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거인' IBM 주가 폭락... 이 전조(前兆)는?
하루 만에 13.2% 폭락하며 한화 약 53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미국 IBM의 주가는 23일 하루 만에 13.2% 폭락하며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하루 사이의 최대 하락폭으로 기록되었다.
폭락의 결정적 원인은 앤트로픽(Anthropic)이 발표한 'Claude Code' 라는 새로운 AI 도구가 IBM의 핵심 수익원인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 비즈니스를 정조준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Claude Code'는 전 세계 금융 및 정부 기관 시스템의 뼈대인 COBOL(코볼) 언어를 분석하고 현대적인 언어로 교체하는 작업을 자동화한다. 이 언어는 내가 회사 입사해서 전산실 책임자가 되어 프로그래밍을 했던 내겐 추억의 아주 고전적 언어다.
그동안 기업들은 수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들여 IBM의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이 작업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AI가 이 과정을 단 몇 분기로 단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IBM의 고마진 컨설팅 및 메인프레임 인프라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었다.
주가 폭락은 AI 위협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를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무역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커졌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IBM뿐만 아니라 마스터카드(-6%), 아메리칸 익스프레스(-7%) 등 금융 및 소프트웨어 주식들이 동반 하락했다. 이번 하락을 포함해 IBM은 2월 한 달 동안에만 약 27% 하락하며, 1968년 이후 최악의 월간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IBM 역시 자체 AI 플랫폼인 'Watsonx Code Assistant'를 통해 COBOL 현대화 도구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 실적에서 12%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과잉 반응이라는 견해도 있다. 앤트로픽과 같은 민첩한 AI 기업들이 기존 공룡 '레거시 거인'들이 점유하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기술 기업들의 '해자(Moat, 독점적 경쟁 우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지금 미국 시장은 AI 수혜주를 찾던 분위기에서 AI 혁명의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AI가 기존 IT 서비스 권력을 어떻게 재편하는가'를 탐새중인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론이 분명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장은 한동안 출렁거릴 것이다.
#AI산업재편 #IBM주가폭락 #레거시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