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 자살, '일본 고독사' 따라간다?
[박정원 실버벨] 1인 가구의 주된 이유 1위가 배우자 사망(31.9%)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노인 자살률이 일본 사회의 큰 현안인 고독사(こどくし: 孤獨死)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 고독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노인 빈곤, 사회적 고립 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 일본보다 더 급격한 속도로 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어, 곧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1인 가구는 2024년 기준 804만 5,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로 이미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된 지 오래다. 2019년 30%를 넘은 이후 줄곧 매년 1%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 647만 7,000여 가구에서 불과 4년 만에 거의 200만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2050년엔 거의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1인 가구 중에서도 고령 1인 가구는 급격하게 증가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전체 1인 가구 중에서 고령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38.2%. 문제는 고령 1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전체 1인 가구의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른 구조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한국과 같은 시기 기준으로 일본의 1인 가구는 38%로 조금 더 높다. 2인 가구는 28%로 한국의 29%보다는 1% 정도 낮다. 1~2인 가구는 일본이 66.1%로 한국의 65.1%보다 1%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2를 넘어서고 있다.
문제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경로 자체가 고령화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주된 이유 1위가 배우자 사망(31.9%)이었다. 이는 2인 가구가 몇 년 지나지 않아 1인 가구가 될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 가구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과 겹치면 자살이나 고독사로 급격히 커지는 구조적 경로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잠재적 폭발성 위험을 지닌다. 그 특정 조건이 ▲저소득 ▲불안정 노동 ▲만성질환 ▲정신건강 악화 ▲가족‧친구 단절 등이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도 거의 40%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 노인 대부분 자식들은 왕래를 끊거나 소식마저 주고받은 지 오래거나, 부부 이별이나 사별 등으로 이미 가족 해체를 겪은 사람들이다. 위기 시 잡아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만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일련의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노인들은 사회적 관계 만족도가 매우 낮으며, 또한 우울‧무력감‧인간존엄성 상실 등을 심각하게 경험한다. 이들은 나아가 사회적 고립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이들 노인들은 자살은 아니더라도 만성질환‧노쇠‧사고로 사망한 뒤 장기간 발견되지 않는 형태의 사회적 죽음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실제로 높다. 이는 일본의 고독사와 동일한 패턴이다. 결국 일본의 고독사와 한국의 노인 자살은 빈곤‧질병‧소외라는 삼중고가 낳은 사회적 비극이다. 분명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한국 고독사의 가장 큰 특징은 80대 노인보다 50~60대 중장년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의 50~60대는 현재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이다. 이들이 그대로 나이가 들면, 몇 년 내 한국 노인 문제는 자살이라는 단발적 사건을 넘어 일본처럼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수개월 뒤 발견되는 ‘고령자 고독사’의 문제가 사회적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자녀에게 짐이 되기 싫어 선택하는 자살에서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잊혀지는 고독사로 옮겨 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노인 자살은 고립과 취약성이 누적된 끝에 생을 포기할 의도가 폭발하는 사건이고, 일본의 고독사는 고립과 취약성이 누적된 끝에 치료나 구조 네트워크가 끊겨 사망 뒤 상당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회적 현상이다. 차이라고는 자살은 명확한 사망원인으로 분류되지만 고독사는 질병이나 사고, 자살 등이 혼재하는 것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인 자살 위기는 장기적으로 일본식 고독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당분간은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채로 고독사도 함께 증가하는 한국형 복합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행히 정부는 3월 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을 시행한다. 노인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구축한다는 정책이다.
통합돌봄 정책은 찾아가는 방문 진료와 안부 확인 서비스가 대폭 강화됨으로써 정부가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지역 사회가 노인을 정기적으로 대면하면서 우울증과 고립감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해서 입원하는 경우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 받음으로써 병원비와 간병비로 인한 경제적 파산, 즉 노후 빈곤을 예방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살 위험군을 밀착 관리함으로써 노인 자살까지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살던 곳에서 돌봄이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낙상 방지를 위한 주택 개보수나 의료와 돌봄이 결합된 케어안심주택 공급을 전국적으로 늘려야 한다.
나아가 지역 간 인프라 격차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농촌의 경우, 서비스는 법으로 정해졌어도 정작 방문할 의사나 요양보호사가 없는 현실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도시와 농촌 간의 의료‧돌봄 자원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 지역별 돌봄 평준화와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통합 돌봄은 노인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남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극단적 선택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단순한 서비스 연계를 넘어 주거-의료-정보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촘촘한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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