다기보다는 그저 씁쓸하고 기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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