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간헐 단식, 파이버맥싱의 효과? ... 英 이코노미스트
새로운 섭생 유행어 파이버맥싱(Fibremaxxing, 식이섬유 극대화)와 다이어트 기법들의 반복되는 실패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자 'Should you be fibremaxxing?- What to make of the new dietary fad'(건강을 위해 식이 섬유 섭취를 극대화 해야 하나?- 새로운 식단 유행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저지방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원 푸드 단식, 파이버 맥싱 등 우리 건강을 위해 한때 유행했거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식단과 다이어트를 소개하면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섭생 기법 유행들에는 패턴이 있다. 수많은 섭생 기법들이 마케팅되고 유행을 만들고는 또 부정되는 사이클이 반복한다.
1. 영양소 비율 조절형 (Macro-focused)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늘려 대사 체계를 바꾸려는 방식이다.
(1) 저탄고지(Keto/LCHF):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늘려 몸의 에너지원을 포도당이 아닌 '케톤'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2010년대 후반~현재까지 유행이다.
(2) 황제 다이어트(Atkins):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고기) 중심으로 식사하는 초기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대명사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3) 저지방 다이어트(Low-Fat): 1980~90년대 미국을 휩쓴 전통적 방식으로, 지방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믿음에 기반해 곡물과 채소 중심으로 식사하는 방식이었다.
2. 시간 및 칼로리 제한형 (Time & Calorie Restricted)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먹느냐에 집중하는 섭생법이다.
(1)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 16:8(16시간 단식, 8시간 식사)이나 5:2(주 5일 정상식, 2일 단식) 방식이 대표적이다. 거의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개 되었는데, 최근 코크란 리뷰 등을 통해 그 신화가 일부 깨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현재)
(2) 원푸드 다이어트(One Food): 사과, 포도, 황제계란 등 한 가지 음식만 먹어 섭취 칼로리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사과에 집착했고 그래서 애플사가 매킨토시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3. 원시 및 자연 회귀형 (Nature-inspired)
인공 감미료와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인류 본연의 식단으로 돌아가자는 철학이다.
(1) 팔레오 다이어트(Paleo): 구석기 시대 식단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가공식품, 유제품, 곡물, 콩류를 배제하고 육류, 해산물, 채소, 견과류만 섭취한다.
(2)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올리브유, 생선, 통곡물 중심의 식단으로, 다이어트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에 가장 유익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장기간 유행 중이다.
4. 2026년 최신 트렌드(Emerging Trends)
과학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있다.
(1) 파이버 맥싱(Fibremaxxing): 틱톡 등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로, 식이섬유 섭취를 극대화하여 장 건강과 포만감을 동시에 잡으려는 방식이다.
(2) GLP-1 약물 보조(Ozempic/Wegovy): 오젬픽, 위고비 등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면서, '의지'가 아닌 '약물'로 식욕을 조절하는 시대가 열렸다.
3) 초개인화 식단(Personalized Nutrition): 연속 혈당 측정기(CGM)를 착용하고 개인별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음식을 찾아내어 맞춤형 식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내가 하는 방식인데 결국 탄수화물 최소화로 귀결된다.
이 리스트를 보면 다이어트 유행은 10년 단위로 '공공의 적'이 지방→탄수화물→설탕으로 바뀌며 진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에 징벌적 세금 부과 (Sin Tax, 건강증진세)를 화두로 던진 배경에는 이런 흐름이 있다.
2026년의 최신 건강 트렌드는 '파이버 맥싱(Fibremaxxing, 식이섬유 극대화)'이다.
식이섬유는 식물 세포벽에서 발견되는 탄수화물로, 인간의 소화 효소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 덕분에 위와 장에서 당분이나 지방 같은 성분이 너무 빨리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젤 형태를 형성해 담즙 속의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가두어 체외로 배출시킨다.
대장 내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하며 만드는 단쇄지방산(SCFA)은 대장 벽 세포의 에너지원이 되어 혈류로 침투하는 병원균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고 신진대사와 식욕 조절을 돕고,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식이섬유의 '양'에만 집착할 경우 오히려 건강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좋은 식이 섬유를 권장한다. 통밀빵은 식이섬유 밀도가 높지만,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가 가진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은 부족하다. 따라서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식적 권고를 한다.
최근 냉동 피자나 음료에 첨가되는 추출형(이눌린 등) 또는 합성 식이섬유(셀룰로스 등)는 천연 식이섬유와 같은 장기적 건강 효과가 있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25~30g 정도의 식이섬유 섭취는 암, 당뇨,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하지만, WHO는 하루 800g의 과일·채소 섭취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귄고한다. 식이섬유로 변비를 피하려면 점진적 증가와 스무디나 익힌 채소처럼 이미 어느 정도 분해된 형태부터 시작하고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나는 평소 나물과 각종 밑반찬으로 이미 식이섬유 섭취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추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미디어는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에 대한 최신 연구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의 '마법 같은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2026년 2월 16일, 세계적 권위의 의학 연구 협력체인 코크란(Cochrane)에서 발표한 대규모 분석 결과가 주요 미디어(Guardian, Smithsonian 등)를 통해 보도돼 큰 화제가 되었다.
코크란 연구팀이 전 세계 22개 임상 시험을 분석한 결과, 간헐적 단식을 한 그룹과 매일 칼로리를 제한하는 전통적인 식이요법을 한 그룹 사이의 체중 감량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간헐적 단식으로 감량한 체중은 평균적으로 자기 체중의 약 3% 수준이었다. 이는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인 5%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삶의 질이나 신체적 기능 개선 측면에서도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다 우월하다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도 간헐적 단식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버드대와 상하이 교동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식사 시간대를 제한하더라도 전체 섭취 칼로리가 같다면 체중 감량 효과는 일반적인 식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크로노패스트(Chronofast)' 연구에서는 오전 8시~오후 4시에 식사하는 '조기 식사' 그룹이 후기 그룹보다 감량 폭이 컸지만, 혈당이나 신진대사 지표 개선 효과는 두 그룹 모두 미미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분석에서는 8시간 미만으로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상관관계가 보도되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 교동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성인 약 2만 명의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하루 식사 시간을 8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사람(16:8 단식 등)은 12~16시간 동안 식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91%나 높았다.
오히려 하루 식사 시작과 끝 시간이 16시간 이상인 사람들은 암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식품이나 다이어트 과학은 아직 주술적 과학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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