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힘, 차라리 사기꾼들에게 배워라!

사기꾼도 '완벽한 가짜'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건다.

2026-03-0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조전혁 광운대 특임교수]

뉴스TVCHOSUN 캡처

'​정체(正體)'를 바꾼다는 것은 본래 목숨을 거는 일이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가명을 썼던 사기꾼들의 끝은 늘 처참했으나, 그들이 대중을 속이기 위해 쏟았던 공력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모델 프랭크 애버그네일을 보라. 그가 고작 10대의 나이에 팬암 항공사의 부기장 신분으로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이름표를 갈아 끼웠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조종사들의 언어와 비행 시스템을 밤낮으로 독학했고, 가짜 신분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이후 그가 병원의 소아과 과장으로 신분을 세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만 페이지의 의학 서적을 훑으며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그 '처절한 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짜는 진짜의 탈을 쓸 수 있었다. 사기꾼조차 대중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이토록 지독한 준비와 자기 파괴적 변신을 감행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당명 개정' 논의는 어떠한가.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기꾼의 처절한 노력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나태함과 오만의 극치다.

야당으로서 폭주하는 정부와 거대 여당을 매섭게 견제하거나 합리적인 비판을 내놓기는커녕, 허구한 날 내부에서 서로 멱살잡이하며 싸움질만 일삼는 이들이 고작 이름 하나 바꾼다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믿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국민을 향한 기만을 넘어, '멍청이'들이나 할 법한 처참한 수준의 지적 파산 선고다.

​정당의 개명은 매우 무거운 작업이다. 사기꾼도 '완벽한 가짜'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정당은 바꾼 당명에 걸맞은 정체를 가지기 위해 뼈를 깎는 인적 쇄신과 가치관의 재정립을 보여주어야 한다. 계파 갈등과 무능을 그대로 방치한 채 간판의 서체를 다듬고 상징색을 덧칠하는 행위는 사기꾼에도 못미치는 '야바위꾼'의 치기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지지층에 대한 모욕이자, 민주주의를 희화화하는 정치 사기극일 뿐이다.

​유권자는 당명의 세련됨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 그들은 간판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눈빛'과 '머리 속에 든 진심'을 꿰뚫어 본다. 쇄신 없는 개명은 결국 또 다른 기만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며, 그 이름은 머지않아 다시 버려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차라리 사기꾼들에게 배워라. 그들이 정체를 바꾸기 위해 쏟았던 그 치열함의 백분의 일이라도 내부 개혁에 쏟아부어라. 이름표를 떼어내고도 국민이 그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을때, 비로소 보수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스스로의 살갗을 벗겨내는 고통 없는 '간판갈이'는 국민을 향한 야바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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