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타락' 비판 전에 언론은 스스로 돌아봤나...예비역장군의 직격
타락하고 저질화 하는 엘리트 집단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최근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 집단의 타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직을 개인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료, 권력에 줄 서는 검찰,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군 장성의 모습은 분명 건강한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집단이 공적 윤리를 잃을 때 국가는 결국 '유능한 약탈자들의 체제'로 기울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8일자 칼럼 '타락하고 저질화 하는 엘리트 집단'에서 조선일보 조중식 기자의 문제 제기 자체는 옳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엘리트 타락을 비판하는 언론과 정치, 그리고 지식인 사회는 과연 스스로의 책임을 먼저 성찰했는가 하는 점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국가 시스템은 정치 권력, 관료 조직, 군, 사법 체계,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언론과 지식인 집단이라는 여러 축으로 구성된다. 어느 한 축만 타락해서는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축이 동시에 윤리적 기준을 잃으면 국가의 공적 질서는 빠르게 붕괴한다. 오늘 한국 사회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엘리트 집단 전체가 자기 정당화의 논리 속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보면 엘리트 집단의 윤리적 붕괴는 대부분 정치 권력의 변질에서 시작된다. 정치가 공공선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권력 유지와 사익 추구의 도구로 변질될 때 국가 시스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정치 권력은 충성 경쟁을 요구한다. 그러면 관료는 줄을 서고, 검찰은 눈치를 보고, 군은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다. 공직은 봉사의 자리에서 경력 관리의 수단으로 바뀌고, 국가 이익보다 정치적 계산이 우선된다.
이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조직 내부의 윤리는 무너진다. 능력보다 충성이 승진 기준이 되고, 직업적 명예보다 권력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다. 결국 조직에는 두 종류의 인물만 남는다. 권력에 굴복하는 사람과 침묵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의 타락만으로 오늘의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언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언론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핵심 엘리트 집단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때로 이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화문 광장에서 장기간 이어졌던 대규모 시민 시위에 대한 보도 태도이다. 수십만 명이 모였던 집회가 있었음에도 상당수 언론은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했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 해석에 따라 사건 자체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언론이 사회 현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공론장은 왜곡된다. 그리고 그 순간 언론은 더 이상 권력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일부가 된다.
엘리트 타락을 말하려면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했는가, 아니면 권력과 함께 움직였는가.
사회적 신뢰는 도덕적 권위에서 나온다. 그리고 도덕적 권위는 자기 성찰에서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식인의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책임을 먼저 인정하는 태도이다. 자기 고백이 있을때 비판은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공적 담론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치인은 상대 진영의 타락만을 공격하고, 언론은 자신과 다른 정치 세력의 문제만을 강조한다. 그 결과 공적 담론은 자기 성찰이 없는 상호 비난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트 타락을 말하는 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언론은 스스로의 직업 윤리를 끝까지 지켜 왔는가.
권력 앞에서 침묵한 적은 없었는가.
사회적 갈등을 균형 있게 전달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이 없다면 어떤 비판도 공허한 도덕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제도 개혁 이전에 지식인의 윤리적 각성이다.
지식인은 권력의 편이 아니라 공공선의 편에 서야 한다. 진영 논리를 넘어 국가 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성과 윤리가 결합된 엘리트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 능력만 있는 엘리트는 위험하다. 능력 위에 책임과 절제가 있을 때 사회는 엘리트를 신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이다. 개인의 성공과 영향력은 공동체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엘리트가 공적 책임을 외면하는 사회는 결국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킨다.
국가의 흥망은 결국 엘리트의 수준에서 결정된다. 정치가 타락하면 관료가 흔들리고, 관료가 흔들리면 사법이 약해지며, 사법이 약해지면 군과 사회 전체의 규범이 붕괴한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지식인이 침묵하거나 선택적으로 현실을 전달한다면 국가의 도덕적 기반은 더욱 빠르게 무너진다.
엘리트 타락을 말하려면 군과 관료, 검찰만을 지적해서는 부족하다. 정치와 언론, 그리고 지식인 사회 전체의 자기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 본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엘리트는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국가를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지는 순간, 그 나라의 미래도 함께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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