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왜 ‘살고 있는 집'에서 그대로 살고 싶어할까?
움직일 수 없을 때 어디서 살고 싶나요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간병인 없이 자택에서 생활하는 노인에게 더 이상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응답자의 60%가 집에서 머물면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그 외의 응답은 노인 요양시설로의 이사(18%), 가족 구성원과의 동거(11%), 요양원으로 이사(1%), 나머지 기타 응답이 8% 정도였다.
이는 미국의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월 26일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인들은 어떨까? 만 65세 이상 인구가 1,1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들 모두가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면 이런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노인들은 가족과 살기도 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하기도 하고, 실버타운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가장 최근 조사인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동 불편 등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때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물었을때 전체 노인의 48.9%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살겠다”고 답했다. 2020년의 56.5%보다 하락했지만 그래도 절반 가량이 익숙한 공간에서의 거주(aging in place)를 선택하고 희망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 살겠다’고 응답한 이유를 물었다. 70%가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시설이나 자녀 집으로 옮기길 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가족에게 수발 부담을 주기 싫어서’가 7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족에게 수발 부담을 주기 싫어서 자의적이든 타의에 의해서이든 노인시설(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로 들어가는 비율은 전체 노인의 10%도 채 안 된다.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1,000만 명으로 잡고, 요양원에 입소한 비율은 2023년 기준, 불과 2.5%밖에 안 되는 24만 2,974명이다. 주로 장기요양등급 1~2등급 또는 시설급여 인정 자격을 받은 노인들이 주로 입소한다.
돌봄보다는 치료와 의료적 처치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입원하는 요양병원도 전체 3.5% 남짓밖에 안 된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에 65세 이상 노인은 약 35만 명 내외로 추산한다.
노인복지주택인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노인은 이보다 훨씬 적은 0.1%가 채 안 된다. 한국의 실버타운은 전국적으로 약 40곳으로 전체 입주 정원이 1만 명이 안 되는 8,840명 수준이다. 건강한 상태에서 입주하여 식사, 가사 서비스 등을 제공받는 유료 주거 시설이어서, 높은 보증금과 생활비로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노인시설에 입주한 노인들이 전국적으로 60만 명 남짓밖에 안 되는데, 1,000만 명가량의 노인들은 아직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 여전히 지역사회나 집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시설 밖에서 거주하는 950만 명에 달하는 노인들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녀 세대가 합가하거나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핵가족화로 그 비중은 급격히 줄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이런저런 사유로 노인 독거 가구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노인 1인 가구는 전체 노인 가구 중 37.8%에 해당하는 약 213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 10명 중 4명이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방문요양, 데이케어센터로 알려진 주야간보호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재가 서비스 이용자는 매년 17%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머물거나 혼자 있으면서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집에서 머무는 이유는 사실 복잡하다. 자발적 선택과 경제적 한계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 노인들의 뚜렷한 특징인 부동산 선호 현상이다. 다시 말해,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데, 어렵게 살면서도 처리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통계상으로는 한국 노인들은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집에서 머무는 노인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고 몸까지 불편한 사람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하루 3~4시간의 방문요양 서비스만으로는 나머지 20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고독사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노인은 집에 있고, 어떤 상태에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실버타운으로 옮기게 되는지 전환 경로가 궁금해진다. 노인들이 버티는 4가지 지지대가 있으면 집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독립적 생활을 하려면 우선 걷기나 식사, 약 복용, 배뇨 등 이동성, 활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거 가족이나 가까운 가족의 실제 돌봄이나 재가급여나 노인맞춤돌봄과 같은 공적 서비스 시간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 접근성이나 주거 안전이 보장돼야만 한다. 만약 4가지 버팀목 중에 하나라도 무너지면 다음 단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그 전환의 촉발 요인이 낙상이나 골절 이후 회복이 안 되거나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로 약이나 식사‧안전관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리고 가족 돌봄 시간이 부족하거나 우울, 고독으로 일상이 붕괴됐을 때이다.
이때 따라오는 서비스가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는 방문요양이나 방문목욕, 주야간 보호, 단기 보호, 생활 지원을 해주는 노인맞춤돌봄 등이다. 재가 서비스는 노인 관련 시설에 가기 전이나 시설에 입소하는 속도를 늦추는 장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집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돌봄이나 생활 지원이 중심이면 요양원으로, 의료가 중심이면 요양병원으로, 아직 비교적 건강하고 자립이 가능하면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복지주택으로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한국 노인의 90% 이상이 지역사회나 집에 머무는 현실은 ‘익숙한 곳에서 늙어가고 싶은 욕구’ 못지않게 ‘시설 비용 및 간병비 부담’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동시에 반영한다. 역설적으로 지금은 개인 간병을 쓰면서 집에서 머무는 것이 가장 비싼 돌봄 형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지역과 집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인 커뮤니티 케어’ 체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이지만 증가하는 노인 수에 맞춰 다양한 노인 정책을 쏟아낼 필요는 있다. 그 효과는 노인빈곤과 노인자살률을 낮추는 게 1차적인 목표이고, 나아가 노인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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