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이 찢은 건 '투망'일 뿐, '작살'은 살아있다!

자동차·철강 겨냥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공포

2026-02-21     최보식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NYT 인터넷 화면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에 급제동을 걸었다. 1970년대 만들어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전 세계에 관세를 매기려던 시도를 “권한 밖의 위법”이라며 무효화했다.

한국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는 듯하다. 관가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들린다.

하지만 냉정히 판결문을 독해해보면,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신발끈을 동여매야 할 때다.

대법원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철학을 심판한 게 아니다. 그가 선택한 ‘행정 절차’의 하자를 지적했을 뿐이다. 쉽게 말해 “대통령님, 이 칼(IEEPA)은 안 듭니다. 다른 칼을 쓰십시오”라고 조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판결문 귀퉁이에 살아남은 '단서 조항'이다. 대법원은 “철강, 알루미늄 등 별도의 법적 근거(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기반한 분야별 관세(Sector-specific tariffs)는 이번 판결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것이 진짜 공포다. 트럼프는 이제 '보편적 관세'라는 막힌 길을 버리고, 뚫려 있는 길인 '선별적 관세'로 질주할 것이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관세 부과 권한을 준다. 그 총구는 정확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겨누고 있다.

차라리 전 품목에 몇 프로씩 매기는 보편 관세라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저항 때문에라도 오래 못 간다. 하지만 한국산 자동차에만 25%를 때리는 ‘핀셋 타격’은 미국 소비자 저항은 최소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숨통만 끊어놓을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선 더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게다가 트럼프는 상처 입은 맹수다. 대법원 판결로 구겨진 체면을 세우기 위해, 의회 내 다수당인 공화당을 움직여 ‘상호무역법’ 같은 새로운 입법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행정명령'이라는 우회로가 막히자, 아예 고속도로를 뚫어버리겠다는 식이다. 2라운드는 더 사납고 정교해질 것이다.

답답한 건 '천수답(天水畓) 외교'다. 남의 나라 판사가 우리 경제를 지켜주길 바라는 건 전략이 아니라 요행수다.

이제는 방어의 차원을 바꿔야 한다. 법리 논쟁은 미국인들의 몫이다. 우리는 ‘협상의 레버리지’를 쥐어야 한다.

미 대법원이 찢어 발긴 건 트럼프의 낡은 ‘투망’일 뿐이다. 그는 지금 더 날카로운 ‘작살’을 고르고 있다. 그 작살이 날아올 때, 우리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새로운 행정명령이 내려질 걸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계속 부동산, 생리대, 교복값 타령만 하는 대통령에게 기대해도 될는지 확신이 안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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