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삼성·현대의 위기 대처 방식 배워라...前 삼성임원의 직격

국제유가 진정되는데 정부는 ‘호떡집 대응’...가격상한제 무슨 소용?

2026-03-11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SBS 뉴스(위), BBC 웹페이지(아래) 화면 캡처

중동전쟁 발발 이후 한동안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80-90달러대로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가 80-90달러 초반대로 내려왔다. 심지어 조만간 60-7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국제유가가 갑자기 안정되고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원유 수급에 대한 투기심리가 식었기 때문이다.

우선 중동전쟁이 워낙 일방적으로 흐르고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여러 조치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루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곧 끝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 군사 작전이 초기 일정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에 대한 석유 관련 제재를 면제하고,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조선을 호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 원유공급이 재개되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동산 원유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G7이 유가급등에 대응해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원유수급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싼 가격으로 원유를 비축해 봤자 조만간에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와 정유회사들은 큰 손해를 본다. 원유를 미리 사 놓으면 가격 폭락의 위험이 있으니 구매 심리가 식어 당장 필요 물량만 빼고 구매를 늦춘다. 

반도체나 국제원유나 가격 폭등의 이면에는 미리 비축해 놓으려는 투기심리가 작동한다. 사실 수요자 입장에서 미래를 대비해 비축하는 것이니 투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는 공급이 5%만 모자라도 사재기가 시작되며, 그러면 갑자기 가격은 2-3배 폭등한다.

실제로 국제원유 가격을 우선 반영하는 WTI원유 선물 가격이 이전 세션에서 거의 120달러에 육박하다가 오늘부터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투자자나 생산업체는 비축해 놓은 원유를 시급히 재고처리해야 하니 60-70달러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오늘 주식시장을 보니 주식시장이 먼저 눈치채고 반응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0% 정도 올랐다 해도 대통령이 정유업체와 주유소를 "담합 가격조작"이니 "중대범죄"니 하고 매도한 것은 지나쳤다.

10일 자 뉴스로 보도된 휘발유 가격이 일본보다 빠르게 오른 내막을 보니 정유회사와 주유소 간의 가격 정산 시스템이 문제였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가격 정산은 주로 '사후정산제' 방식으로 이루진다.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정확한 가격을 모른 채 물량을 먼저 받고, 보통 1주일 단위나 월 단위로 정유사가 공지하는 가격에 따라 대금을 최종 정산하는 제도다.

실제로 조사해 보니 주유소는 리터당 1900원에 구입해오는데 주유소는 카드 수수료와 금융비용,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안하면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격 범위는 2% 미만이라고 했다. 즉, 기름값 결정의 핵심은 공급가격, 세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유소와 사후정산제다 보니 리터당 1900원에 구입하면 공급가가 안정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920원에 팔아야 하는데 일주일 후에 정산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10원을 더 얹어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판매가격보다 더 높은 정산가를 대비해 선반영한 것이다. 주유소가 무슨 봉사단체나 공익단체도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개인 사기업인데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 아니고 손해보지 않으려는 조치를 뭐라 비난하면 안 된다.

대통령은 '중대범죄'라고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정유회사와 주유소간의 정산시스템이라는 구조적 문제때문이었다. 일본처럼 국제원유 급등 시 정부가 정유회사에게 리터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유회사와 주유소 간 정산시스템이 문제였다면 이는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닌데 정부 부처에서도 이런 정산시스템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정유회사와 주유소를 범죄자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업계의 그런 부조리한 관행을 개선시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은 안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니 업계 탓으로만 돌리니 참 책임감 없는 정부공무원들이다.

정부가 발표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가격상한제)도 문제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된 '가격 상한제' 다. 제도를 만들어 놓고 30년간 시행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시급히 도입하라고 지시하니 최고가격제도를 시행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검토도 안하고 곧 시행하겠단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이 불쑥 던지고 정부는 허겁지겁 따르는 방식으로 일한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며칠 전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대통령 본인이 아닌가?

그리고 생색나는 일은 산자부나 재경부장관이 아닌 청와대가 나선다. UAE 비축원유 600만 배럴을 확보했다고 도대체 왜 강훈식 실장이 발표하며 생색을 내나? UAE 비축원유가 현 정권의 공도 아니지만 현 정권에서는 공을 산하부서로 돌리는 리더십이 아예 실종되었다. 이런 리더십에서는 유능한 인재가 성장하지 못한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대미협상 때부터 항상 생색나는 일의 발표는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몫이다.

국제원유 가격이 안정화된다니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필요가 없겠다. 제발 좀 대통령과 정부는 무슨 일이 생기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며칠만 더 차분하게 국제정세를 살펴보고 신중하게 대처했어도 이런 허둥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무슨 망신인가? 누차 이야기하지만 일본정부의 신중한 대처 모습 좀 배우라. 일본이 좀 그러면 삼성과 현대 같은 대기업의 위기대처 방식을 배우라.

대통령과 정부는 위기에 빠른 대처를 한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필자 눈에는 신중하지 못하고 경망스러워 보인다. 빠른 대처만이 능사가 아니다. 잘못된 대처를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처방한 대처가 어떤 부작용이나 문제를 가져올지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토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대처가 조금 늦더라도 그런 신중한 대처가 국가를 위해 바른 길이다.

기업 운영과 정치가 다른 이유가 이런 것들이다. 기업은 철저히 이익만 바라보지만 정치는 국가 이익보다는 지지층에 대한 인기나 표를 먼저 생각한다. 현 정부가 사안을 대하는 태도와 대처방식이 바로 그렇다.

이재명 정부에서 업무처리 방식이 하위 부서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안을 대통령에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X에 먼저 던지고 정부는 이를 수행하는 상명하복 방식이 굳어진 것 같다. 이런 일처리 방식은 조직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대한민국의 똑똑한 사람은 다 모인 정부조직에서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누구도 능동적으로 일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된다. 대통령의 그런 업무 방식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데려다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말 잘 듣고 수행능력이 뛰어난 군경찰 인사들로 채워도 충분하다.

또 하나의 폐해는 대통령 주변에 바른 말하는 인사들은 퇴출되고 문제점을 숨기고 대통령의 심기나 맞추는 간신형 인사들만 남게 된다. 박근혜 정권 때 '문고리 3인방'이나 윤석열 정권 때 김건희의 '대통령실 십상시' 같은 인물들이다. 대통령은 취임하고 항상 자신만은 다르다고 단언하지만 역사가 항상 그랬듯이 역사는 계속 반복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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