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 첫 금메달' 최가온에게 ‘우공이산’의 90세 노인을 떠올린 이유
[최보식의언론=대순진리회 본부도장 출판팀 김인수]
중국 전국시대(BC 475~221)의 사상가인 열어구(列禦寇)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열자(列子)-탕문(湯問)편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공이산이란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라는 뜻으로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여도 끝까지 하다 보면 결국엔 목적을 이루고 만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잘 알려진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아흔 살인 우공(愚公, 어리석은 노인)은 두 개의 산에 가로막힌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는 산을 평지로 만들고자 가족과 의논했다.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했으나 아내만은 “저 산의 흙을 어디로 치울 건가요?”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아들들이 이구동성으로 “저 멀리에 있는 발해라는 바닷가에 갖다 버리면 돼요!”라고 했다.
우공과 세 아들, 그리고 손자들은 산의 흙을 삼태기에 담아 바다로 운반했다. 이웃에 사는 과부의 일곱 살 아들도 일을 도왔다. 그들은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한 차례 바다까지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러자 우공의 절친한 친구인 지수(智叟, 지혜로운 노인)라는 영감이 “어쩌면 그렇게도 어리석은가! 다 죽어가는 자네 힘으로 어느 세월에 큰 산을 옮긴다는 건가?”라고 했다. 그러자 우공은 “자네는 저 과부의 어린 자식만도 못하네. 가령 내가 죽더라도 자식은 남네. 내 자식은 자자손손 영원히 대를 이을 걸세. 그러나 산은 더 높아지지 않을 테니, 언젠가는 산이 평평해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지수는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나 더 놀란 것은 두 산의 산신들이었다. 산신들은 우공이 산을 파내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산신령들의 살 자리가 없어질까 봐 큰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사정을 하느님(천제)께 호소했다. 하느님은 그 말을 듣고 우공의 성심(誠心)에 감탄하여 힘이 장사인 두 신(神)에게 명해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여 산신령들이 따라가도록 지시했다. 이렇게 골치 아픈 두 산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 이야기는 어려움을 일심(一心)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데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면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겠는가? 다른 곳에 가고 오는 것도 힘들겠지만, 외부와 소통도 힘들고, 물건을 사고팔 때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길을 막고 있는 두 산은 마을 사람에게는 큰 장애다. 사람들은 작은 장애는 선뜻 해결할 수 있겠지만, 너무 큰 장애 앞에서는 처음부터 체념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높은 두 산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우공은 아흔의 나이에도 이를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가 마음을 먹자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이다. 가족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지면 좋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산을 옮기는 일이다.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도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한다. 아내에게는 먹고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아내는 남편의 많은 나이를 걱정하고 산의 흙을 어디로 치울 건지 묻는다.
그런데 우공과 자식들은 너무 완고하다. 이 또한 무너뜨릴 수 없는 산이다. 아내 이외의 가족들은 한마음이 되어 산의 흙을 삼태기에 담아 1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걸어 가서 버리고 온다고 말한다. 대단한 집념이다.
산의 흙을 버리고 오는 우공을 본 친구인 지수가 그의 어리석음을 비꼰다. 우공은 이웃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난다. 지수로 대변되는 이웃은 이구동성으로 손가락질하며 미쳤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공의 계획은 흔들리지 않는다.
우공의 이름은 어리석을 우(愚)에 존칭인 공(公)을 붙였지만 ‘어리석은 노인’이라는 뜻이다. 지수의 이름은 지혜로울 지(智)에 늙은이 수(叟)다. ‘지혜로운 노인’이라는 의미다. 지혜로운 노인이 어리석은 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고 비웃는 설정은 참으로 역설적이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우공은 우직(愚直)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직은 어리석고 고지식함을 뜻한다. ‘어리석다’라는 말은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라는 뜻으로 ‘멍청하다’, ‘우매하다’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리석은 사람’이란 진짜 바보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공처럼 무모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끝까지 하는 우직한 사람을 보고 말한 것이리라. 이런 사람은 이익과 손해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한다.
우공(愚公)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인 산을 옮기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누가 봐도 어리석은 일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산이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 어쩔 수 없는 환경을 탓하며 손을 놓은 채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공은 아흔의 나이에도 마음을 먹었고 그의 하고자 하는 집념과 성실함은 끝내 산을 옮기고 만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결국 하늘마저 감동시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위대한 진리이다.
우리가 어떤 일의 결과를 기다릴 때 인용하는 ‘진인사대천명’이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과도 같은 말이다. 그리고 최근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설상 종목 금메달을 선물한 스노보드 최가온 선수가 몸소 보여준 스토리도 ‘우공’ 노인에 비할 수 있다. 1차 시기에 넘어져 기권 위기를 넘긴 최가온은 무릎 통증을 참고 참가한 2차 시기에 점프를 시도하다 미끄러졌다. 하지만 기권하지 않고 도전한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결국 12명 중 10위였던 최가온은 3차 때 90.25점을 받아 1위로 올라섰고, 2차 시기까지 선두였던 클로이 김이 3차 시기에 미끄러지면서 ‘금메달의 신’은 최가온에게 윙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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